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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파병 동의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된 후 정부의 파병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파병되는 한국군 특전부대의 선발대 10명이 이미 지난 27일 UAE에 도착했고 본대 120여 명은 다음달 11일 UAE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번 UAE 파병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방위원회에 제출된 후 한번의 논의도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버렸다. 날치기라는 절차상 문제 뿐 아니라 그 내용도 문제였다.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파병이 원전 수주를 위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등 '비즈니스 파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위헌 논란까지 일었다.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 등 여당 일부 의원들도 논란 많은 파병안을 국회에서 논의 한번 없이 처리하는 것에 반발,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 3당은 지난 15일 아예 '파병동의안 철회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헌정 사상 유례 없는 파병, 헌법·법률 검토도 거치지 않아"

 

이런 가운데 새해 예산안과 함께 날치기 처리된 법안들에 대한 철회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은 30일 국회에서 정책위원회 주최로 UAE 파병 관련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가장 먼저 새해 예산안과 함께 날치기 처리된 UAE 파병 동의안은 위법이자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재천 변호사(17대 국회의원)는 "UAE 파병은 유엔평화유지군도 다국적국 소속도 아니고 지금까지 헌정 사상 유례가 없은 새로운 형식의 파병"이라며 "엄격한 헌법적 해석과 함께 국회에서 심도있는 토론과 논의를 거쳐 표결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재판소는 지난 2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가 야당 국회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했음을 확인해달라는 청구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받아들였다"며 "상임위의 심사조차 거치지 않고 제대로 된 표결도 없었던 이번 파병동의안 처리도 위헌적이고 위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철기 동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번 파병은 김태영 전 국방장관 등 고위 관리들도 부인하지 못하듯이 UAE 원전 수주 대가로 이루어진 전례가 없는 '비즈니스 파병'"이라며 "경제적 목적을 위한 파병은 국군의 임무를 국가안보와 국토방위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이번 파병이 우리 국군의 임무와 역할, 성격에 대한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국군을 경제적 도구로 전락시키고 군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는 점에서 국군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도 "원전 수주 대가로 하는 파병은 돈벌이 명목으로 군대를 해외에 보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크고 한국군을 용병 취급하는 것"이라며 "UAE 사례를 본 다른 나라들이 한국의 원전이나 무기 구매 조건으로 파병을 요청할 때마다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막 전지훈련? 국방부가 우리나라 사막화 대비하나"

 

 

행정부 내에서도 파병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최재천 변호사는 "정부 내에서 UAE 파병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다면 헌법과 법률에 대한 유권해석을 담당하고 있는 법제처와 법무부가 검토에 나서는 게 상식인데 국방부는 법률적 검토를 의뢰한 바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며 "정부가 헌법 해석의 틀을 허무는 '신개념 파병'에 대해 정부 내에서 헌법적 논쟁 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지난 8월 UAE 측의 파병 요청 이후 구두 합의만 있었다고 한 것에 대해서 "헌법 82조에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를 문서화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국가 간의 중대한 조약 문제를 어떻게 구두 합의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었겠느냐"며 "구두 합의라고 해놓고 나니 국법상 문서로 하라는 헌법 조항이 걸리고 그렇다고 양해각서(MOU)가 있었다고 하자니 차마 공개할 수 없는 모순 덩어리를 만들어 냈다"고 지적했다.

 

국익을 위한 파병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반론이 나왔다. 최 변호사는 "이번 파병 비용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부담인데 우리 돈 내고 우리 군이 UAE에 가서 훈련하는 꼴"이라며 "국방부가 경비용 장비, 탄약 등 방산물자 2006만 달러 수출 계약을 파병으로 얻을 이익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 방위사업청은 기업들의 통상적인 수출에 따른 것으로 파병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정욱식 대표도 '해외 전지 연합훈련이 전투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국방부의 주장에 대해 "아시안컵을 대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도 아니고 우리 군이 사막으로 전지훈련을 갈 필요가 있느냐"며 "혹시 국방부가 우리나라의 사막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꼬았다.

 

"UAE는 미국의 아프간전 후방 기지, 테러 위험 커질 것"

 

파병군과 해외 교민들에 대한 테러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철기 교수는 "UAE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후방기지 역할을 하고 있고 인접한 이란과 섬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이 있어 양국간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주둔 중인 우리 군의 안전이 위험에 처하고 자칫 분쟁에 휘말려들 가능성이 있다"며 "뿐만 아니라 한국이 미국의 앞잡이라는 인식이 중동국가들간에 더욱 확산돼 한국 국민들도 테러집단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욱식 대표도 "이미 우리 국민들이 반미 테러집단으로부터 여러 차례 공격을 당한 상황에서 중동의 대표적 친미 국가인 UAE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테러 위협을 높일 소지가 크다"며 "만약 이스라엘이 미국의 동조나 묵인 하에 이란을 선제공격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수입 차질 피해는 물론 파병된 한국군과 현지 동포들이 이란의 보복공격 혹은 반미-친이란 무장세력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될 위험도 크다"고 밝혔다.


태그:#UAE 파병, #민주당, #U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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