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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일 부활절을 맞이하며 생명과 평화를 갈망하는 신학자 50여명, 목회자 200여명, 개신교인 550여명이 뜻을 모아 '생명과 평화를 여는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을 한 이후, 이에 대한 활동을 평가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자리가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제홀에서 열렸다.

 

'한국 개신교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연합송년회'라는 부제가 붙은 이날 '<2010년 생명평화선언> 활동보고 및 친목의 밤' 모임에는 NCCK 원로그룹,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예수살기, 기독교사회선교연대, 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 기장농목, 예장농목, 감리교농목, 기독자교수협의회 등이 다양하게 참석했다.

 

1부 감사예배에서 이해학 성남 주민교회 담임 목사는 설교를 통해 "오늘날 한국교회는 시대의 아픔을 생각하지 않고 교인수 불리기에 골몰하며 편법과 기교에 능한 교회로 변질되고 있다"며 "이로인해 모든 기독교 성직자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싸구려 약장사로 도매급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해학 목사는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너무 쉽게 민중이라는 용어를 팔아먹고 십자가를 너무 쉽게 지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며 "민중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서 그들과 동화하고 그들 속에서 함께 하는 기도를 시도해 보지 못한 것이 은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부끄러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이 목사는 그러면서 한국 개신교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후배 기독운동가들에게 희망과 바람의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쉽게 인생을 살지 않는 모습이 있었다"며 "어렵고 힘든 환경이지만 병든 역사 속에서 무너진 성을 쌓기 위해서 씨를 뿌리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면서 내일의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교가 끝난 후 "이 어둠의 시대에 흑암의 먹구름이 다시 밀려오고 힘의 무게감이 밀려올 때, 저희들 기교부리는 장난감이 되지 않게 하시고 삶 속 깊이 참되게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이 있게 해 주옵소서"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서광선 목사(이화여대 명예교수)는 회고의 시간에 지난 70년 초반 유신독재를 외치며 민주화운동을 하던 시절, 민청학련 때 생긴 재미난(?) 비화(祕話)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한완상 박사(전 대한적십자 총재)는 철이 없는 30대 중후반이고 저는 철이 든 40대 초반이었는데, 한 박사가 김재준 목사(전 한신대 이사장)에게 '민청학련 관련 성명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광화문에 십자가를 세워서 김 목사님이 못 박혀 돌아가시면 된다'고 말했다"며 "이때 김 목사가 한 박사에게 '한 박사 나이 들면 더 살고 싶어져. 예수님이 몇 살에 못 박히셨는 줄 알아? 바로 당신 나이야'"라고 대답했다. 그때 한 박사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면 오늘 세상이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을 한바탕 웃게 했다.

 

"자유를 위해서 투쟁하고 쟁취했지만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힘이 드는가"라며 운을 뗀 서 목사는 축사의 시간에 "그래도 옛날이 좋지 않았냐.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때가 좋았다. 이 자유라는 것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며 "연평도 사태이후 전쟁으로 평화를 사겠다며 헛된 신념과 망상에 빠져있다 이들이 있다"고 안타까와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는 전쟁 시대 전에 태어나서 전쟁을 겪으며 전쟁이 무서울 뿐만 아니라 필요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며 "다가올 2011년에는 평화의 왕으로 오셨던 예수님처럼 여러분들도 어떻게 하면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지킬 것인가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2부 활동보고 및 제안에서는 <2010 생명평화선언>이 태동하게 된 과정과 활동 결과, 오는 2011년 활동을 포함한 장단기 사업 계획 등이 논의됐다.

 

지난 2009년 12월 28일 기독운동가들의 연합송년회에서 10명의 추진위원을 구성하고 진보신학연대(가칭)로 출발한 <2010 생명평화선언>은 올해 1월 7일 추진위원 첫 모임을 시작으로 3차 초안개정작업을 거쳐 4월 3일 808명(해외 62명)의 뜻을 모아 '생명과 평화를 여는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생명과 평화를 향한 기독교 정신을 이어가고자 목회자, 기독교활동가, 신학자로 100여명의 선언위원을 구성하고 두 차례의 선언위원 대회와 심포지엄을 진행했으며 앞으로의 활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11월 19일 정책위원회 (정책위원 : 권진관 성공회대 교수, 김영철 새민족교회 목사, 김희헌 박사(한국민중신학회), 방인성 함께여는교회 목사, 손은정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윤인중 목사(기장 생태공동체운동본부))를 새로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 1년간의 활동에 대해 기독교 에큐메니칼 진영의 대내외적 절실한 요청에 기초한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활동이었다며 미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실험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단체의 활성화를 통한 연대의 폭을 넓혀가기 위해 ▲ 한국 신학의 내부 정립과 WCC 10차 총회에 맞춰 세계교회에 한국 신학을 알리기 위한 '생명평화신학' 체계 정립 ▲ 2011년 2월 8일을 첫 시작으로 매월 둘째주 화요일 저녁에 '생명평화마당'을 열어 한국 기독교 정체성으로서의 생명평화신앙 확대 ▲ 2011년 종교개혁 주일에 즈음한 범교단적 '생명평화교회'의 연대를 위해 연구 작업 강화 등을 2011년 목표로 정했다.

 

이에 대해 이정배 감신대 교수는 "결국 기독교는 생명과 평화를 말하는 종교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 일이 1회성으로 끝나면 안 되고 분명히 운동으로 엮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이어 "민중신학과 토착화 신학이 가장 한국적인 응답이다. 재미없는 시대에 이런 흐름들을 일으켜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이 운동들을 통해 한국 진보신학의 흐름들을 후배들에게 전함으로 이들에게 자랑이 될 수 있는 모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 기독교 진보 신문 <에큐메니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생명평화선언, #이해학, #서광선, #민청학련, #한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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