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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수 대표를 비롯한 진보신당의 전국 광역시도당 위원장들이 18일 오전 11시 30분 컨테이너박스로 막혀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승수 대표를 비롯한 진보신당의 전국 광역시도당 위원장들이 18일 오전 11시 30분 컨테이너박스로 막혀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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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프레임은 쇳덩어리이기 때문에 맞으면 뇌진탕으로 죽을 수도 있다, 실제 프레임에 맞아 기절해 입원한 노동자도 있었다."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 중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지난 15일 시트공장 농성 진압과 17일 2, 3공장 진압 당시 사측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대자동자 비정규직노조와 울산지역 인권단체 등은 18일 오전 11시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원 폭행에 대한 현대차의 해명과 사과, 사법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증언을 통해 "지난 17일에도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을 마구 폭행하고 도망치는 '묻지만 폭력'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며 "폭행 당해 병원에 입원한 비정규직이 5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몇 명은 중상을 입기도 했다.

울산지역 27개 인권시민사회단체와 진보신당은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의 무차별 폭행을 규탄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를 비롯한 전국 광역시도당 위원장 등 20여 명은 18일 오전 11시 30분 현대차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노동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장원삼 사무총장 등 최고위원 전원이 18일 오후 울산을 방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정규직화를 촉구했다. 또 이들은 오는 21일 오후 3시 울산에서 1000여 명이 참가하는 전국 당원결의대회를 개최해 폭력을 규탄하고 정규직화를 촉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4당은 진상조사단을 구성, 20일경 울산을 방문해 공권력과 사측에 의한 불법노조탄압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파업 유도 의혹 제기돼

경찰의 현대차비정규직노조 파업 대비 문건
 경찰의 현대차비정규직노조 파업 대비 문건
ⓒ 불견파견 울산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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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비정규직노조 전태곤 시트1부 대표는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15일 농성 당시의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오전 5시 공장 문이 폐쇄돼 '일해야 한다'는 일념에서 담을 넘어 들어가니 사측 관리자가 안내하듯이 손짓으로 유도했다"며 "손길따라 유일하게 열려 있는 창문으로 31명의 조합원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공장 안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어 의아했다"며 "사측이 농성계획을 미리 알았는데도 너무 조용해 불안하게 1시간을 공장 안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시간 뒤 300여 명이 들이닥쳤고, 소화기를 터뜨려 아무것도 안보이는 상태에서 주먹과 쇠붙이 등으로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며 끌려나왔다"며 "용역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너희들 다 죽여버린다. 눈 뜨면 죽인다'며 무자비하게 때리며 끌고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끌려나오는 15분이 무지하게 길게 느껴졌다고도 했다.

더 이상한 일은 그 다음에 발생했다. 그는 "끌려나온 문 앞에는 경찰차가 대기 중이었는데, 회사 관리자가 경찰차 좌석에 앉혔고 경찰은 아무 말도 없었다"며 "경찰에게 '어디가냐'고 물으니 '현행범이라 체포한다"고만 했다. 맞아 피를 흘리는 조합원도 있었는데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이와 관련 불법파견울산대책위는 울산중부경찰서의 '시트사업부 동성기업 폐업관련 경비대책'을 공개하고 '13일 수결, 11월 15일 시행'이라고 적혀 있어 사전에 경찰과 사측이 모종의 준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대책 문건에는 "11월 14일 오후 6시부터 현장 주변을 수색해 시위용품 및 위험물을 회수하고 시트1부 1공장, 2공장 정문에 컨테이너 4개 및 버스 7대를 배치하고 관리직을 동원해 불법행위를 대비한다. 사소한 불법행위라도 초기에 단호히 법집행한다"고 적혀 있다.

또 "현대차는 11월 15일 오전 6시 30분 노조측의 납품 차량 진·출입 저지를 예상해 컨테이너 4개, 버스 7대 등으로 정문을 차단하고 경비원을 동원해 미체결 노조원들의 출입을 저지한다. 관리자 760여 명을 동원해 납품차량의 이동선인 오토밸리로 등에 대기한다. 오토밸리로 승차 대기 200명, 정문 260명, 1공장 내 200명, 예비대 100명..." 등 구체적인 인원동원 현황을 적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사측은 비정규직지회를 자극해 파업을 유도하고 불법파업의 족쇄를 채운 뒤 고소고발과 체포 영장, 징계·해고 등의 비열할 방법으로 투쟁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을 시도하려나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8200명의 비정규노동자를 정규직화하는 데는 2500억~3000억 원의 추가 경비만이 들 뿐인데도 '정규직화하면 회사가 망한다'며 여론을 호도하려 한다"며 "5조 원 가량이 든다는 현대건설 인수에도 나섰던 현대차가 이들을 정규직화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와 울산인권연대 관계자는 "지난 12일 파업을 결의했지만 15일에는 잔업 거부만을 지침으로 내린 상태였다"며 "폐업에 맞서 일하겠다는 각오만으로 공장에서 농성했지만 무자비한 폭행과 납득 안되는 연행이 파업을 불러왔고,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 잘 짜여진 각본 같다"고 말했다.

"조끼만 입으면 때려..."

지난 17일 2, 3공장을 점거한 노조원들을 사측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쇠볼트를 넣은 목장갑. 이같이 볼트와 너트를 넣은 목장갑으로 무차별 폭행이 이뤄졌다고 비정규직 노조는 주장했다.
 지난 17일 2, 3공장을 점거한 노조원들을 사측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쇠볼트를 넣은 목장갑. 이같이 볼트와 너트를 넣은 목장갑으로 무차별 폭행이 이뤄졌다고 비정규직 노조는 주장했다.
ⓒ 현대차비정규직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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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의 비정규직 연행과정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비정규직노조는 1공장에 이어 17일  2, 3공장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다 사측에 제압 당했다. 이 과정에서는 쇠볼트와 너트 등을 넣은 목장갑으로 노동자들을 타격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비정규직노조는 주장했다.

이후 용역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을 봉고차에 실어 갔는데 2km 가량 떨어진 동구 예전만 부근에서 이미 경찰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노동자들을 인계해 현재 동부경찰서에 구금했다.

특히 현대차 울산공장 안은 물론 밖에서도 '묻지마 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용역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이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을 마구 폭행하고 도망치는 일이 17일 오후 수차례 있었다는 것. 노조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무차별적인 폭력과 납치가 횡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은 용역들을 비호하며, 철저하게 현대차 사측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용역이 납치한 노동자들을 그냥 그대로 넘겨받아 연행해 가버리는 경찰의 작태는 대한민국 경찰이 자본과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울산인권운동연대 등 27개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법원의 잇따른 판결로 위기감을 느낀 현대차는 하청업체 폐업을 유도해 지금의 파업투쟁을 촉발케 했다"며 "파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비정규직을 회사 밖에서 기다리다 무차별 폭행, 많은 노동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파업의 불법 여부를 떠나 파업 참가 조합원을 강제로 연행하고 경찰에 인계하는 행위는 납치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며 "묻지마식 무차별 폭행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심각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울산인권단체들은 현대차의 해명과 사과, 용역업체를 동원한 테러시도 중단 및 재발방지 약속, 폭력과 납치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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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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