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대전시교육청 정문 앞에 바람을 막는 천막하나 없이 노상농성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29일 오전, '김신호 교육감은 전면 무상급식을 즉각 실시하라'는 내용의 커다란 플래카드 아래 피켓을 든 채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는 이들은 민주노동당대전광역시당 김창근 위원장을 비롯한 당원들이다.

 

이들은 김신호 대전교육감이 전면 무상급식 시행에 반대, 대전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초등학교 1~3학년 대상 무상급식 예산 40억 원이 전액 삭감된 데 따른 항의의 표시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

 

이들은 김신호 교육감이 태도를 바꿔 전면 무상급식에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 이미 삭감된 예산은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이 협의해 추경을 통해 책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와 함께 대전지역 야5당과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8일 동안 릴레이 노상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 농성현장에서 만난 김창근 민주노동당대전시당 위원장은 "전국 대부분의 시·도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합의했고, 논의가 진행 중에 있는데, 대전만 이렇게 예산이 삭감되고 대화도 진행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상급식을 부자급식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동등하게 밥을 먹게 하는 게 왜 부자급식이란 말인가"라면서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분하고 선별해서 밥을 주겠다는 선별급식은 '눈칫밥'이고 '거지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가난하여 자기의 자식이 친구들과 구별되는 것을 보아야 할 때 얼마나 면목이 없고, 가슴이 아프겠나, 적어도 의무교육기간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이러한 구별을 하지 말고,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게 하자는 데 왜 이를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그는 또 김신호 교육감의 교육자로서의 자세를 문제 삼았다. 그는 "김신호 교육감이 대전교육의 수장이라면, 우리 대전지역 아이들이 타 지역보다 더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라게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다른 지역은 다 하는 무상급식을 대전만 못하겠다고 하느냐"면서 "더욱이 서울과 경기는 교육감들이 나서서 무상급식을 하려고 하여 단체장과 갈등은 빚는데, 대전은 시장이 한다는데, 교육감이 반대를 하고 있으니 과연 그가 교육자로서의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교육수장으로서 먼저 나서지는 못할망정 '부자급식', '포퓰리즘' 운운하면서 모든 학부모들의 열망을 매도하는 행위 자체가 '비교육적'이고, '반교육적'"이라며 "심지어 불용예산이 한 해 650억 원이나 되면서 겨우 40억 원이 없다고 '거짓말'을 해서야 어찌 교육자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쏘아 붙였다.

 

그는 특히 김 교육감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의 손에 의해 선출된 공직자가, 그리고 시민의 세금을 운용하는 공직자가, 대부분의 유권자가 원하는 시대적, 역사적 흐름에 거역하면서 어찌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느냐는 것.

 

그는 "숨 쉬는 것 다음으로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나, 우리 아이들이 눈치 보며 밥을 먹지 않도록 하는 것, 초등학교 때부터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구별 받지 않게 하는 것, 우리나라의 미래세대에게 건강한 밥상을 차려주는 것, 그 것이 바로 김신호 교육감이 추구해야 할 교육철학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며 "쓸데없이 '교육철학' 운운하지 말고, 대전시의 제안에 적극 수용하여, 내년부터 무상급식이 실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또 염홍철 대전시장을 향해서도 "그동안 대전시장은 일단 예산을 편성해 놓은 뒤, 무상급식이 무산된 모든 원인을 교육청에 떠넘기는 모습을 취해왔다"며 "이로 인해 과연 대전시가 무상급식을 실시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유선진당 소속 시장이 자신의 공약에 따라 편성한 예산을, 같은 당 소속 시의원들이 모두 삭감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의회와의 사전 조율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시장의 의지가 정확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증거 아니겠느냐"면서 "따라서 이제라도 염 시장이 무상급식을 실시할 의지가 있다면, 시의회와 대전교육청과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전날 염 시장이 '무상급식을 야당들이 정치쟁점화 하여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데 대해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딱 맞는다"면서 "대전시와 교육청이, 그리고 시장과 교육감이 알아서 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이 추운 날 노상에서 농성까지 해 가며 촉구하고 있는데,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은 태만히 하고서 이제와서 입만 놀리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고 개탄했다.

 

그는 끝으로 "무상급식은 어느 정파를 위해서, 또 어느 단체장이나 어느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곧 우리나라의 미래세대의 건강과 복지, 교육을 위해서 실시하려는 것"이라며 "어서 속히 이 문제가 해결되어 우리 아이들이 마음 놓고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는 내년 3월부터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하고, 이에 소요되는 예산을 대전시 50%, 자치구 20%, 교육청 30%의 비율로 분담하자는 제안을 대전시교육청에 제안한 상태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은 검토 후 1월 초에 공식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태그:#무상급식, #김창근, #민주노동당 대전시당, #김신호, #대전교육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