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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상품을 사용할 때 늘 강조되는 것은 바로 '약관'이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사용하기 시작할 때 자주 무시되는 것도 바로 '약관'이다.

실제로 카드를 사용하다 생각처럼 할인이 되지 않거나 적립이 되지 않음을 뒤늦게 인지하기 전까지는 약관을 다시 펼쳐 보는 경우는 드물고, 그나마 약관이 버려지지 않고 보관되어 있다면 다행이다.

사전에 동의하는게 아니라 겪으면서 알게 되는 약관

고객들은 약관을 사전에 인지하고 사용을 하기 보다는 약관을 '겪으면서' 알아간다. 소위 체리필터라는 혜택만 쏙쏙 뽑아가는 지능형 소비자라고 해도 약관은 쉬운 대상이 아니다. 카드회사들은 고객들이 약관을 거의 참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나마 찾아보는 고객을 대비한 것인지 암호 수준의 까다로운 글로 채워져 있다. 이후 발생할 수도 있는 법적인 문제를 대비한 면피용,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이유다.

① 이 약관을 변경할 경우 카드사는 그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하여 적용 예정일로부터 14일 이전까지 회원님에게 알리기로 하며, 회원님이 적용예정일까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때에는 변경된 약관을 승인한 것으로 인정합니다.

② 만일 회원님이 약관의 변경을 승낙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카드를 반절하여 카드사에 반납하심으로써 이 약관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회원님은 이 약관 해지 이전에 발생한 모든 카드 사용대금 및 수수료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금지급을 하여야 합니다.

카드 약관의 초기 부분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구절들이다.

① 보름 안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회사 마음대로 합니다.
② 그게 싫다면 카드를 자르세요. 물론 긁은건 갚구요.    

이런 의미를 그럴싸하게 어려운 말로 써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표현이야 어찌되었든 '싫음 말고'식의 자세가 모든 약관의 자세이니 이런 불편한 약속들을 어느 고객이 유심히 들여다보겠는가.

'동의' 외에는 선택이 없는 선택

불평등 조약서를 손에 쥔 카드회사는 일부 특성화된 혜택으로 판매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후 가맹점, 제휴사와의 계약 갱신 문제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혜택을 폐지하거나 축소한다. 고객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감독기관은 '출시한 지 1년이 지나야 하고 6개월 이전에 통보하라'는 것으로 마무리지어 버렸다. 즉, 어떤 것을 하던 6개월 이전에 사전 공지만 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면죄부를 공식화해 버린 셈이다.

과도 경쟁으로 주유 할인의 폭이 리터당 100원을 넘어서기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의 결과로 마무리되었다. 80원 이상 할인, 적립을 금지 시킨 것이다. 이 결정이 누구에게 유리할 것인지는 아주 분명하다. 담합에 불과한 조치이다.

유효기간 동안은 지켜져야 할 약속

신용카드에는 5년의 유효기간이 존재하며, 이는 고객과 카드회사의 약속이라고 볼 때 약속을 하는 당시에 내용은 적어도 유효기간까지 유지되어야 함이 마땅하고 상식이다. 하지만 약관에 한 줄 표시된 '회원에게 제공되는 보너스 포인트 제공 등 카드관련 제반서비스나 기능은 변경 또는 중단될 수 있다'는 문구로 모든 것을 용서받고 있다.

특정 부가서비스 때문에 발급 받은 카드의 혜택이 축소되거나 사라진다면 고객은 비슷한 혜택을 주는 다른 카드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자주 반복된다면 그간 할인받은 금액은 지불한 연회비를 감안하면 거의 의미가 없다. 고객을 유치하는 데만 활용할 뿐인 것이다.


태그:#신용카드, #할인, #적립, #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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