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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희망을 품고 새롭게 출발했으나 군함이 침몰하고 평온했던 섬에 포탄이 떨어지는 등 상처투성이가 되었던 2010 경인(庚寅)년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얀 눈에 덮여 저물고 있습니다. 새해가 더 걱정되는데요. 저만의 기우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되돌아보면 영광의 해였던 것 같습니다. 창간 10주년을 맞이하는 <오마이뉴스>에 열심히 글을 올리다 보니까, 2010년 첫날부터 행운을 붙잡았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나.

행운이 연거푸 따랐던 2010년

2010년 1월1일 아침 눈을 치우다 발견한 선물 봉투. 선물은 아무리 작아도 받는 사람 마음을 부자로 만듭니다.
 2010년 1월1일 아침 눈을 치우다 발견한 선물 봉투. 선물은 아무리 작아도 받는 사람 마음을 부자로 만듭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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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첫날부터 행운이 겹쳐 일어났습니다. 형제들과 송년회를 마치고 아침에 눈을 뜨니까 테라스에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더군요. 상서롭게 생각하면서 눈을 치웠는데요. 계단에 노란 봉투가 끼어 있기에 열어 보았더니 시집 두 권이 들어 있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시인에게 받은 시집이 그렇게 대단하냐고 하겠지만,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선물은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니까요. 또한, 명함을 건네주고 취재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데 상대는 개의치 않고 시집을 보내주어 기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거든요. 

보석상을 운영하던 70년대 중반의 경험담을 2010년 첫날 송고한 기사 <칠공주집 안방에서 오줌싼 사연>이 '장원급제'만큼이나 어렵게 생각했던 오름 기사로 채택되었고, 며칠 후에는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특별 원고료도 받았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상과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김대중 도서관이 개설한 '김대중 배우기 강좌'(2월 4일~-3월 11일)를 딸(27세)과 매주 수강했고, 내용을 기사로 올렸으며, 수료증도 함께 받았습니다. 김대중을 비겁한 기회주의자로만 알고 있던 딸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4월에는 6년 만에 장기간(7박 8일)에 걸쳐 국내 여행도 다녀왔고, <오마이뉴스> 기사로 떠야 마음이 놓인다며 취재 요청을 여러 곳에서 받았으며, 제 기사를 즐겨 본다는 단골 독자도 몇 분 만났습니다. '동명이인'으로 알았다는 독자도 있었으니까요.

8월에는 몇 달 간격으로 환갑을 맞는 동갑내기 아내와 결혼 후 처음으로 외국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지난 10월 <오마이뉴스>에서 초대받아 1박 2일로 다녀온 제주도 한라산 산행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한라산 등반은 처음이었고, 보고 싶었던 분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입니다.

군산 공설시장(구시장) 재건축 공사가 2011년 8월에 완공되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던 '돼지국밥집 골목'(일명 세느강변) 상인들의 딱한 처지를 기사로 올려 그 자리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시청 관계자들과 원만한 타협을 이끌어 낸 것에 대해서도 보람을 느낍니다.

취재했던 기사를 군산문화원이 발행하는 책에 초대 글로 싣겠다는 반가운 전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두 편씩이나. 책이 연말에 나온다고 했는데 아직 받아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원고료는 우편환으로 보내주어 오늘(31일) 받았습니다. 그러니 행운이 연거푸 따랐다고 할만도 하지요.   

한 해에 특별 원고료 세 번이나 받아 

오늘(30일) 검색을 해보았더니, 2010년 한 해 동안 편집부로 송고한 기사가 159개였는데요. 콘텐츠별 원고료 창에는 153개로 나타나더군요. 창간 10주년 제주산행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서 받은 게 하나 있으니까, 7개는 생나무 처리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잉걸 이상 채택된 기사 중에 버금 이상이 50개로 30%를 겨우 턱걸이했더군요. 그래도 목표 달성은 했으니 성공이지요. 2007년 11월 23일 송고한 첫 기사가 잉걸로 오르고, 1년이 지나도록 오름 기사가 하나도 없었을 때는 80%가 잉걸 기사였거든요.

