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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할머니들의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와 왁자지껄한 웃음이 하루종일 끊이지 않는 평창 5일장에는 사람 사는 세상의 살맛나는 풍경이 닷새마다 한 번씩 펼쳐진다.

매달 5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 일년에 71번 장이 서는 평창 5일장은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시내 중심가 재래시장 입구에서 펼쳐진다. 바로 옆에 위치한 버스터미널에서 내린 할머니들이 집에서 가지고 나온 고추와 밤, 고구마, 감자, 산나물을 가지고 200여 미터 남짓 늘어선 장터로 들어선다. 그러면 할머니들의 손길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채가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점심 밥 값 하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손자, 손녀들 용돈도 주고 쌈지돈 불려가는 재미에 추운 날씨에도 바람막이 하나 없는 장터에 쭈그리고 앉아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더러는 오랫만에 만나는 예전에 한 동네 살던 노인들을 만나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또 만난다며 서로의 연락처를 물어보고 그 시절 추억에 잠겨 장바닥에 주저 앉아 막걸리를 기울이는 모습도 보게 된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이젠 서로의 안부를 물어가며 매주 보이던 단골들이 나타나지 않으면 궁금해 할 정도의 장꾼들과 손님 사이도 예사롭지가 않은 것이 시골 5일 장터의 또 다른 매력이다.

평창 오일장터에서 만난 시골 할머니들이 오랫만에 서로 만나 세상사는 이야기를 주고 받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 평창 오일장 평창 오일장터에서 만난 시골 할머니들이 오랫만에 서로 만나 세상사는 이야기를 주고 받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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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 입구에 늘어선 과일노점상, 바구니에 가득한 탐스런 연시가 시골 아낙들의 발걸음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 평창오일장 오일장 입구에 늘어선 과일노점상, 바구니에 가득한 탐스런 연시가 시골 아낙들의 발걸음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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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야채장사의 천막안, 오이, 가지, 깨소금, 호박, 버섯 등 없는게 없는 장터의 야채 전문노점으로 오랫동안 이자리만 고수하고 있다.
▲ 평창오일장 단골 야채장사의 천막안, 오이, 가지, 깨소금, 호박, 버섯 등 없는게 없는 장터의 야채 전문노점으로 오랫동안 이자리만 고수하고 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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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입구 모습이다. 차와 사람과 장꾼들이 모여들어 복잡하지만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 평창오일장 장터 입구 모습이다. 차와 사람과 장꾼들이 모여들어 복잡하지만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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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어물과 견과류를 파는 비닐 주머니가 수북하다. 멸치와 땅콩까지 밑반찬 꺼리가 눈을 즐겁게 한다
▲ 평창오일장 건어물과 견과류를 파는 비닐 주머니가 수북하다. 멸치와 땅콩까지 밑반찬 꺼리가 눈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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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은행이 싱싱한 때깔을 보여주고 있다. 원산지 표시를 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 평창오일장 밤과 은행이 싱싱한 때깔을 보여주고 있다. 원산지 표시를 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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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세분이 물건 값을 흥정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고 있다.
이곳에서의 할머니와 손님은 모두 이웃이다.
▲ 평창오일장 할머니 세분이 물건 값을 흥정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고 있다. 이곳에서의 할머니와 손님은 모두 이웃이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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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는 늘 북적인다. 산골에서는 육고기보다 생선이 귀한 대접을 받는다.
▲ 평창오일장 생선가게는 늘 북적인다. 산골에서는 육고기보다 생선이 귀한 대접을 받는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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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 먹거리가 빠질 수 있겠는가. 떢복이와 어묵꼬치,순대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다
▲ 평창오일장 장터에 먹거리가 빠질 수 있겠는가. 떢복이와 어묵꼬치,순대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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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김장철이다. 젖갈장사가 이맘때쯤 대목을 보려는지 두 군데나 펼치고 있었다
▲ 평창오일장 바야흐로 김장철이다. 젖갈장사가 이맘때쯤 대목을 보려는지 두 군데나 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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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손전등을 비롯한 잡동사니를 파는 노점, 주인은 안보이고 라디오 소리만 흘러 나왔다
▲ 평창오일장 라디오 손전등을 비롯한 잡동사니를 파는 노점, 주인은 안보이고 라디오 소리만 흘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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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오일장의 특별한 올챙이 국수(올챙이묵) 한 그릇에 이천원이다. 담백한 게 먹고 돌아서면 푹 꺼진다.
▲ 평창오일장 평창오일장의 특별한 올챙이 국수(올챙이묵) 한 그릇에 이천원이다. 담백한 게 먹고 돌아서면 푹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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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지방의 특별한 음식중에 하나인 올챙이묵은 처음에 그 음식 이름을 듣는 사람들은 올챙이를 갈아서 만든 것으로 생각해서 그걸 어떻게 먹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올챙이묵은 옥수수를 갈아서 도토리묵을 쑤듯이 솥에서 고아서 굳어진 것을 국수를 내리듯이 체로 눌러서 내리고 마지막에 떨어지는 모양이 올챙이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할머니가 장날마다 빚어 나오는 김치 만두, 즉석에서 끓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 평창오일장 할머니가 장날마다 빚어 나오는 김치 만두, 즉석에서 끓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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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명물, 메밀전과 메밀전병, 이천원어치면 배부르다.
▲ 평창오일장 평창의 명물, 메밀전과 메밀전병, 이천원어치면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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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의 산지답게 겉저리한 배추가 들어간 메밀전과 얇게 여민 메밀전을 부치고 그속에 김밥 속을 넣듯이 속을 넣어 만들어 일명, 촌떡이라고도 불리는 메밀전병. 평창만의 특별한 맛을 자랑하고 있어서 재래시장 안에는 메밀전 골목이 생겼을 정도로 전국에 명성이 높다. 그 맛 또한 담백하고 소화도 잘 되고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인기라서 택배 주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무와 배추를 차에 싣고 와서 파는 농민, 값이 훨씬 싸고 싱싱하다.
▲ 평창오일장 무와 배추를 차에 싣고 와서 파는 농민, 값이 훨씬 싸고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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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김장철답게 무와 배추를 차로 가득 싣고 나와서 농민이 직접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비싸게 김장하는 도시 사람들과는 달리 농민이 직접 생산한 무 배추와 속 버무리는 데 쓰이는 고춧가루와 양념까지 한꺼번에 싸게 장만할 수 있어서 5일장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사람들로 북적인다. 겨울이 길고 유난히 추운 지역인 탓에 내복과 두툼한 겨울옷을 내다 파는 상인들의 모습도 부쩍 늘었다.

