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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 단풍 두고 빨리 갈 수 있겠어?"

 

단풍이 아름다운 본연의 색으로 깔끔하게 물드는 이유는 낮과 밤의 일교차 때문입니다.

 

이는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에서 달군 쇠를 빼내, 찬물에 넣을 때 나는 '치지 직~' 식는 쇳소리가 철에게 강인함을 얻는 이치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야, 사람 많네. 사람 모으는 데는 단풍만한 게 없는 것 같아."

 

지난 주 일요일, 전북 고창 선운사 단풍은 지나가는 사람의 말처럼 매력 덩어리였습니다. 문수사 단풍이 절제된 아름다움이라면 선운사 단풍은 개울이 있어 완성미가 높은 화려함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선운사 절대 단풍의 절정, 이번 주와 다음 주

 

아내가 바위에 앉아 사색을 즐기고 있더군요. 뒤에서 몰래 다가가 놀래 키려는데 누군가가 제 팔을 붙잡지 뭡니까. 예상치 못했던지라 깜짝 놀랐지요. 지인이더군요. 참 좁은 세상입니다. 같은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다니.

 

"아니, 어쩐 일이세요?"

"친구 부부와 선운산 등산하고 내려오는 길이야. 선운사 단풍이 우릴 부르더라고."

 

그렇습니다. 선운사 단풍이 부르는 소리에 저희 가족과 아내 친구 가족이 함께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지요.

 

"선운사 단풍은 아직 절정이 아니네. 작은 나무는 단풍이 들었는데, 큰 나무는 아직 단풍이 덜 피었어."

 

그렇습니다. 선운사 단풍은 이번 주말, 혹은 다음 주가 절정이지 싶습니다.

 

 

"천천히 가. 이런 단풍을 두고 빨리 갈 수 있겠어?"

 

단풍 구경 후 내려오다, 앞서 가던 중년 여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남자들이 우리가 늦었다고 화낼라, 빨리 가자."

"그냥 천천히 가. 이런 단풍을 두고 빨리 갈 수 있겠어? 남자들이 화내면 핑계대자고."

 

"어떻게?"

"단풍에 취해 있는데 남자들이 말을 걸대. 그것도 뿌리치고 온 우리한테 화를 내? 멋진 남자들도 버리고 잘 서지도 않는 사람에게 왔는데…."

 

그러면서 서로 보며 "맞다, 맞다"하고 희희낙락이더군요. 그 모습에 허허 웃음이 나오더군요. 선운사 단풍은 이렇듯 별 희한한 핑계거릴 제공하는 아름다움 자체였습니다.

 

가족과 함께 선운사 '절대 단풍'을 구경하는 것도 잃은 점수 따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습니다.

 


태그:#단풍, #선운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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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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