2010년 1월1일 오름 기사로 올라 우수작으로 선정된 기사 <‘칠공주집’ 안방에서 오줌싼 사연> 화면 캡처.
 2010년 1월1일 오름 기사로 올라 우수작으로 선정된 기사 <‘칠공주집’ 안방에서 오줌싼 사연> 화면 캡처.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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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09년 9월 '죽음'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 공모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되었고, 2010년에도 1월, 2월, 8월에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특별 원고료를 받았습니다. 행운도 보통 행운이 아니지요. 지난 8월 세 번째 우수작 선정 발표를 보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자랑할 사람이 아내밖에 없다는 게 서운할 정도였으니까요.

행복은 우수작 선정이나 특별 원고료 받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졌습니다. 10만인 클럽에 가입하겠다고 약속한 분도 있고,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를 통해 격려해주시는 독자님들이 적잖았기 때문입니다. 이 기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뉴스게릴라'가 별거더냐!

장진주(10세) 최연소 시민기자와 주종환(82세) 최고령 시민기자의 손글씨. 지난 10월에 만들었습니다. 두 분에게 무안한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장진주(10세) 최연소 시민기자와 주종환(82세) 최고령 시민기자의 손글씨. 지난 10월에 만들었습니다. 두 분에게 무안한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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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상 경영할 때 사용하던 금고(金庫)보다 든든하게 해주는 게 있는데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모아놓은 원고료입니다. 37개월 동안 받은 원고료 중에 2009년, 2010년 10만인 클럽 연회비 2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보관하고 있는데요. 원고료를 보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금고에 가득 쌓인 원고료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는 식량이 되기도 하고, 아픈 배를 낫게 하는 치료제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송고한 기사가 7회~8회씩 잉걸로 올라 기사에 허기를 느낄 때 들여다보면, 배가 빵빵해지면서 포만감을 느끼거든요. 우리나라 30대 재벌도 부럽지 않으니까요.

그뿐 아닙니다. 한가할 때 '오마이광장'에 구경 갔다가 어떤 기자님이 이달의 뉴스게릴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질투도 나고 배가 아픈데요. 그때마다 원고료가 쌓인 금고문을 열고 '뉴스게릴라가 별거더냐, 내 금고에도 가득 찼다!'라고 외치면서 아픈 배를 치료하고 나옵니다. 기사 잘 쓰기는 앞으로 배우면 되니까요.

당분간은 치료제로 사용할 원고료

이웃집 감나무에 쌓인 눈. 주렁주렁 홍시들이 무척 풍요로웠는데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숲 나무에 매달린 빨간 열매들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이웃집 감나무에 쌓인 눈. 주렁주렁 홍시들이 무척 풍요로웠는데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숲 나무에 매달린 빨간 열매들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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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에 쌓아놓은 원고료를 볼 때마다 굴비 한 마리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밥 한 수저에 굴비 한 번 쳐다보면서 밥을 먹었다는 자린고비가 떠올라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자린고비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반찬 값 절약에 소화까지 잘 되었을 터이니 얼마나 행복했겠어요.

정초만 해도 그동안 모은 원고료로 아내와 환갑 기념여행을 다녀오려고 했습니다. 제가 먼저 제의했고 아내도 기뻐했는데요. 막상 찾으려니까 서운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여행비를 대겠다고 하더군요. '얼씨구나!' 소리가 절로 나오면서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당분간은 돈을 쓸 사용처도 없고, 그래서 원고료를 청구할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굴비를 보면서 밥을 먹었던 자린고비처럼 원고료를 보면서 포만감도 느끼고, 갑자기 배가 아플 때는 치료제로 사용하는 게 더 좋기도 하겠고요.

<오마이뉴스> 원고료를 통해 돈을 구경하는 재미가 쓰는 재미 이상으로 좋다는 걸 경험했는데요. 굴비는 시간이 지나면 상하지만, 원고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니까 효과도 배가되어 보약 이상으로 건강을 지켜줄 것으로 믿습니다.

그래도 2011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지는 시상식장에서 상금과 상패를 받으시는 기자님들에게 축하인사는 해야겠지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인사드립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더욱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행복을 기원하겠습니다."


태그:#2010년, #시민기자, #원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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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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