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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암중학교 3학년 7반 학생들이 12월 9일 3교시부터 시작된 장애체험학교에서 시각장애를 체험하고 있다.
 동암중학교 3학년 7반 학생들이 12월 9일 3교시부터 시작된 장애체험학교에서 시각장애를 체험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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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너무 꽉 묶었어. 하나도 안 보이니까 잘 가르쳐줘라"
"앞으로 곧장 가다가 왼쪽으로, 또 오른쪽, 그리고 12시 방향으로 틀어서 앞에 장애물 있으니까 조심조심… 다시 왼쪽으로 돌아서 밑에 있는 유도블록 밟으면서 계속 가면돼. 앞에 장애물이 있고 곡선 각도가 심하니까 넘어지지 않게 또 조심하고. 오케이~ 무사 도착(함성 소리)"

학업 공부하기에도 바쁜 중3 학생들이 모여 시각장애체험을 하며 꽤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다. 때론 넘어지고, 장애물에 부딪힐 때마다 '무섭다'고 소리치지만, 끝나고 나서는 한결같이 '참, 어렵고 힘든 체험이었다'며 시각장애인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청천동에 위치한 사단법인 '장애인 자립선언(대표이사 문종권·이하 자립선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회통합 기회를 마련하고자 12월 9일 오전 11시부터 십정동 동암중학교 3학년 7반 학생 40여 명을 대상으로 장애이해 이론교육·시각장애체험·수화배우기·구족화 그리기·휠체어 체험 등을 학교 대강당에서 진행했다.

이날 장애체험학습은 인천시교육청의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청천중학교와 부일여자중학교에 이어 세 번째다.

장애인들 곁에서 마음으로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선생님과 함께 수화로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선생님과 함께 수화로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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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교시 학과수업을 마치고 참석한 학생들은 강당에 펼쳐진 도로형상을 보며 처음엔 낯설어 했지만, 자립선언 이경희 교사로부터 장애인의 삶에 대한 이론교육을 받고 나서는 금방 적응해갔다.

이어서 자립선언 관계자와 부평초등녹색연합 십정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자원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눈을 가리고 보장구 사용법과 거리 행동반경 설명을 들으며 장애인 체험을 하자 장난기는 사라지고 이내 진지해졌다.

시각장애체험을 무사히 끝내고도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장원태 학생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걷는다는 게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비장애인이라는 것에 대해 새삼 고마움을 알게 되었고, 시각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진심으로 그들 곁에서 마음으로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두 팔이 없는 장애체험을 하며 구족화가로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두 팔이 없는 장애체험을 하며 구족화가로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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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교 책임지도를 맡았던 김형표 자립선언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이 실제로 겪는 에스(S)·티(T)자 코스, 휠체어 이동할 때 불편함, 유도블록의 오기 표식, 점형·선형블록의 이용 상 불편함 등을 학생들이 스스로 겪어보면서 이들의 삶을 진정 이해하는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했다"며 "청소년들에게 장애를 올바르게 이해시키고, 장애로 인한 사회적 불편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청소년들에게 공동체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김경숙 동암중 지역사회교육전문가(사회복지사) 또한 "학생들이 때론 장난을 치며 하기도 했지만, 단 한 번의 교육으로 장애인들과 교감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비록 2시간 남짓한 체험학습이지만 장애 용어도 제대로 익히고,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해력을 높이는 데 만족한다. 오늘 교육을 통해 눈이 아닌 가슴으로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눈을 가리고 앞을 걷는 것이 힘들었고, 휠체어를 혼자 타며 턱이 있는 곳을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곁에 있는 사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생활하기 힘들 것 같다.(이하 생략)” 안명진 학생의 소감문 중에서.
 “눈을 가리고 앞을 걷는 것이 힘들었고, 휠체어를 혼자 타며 턱이 있는 곳을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곁에 있는 사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생활하기 힘들 것 같다.(이하 생략)” 안명진 학생의 소감문 중에서.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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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립선언은 앞서 체험교육을 진행하면서 청천중 3학년 10개 학급 341명과 부일여중 3학년 8개 학급 265명에게 장애에 관한 인식상태를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이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장애는 유전된다' '장애인은 불쌍하다'등의 설문 답변도 나와 아직 일반인의 장애에 대한 편협한 '관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경현 자립선언 사업총괄이사는 이에 대해 "특수학급 학생들과 하는 수업이 비장애학생들의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주위의 우려가 있으나, 당사자 학생들은 방해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체험교육 이후 꼴라주(=풀로 붙이는 미술 기법)를 통해 장애인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반성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세상, 차별 없는 세상 만들기라는 공동체의식이 함양된 것 같다"라고 한 뒤, 학교교육이 장애에 대해 지속적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참조.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예절
1. 무엇보다도 먼저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장애를 가졌다는 제한점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
2. 장애인을 만날 때는 자연스럽게 대하고, 오직 그의 요구가 있을 때만 도와주라.
3. 장애인을 도울 때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듣고 행동하는 것이 좋다.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친절이 아니고 쓸데없는 참견이 된다.
4. 잘 모르는 장애인을 보았을 때 주춤하거나 유심히 바라보지 말아야한다. 과잉보호나 과잉염려, 그리고 과잉친절은 금물이다.
5. 동정이나 자선을 당연하듯 베풀면 상처만 남는다. 장애인은 대등한 인간으로 대우받기를 원하며,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어 한다.
6. 장애인에 대해서 앞질러 생각하면 안 된다. 당신은 그의 능력과 관심에 대해 얼마나 잘못 판단하고 있는지 놀라게 될 것이다.
7. 언어장애가 있을 시 말을 중단시키거나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 장애인은 그 자체로 불쾌하게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장애인자립선언, #장애체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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