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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 날치기 통과와 4대강 공사 강행,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대정부투쟁을 선포한 조계종이 마침내 거리로 나섰다.

 

10일 조계종 소속 승려 40여 명과 종무원 직원 등 200여 명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이명박 정부의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는 1080배 정진 행사를 열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4℃(최저 -12℃)였다.

 

조계종 민족문화수호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인 장적 스님,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 등 승려들은 오전 10시부터 꼬박 3시간 동안 1080배를 하면서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1080배 정진 행사에 동참한 종무원 직원과 신도들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4차례 휴식 시간 동안 핫팩을 붙이거나 다리를 주무르며 행사를 이어나갔다.

 

조계종은 이날 1080배 정진 행사에 앞서 '서울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민생안정과 민족문화 수호를 염원하는 1080배 정진에 앞서'라는 부제의 성명서에서 조계종은 이명박 정부를 또 다시 강하게 비판했다.

 

조계종은 "현 정부가 종교, 학벌, 지역을 기준으로 한 특정 집단이나 세력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여러 사회적 논란거리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정부의 입장만 관철시키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계종은 4대강 예산 강행 처리를 "민주주의 퇴보의 상징"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투쟁을 벌여가겠다고 밝혔다. 또 "종교간 갈등을 조장, 방조하고 활용하려는 현 정부의 종교 정책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1080배, 사회 전체 인식 변화 위해 시작한 것"

 

장적 스님은 이날 행사에서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편향된 정책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문화재의 80% 이상이 불교문화재이고, 이는 정부가 보존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불교계에 떠넘겨 왔다"며 "고통을 해결하고 즐거움을 얻는다는 부처의 깨달음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행사에 참가한 불교 신도인 이민우(43)씨는 "이번 행사는 민족 문화의 대표 종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불교계 내부의 자기 반성과 세상에 대한 외침을 담고 있다"며 "정부나 힘 있는 분들이 자기 편만 데리고 가지 말고 모두를 잘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나타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도 "1080배 정진은 불교 내부의 쇄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를 위해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1080배 정진 행사에는 조계종 집행부의 최고 수장인 자승 총무원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낮 12시 45분께 청계광장에 나온 자승 총무원장은 참가자들을 일일이 격려하며 힘을 실어줬다.

 

 

투쟁 수위 높이는 조계종, 11일 'MB 반대 법회' 개최

 

조계종의 1080배 정진은, 불교계가 지난 2008년 7~8월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법회를 연 뒤 처음으로 거리에서 진행한 행사다. 지난 2년 6개월 동안 현 정부와 불교계는 아슬아슬한 평화를 유지해 왔지만, 조계종이 다시 거리로 나오면서 갈등은 심화되는 양상이다.

 

조계종은 이날 행사에 이어 11일 오전에는 성도재일(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날, 음력 12월 8일)에 맞춰 전국 3000여 개 사찰에서 '민족문화 수호와 한나라당 반대를 위한 법회'를 연다. 조계종 본사 조계사에서는 한나라당의 반성을 요구하는 3보1배 행사도 열린다.

 

이어 오는 2월 18일에도 조계종은 청계광장에서 두 번째 1080배 정진 행사를 열 계획이다.

 

이날 행사를 지켜 본 한 시민은 "스님과 신도들이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뜻은 알겠지만, 1천배를 한다해서 밀어붙이기식 정부가 국민의 말을 들어주겠느냐"며 "1만배를 한다해도 듣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혜리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조계종, #민족문화수호위원회, #108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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