가을에 추수한 태양초를 팔러 나왔다. 한쪽에 마늘도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 평창오일장 가을에 추수한 태양초를 팔러 나왔다. 한쪽에 마늘도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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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테이프를 파는 노인은 연신 흘러 나오는 노래에 귀를 세우고 공구상과 장기삼매경에 빠져 있다.
▲ 평창오일장 카세트테이프를 파는 노인은 연신 흘러 나오는 노래에 귀를 세우고 공구상과 장기삼매경에 빠져 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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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 모인 촌로들은 재래시장안 부치기 가게로 향하거나 메밀로 만든 칼국수에 막걸리 한 잔을 걸치기 위해 자리를 잡는다.

고구마, 양파, 나물 종류를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 아직 개시도 제대로 못한 표정이다
▲ 평창오일장 고구마, 양파, 나물 종류를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 아직 개시도 제대로 못한 표정이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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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천 원어치를 사도 덤을 듬뿍 얹어 주는 5일장은 값싸고 넉넉한 인심 때문에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면 출출해지는 속을 달래기 위해 떢복이와 도너츠, 가락국수와 어묵을 파는 난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몇 년째 한자리에서 콩나물과 두부를 팔고 있는 한 아줌마는 "요즈은 솜님이 별로 없다. 경기가 안 좋다는 게 장터에 나온 사람들 수가 줄어든 걸 보면 금방 알 수 있다"며 "언제나 경기가 풀릴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래도 인심인 야박할 수 없어서 덤은 더 넉넉히 준다고 밝혔다.

체와 키, 비짜루까지 시골살이에 꼭 필요한 물건들이 아낙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 평창오닐장 체와 키, 비짜루까지 시골살이에 꼭 필요한 물건들이 아낙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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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재래시장 입구, 최근에 리모델링해서 간판과 시장안 풍경이 훨씬 밝아졌다. 메밀빈대떡 파는 집에 열집도 넘는다
▲ 평창오일장 평창재래시장 입구, 최근에 리모델링해서 간판과 시장안 풍경이 훨씬 밝아졌다. 메밀빈대떡 파는 집에 열집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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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5일장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세월을 지나 오느라 허기로운 가슴에 술 한잔 기울이며 회포를 푸는 사람 사는 세상의 가장 아래로부터 작은 행복과 감동을 만들어 가는 어울림 마당이자 세상을 향한 소통의 공간이다. 그래서 오일장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오는 사람살이의 가장 아름다운 풍결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태그:#평창오일장, 평창재래시장,강원도평창, #시골장터, 메밀전,메밀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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