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토바이를 타면서부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시인이 됐다. 음악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됐다. 철학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됐다. 또 진짜 사랑이 뭔지를 알게 됐다.

멋을 아는 동무들과 소박한 소풍을 다니며 앞 동무의 머플러 배기음에서 록큰롤을 느끼기도 하고 뒤에 따라오는 동무의 머플러 배기음에서는 헤비메탈을 느껴보기도 한다. 또는 자진모리에서 휘모리로 진양조에서 중중모리로 숨 가쁘게 넘나드는 엇박자의 투박하고도 질감 있는 그런 배기음 속에서 또 다른 음악을 해석 해내고는 한다.

산꼭대기 아늑한 숲 속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향긋한 커피 내음과 진한 풀 내음을 맡으면서 함께한 벗과 도란도란 이야기 꽂을 피우며 어느덧 시인이 되어간다.

내 고향 강원도 홍천을 지나
▲ . 내 고향 강원도 홍천을 지나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미시령 넘어가는 길목에서
▲ . 미시령 넘어가는 길목에서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혼자 여행을 떠나 바닷가에 쪼그리고 앉아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노자를 이해하게 되었고 "山是山(산시산)이요 水是水(수시수)"라는 성철스님의 말씀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 홀로 조금은 먼 곳으로 떠나 가다 쉬다를 반복해가면서 커다란 나무 밑에 앉아서 담배 한가치 입에 물고 공자는 왜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벼슬을 구걸했을까?도 생각해 보며 장개석은 왜 모택동한테 패해서 중국이 공산화가 됐을까?를 생각해보면서 미친놈마냥 먼 산을 한참을 바라보며 앉아있기를 여러 번이다.

그리고 휴게소에서 각각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의 군상을 보면서 그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껴보기도 한다. 또는 비릿한 내음에 토악질을 느끼며 도착한 어느 항구에서 순박한 고기 잡는 부부와 함께하면서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사람이 자꾸 좋아진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가 보다.

속초 가진항에서 어부의 여유로움과 함께
▲ 가진항 속초 가진항에서 어부의 여유로움과 함께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소식 좀 주오.

지난 봄,
탱자나무 아래 옷고름 수줍게 풀어주던 임
서늘해지면 오신다던 그 약속 다 믿지는 않습니다.

어느새 풀벌레 울고 메뚜기 뛰노는데
제 마음은 벌써 서늘한 바람 따라 동동 떠다닙니다.
오신단 약속 못 지키겠거들랑 옷고름이라도 보내주소서.

가슴에 서린 시름 따라 일렁이는 조각배로
목덜미에 임께서 남긴 채취 이정표삼아 떠나려 해도
무심도하지, 바람이 없고 달빛이 없어 떠나질 못합니다.

못 오시겠거들랑 옷고름에 몇 자 소식이라도 보내주소서.

가롤로 趙 相衍

고즈넉한 두물머리에서 사색을 즐기는 부부
▲ 두물머리 고즈넉한 두물머리에서 사색을 즐기는 부부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一切唯心(일체유심)이요 心外無物(심외무물)"이라 하였거늘,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이들에 대한 가슴을 후벼 파는 그리움은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대상에 연민의 情(정)을 느끼고 그리워하며 속을 끓이는지 모르겠다.

순간순간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목구멍을 타고 신물이 울컥 올라오는 쓰디쓴 토악질을 느낀다. 하늘은 눈이 부셔 똑바로 바라보지를 못하고 다정(多情)도 병 이련가? 어이하면 좋을꼬? 찬물로 입을 헹구어내도 입안에 맴도는 그리움의 쓰디쓴 신물이 가시지를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오토바이를 즐기는지 만으로 25년이 되었습니다. 시속 150까지 나가는 오토바이지만 아직까지 100킬로 이상을 달려본 적이 없습니다. 천천히 달리면 항상 봐오던 풍경도 달라 보이기 마련이지요. 저희 학교 다닐 적에는 비 내리고 눈 내리는 날 우산도 없이 시 한 수 웅얼거리며, 모자 뒷주머니에 찔러 넣고 다니는 이것도 멋이라고 하고 낭만이라고 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멋이, 낭만이 밥 먹여 주냐?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밥만 먹고는 못 살겠습니다.



태그:#오토바이, #시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