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금리 우대해준 카드론 때문에 신용등급 떨어지다

최근 카드사들의 과당 경쟁으로 인해 카드 대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중이다. 직장인들은 하루에도 몇 통씩 날아오는 카드 대출 광고 문자에 이제 아주 익숙해질 정도다. 당장의 현금흐름에 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은 스팸문자라고 무시하고 넘어갈 만하다.

그러나 현재 몇 개의 신용카드를 돌려가며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카드 대출 문자는 대단한 유혹이다. '고객님은 우수고객으로 9%의 저리로 카드 대출을 이용하실 수 있으십니다'라는 문구는 자신을 여전히 우수고객으로 여기는 카드사의 친절로 착각하게 만들 법하다.

문제는 이렇게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준다는 카드 대출로 인해 향후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간과한다는 점이다. 우수고객이기 때문에 이자율을 우대 적용받았는데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져 버려 다른 대출의 이자율이 올라가거나 신용한도가 축소되는 채무의 악성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카드 대출의 우대금리는 알고 보면 대출영업을 확장하려는 카드사들의 미끼였던 셈이다. 그리고 그 미끼를 덮석 물어버리는 순간 신용등급이 하락해버리면서 카드 대출의 높은 이자율을 그대로 감당하게 된다. 이렇게 황당한 카드사들의 대출 영업이 올해 들어 중산층들에게 크게 늘면서 가뜩이나 담보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으로 재정상태가 엉망인 사람들을 더 한층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세일 중인 카드론, 알고 보니 빚더미였네

최근 카드사들의 과당 경쟁으로 인해 카드 대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중이다.
 최근 카드사들의 과당 경쟁으로 인해 카드 대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중이다.
직장인 A씨는 은행을 통해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전세자금 외에도 급한 돈 쓸 일이 생겼다. 때맞춰 카드사에서 사정을 알기라도 한 듯 200만 원 급전을 이자율까지 할인해 준다는 문자를 받았다. 상담을 해보니 이자율 할인 적용을 받으면 은행이자와 크게 차이 없는 수준으로 빠르게 돈을 빌릴 수가 있었다. 대출 원금은 원리금으로 갚아나가면 되기 때문에 당장 현금흐름에 큰 부담을 줄 것 같지도 않았다.
결국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해 놓은 상태에서 급전 200만 원을 카드론을 통해 빌려썼다. 그러나 얼마 후 은행으로부터 전세자금 대출 한도가 처음 상담 때와 달리 축소되었고 이자율도 상향 조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그 사이 카드론을 썼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전세계약은 이미 해놓은 상태였기에 결국 부족한 전세금은 카드론을 추가로 받아 해결해야 했다. 이자율은 처음 우대 적용과 달리 조금씩 올라가더니 나중에는 카드론 비중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변동금리 적용을 20%까지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으로 중산층들의 카드 사용이 급증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카드 대출 이용까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고위험 신용인 카드론이 올해 들어서만 40% 급증했다고 한다. 카드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가장 큰 요인은 현금 서비스보다 만기가 길어 당장의 연체율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저금리 기조로 카드채 조달금리가 AAo 등급 기준으로 1년 전 5.7% 수준에서 3.9%까지 낮아져 대출 상품의 마진율이 커지면서 카드론 마케팅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중산층들이 담보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의 신용대출을 거의 바닥까지 쓰면서 제 1금융권의 접근성이 점점 하락하고 있는 것도 카드론 시장을 확장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
즉 올 들어 급증한 카드론 실적은 주로 중산층들에 의해 채워져 왔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위의 사례에서처럼 카드론을 이용하자마자 신용등급이 떨어지게 되고 그로 인해 기존의 다른 대출의 금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강간

실제로 카드론을 이용하게 되면 몇 개월 내에 1등급이던 신용등급이 4등급까지 급추락해 버린다. 기존 대출의 금리가 등급 하향 조정으로 인해 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우대 적용받았던 카드론 대출금리마저 몇 개월 지나면 그 우대상품으로 인해 금리폭탄을 안게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거의 카드사들이 소비자들을 농락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용카드 강간이라는 말이 겹쳐질 정도이다.

책 <신용카드 제국 : 현대인을 중독시킨 신용카드의 비밀>(로버트 D. 매닝 저/강남규 역) 겉그림.
 책 <신용카드 제국 : 현대인을 중독시킨 신용카드의 비밀>(로버트 D. 매닝 저/강남규 역) 겉그림.
ⓒ 참솔

관련사진보기

제프씨! 당신은 자신의 카드빚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데 회사 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질문했다. …… 결국 제프는 채용되지 않았다. 그 회사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 제프의 카드빚이 얼마나 불리하게 작용했는지 알 길이 없다. 어쨌든 카드회사는 빚 때문에 취업을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주지 않았다. …… 제프처럼 신용카드 빚을 많이 졌다는 이유로 취업을 거부당한 수많은 대학 졸업생들은 '신용카드 강간'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처지를 빗대어 위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프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수많은 미국대학생은 신용카드 덕에 경제적 자유를 즐기다가 하루아침에 '교수형'을 당하고 있다.
- <신용카드 제국>, 로버트 D. 매닝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을 겪으면서 우리는 카드 사용에 대한 사회적 반성을 경험한 바가 있다. 쓸 때는 달콤하지만 그 달콤함을 너무 즐기다가는 삶 전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경험을 한 것이다. 그러나 조금씩 그 지독한 경험을 잊어버리면서 급기야 올 들어 중산층들마저 카드 사용과 카드 대출 이용까지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대란이 터지기 직전 해인 2002년 당시 경제 활동 인구 1인당 카드 보유 매수가 4.6매였다. 올해는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4.5매의 카드를 발급받아 보유하고 있다. 상황이 그때보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점은 그 당시는 저소득층과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까지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했다는 점이고 지금은 주로 중산층들에게 카드가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계층이 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2003년보다 낫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중산층들이 도대체 카드 발급을 늘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반문한다면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음을 짐작해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카드 대출까지 올 들어 급증하고 있는 현상을 미루어 볼 때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심지어 카드 대출이 개인의 신용 상태 전반을 악화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미국의 대학생들처럼 카드 덕으로 경제적 자유를 즐기다가 하루 아침에 교수형을 당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마케팅에 제동을 거는 사회적 규제가 절실하고 중산층들의 신용사용에 대한 각성이 더 늦기 전에 이뤄져야 할 때이다.



태그:#카드론, #신용등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가계발 금융부실이 크게 우려된다. 채무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수많은 채무자들을 빚독촉의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채무자들 스스로도 이제 국가를 향해 의무만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