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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조사들이 남당리 바닷가에서 망둥어를 낚고 있다.
▲ 망둥어 낚시 많은 조사들이 남당리 바닷가에서 망둥어를 낚고 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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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를 열심히 살고 하루쯤 여행할 수 있다면 괜찮은 삶이다. 11월 첫 주 일요일 아침 카메라를 차 뒷좌석에 싣고 시동을 걸었다. 점심은 홍성 남당리 대하 축제장에서 먹기로 했다. 충청도 내륙에서 바다는 늘 동경의 대상이다. 최종 목적지는 안면도 꽃지 공원.

"여기는 망둥어 밭, 한 번 먹어볼튜" 

말려 먹어도 맛 있고, 회로 먹어도 맛이 있다는 망둥어
▲ 망둥어 말려 먹어도 맛 있고, 회로 먹어도 맛이 있다는 망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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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당진까지 새로 난 고속도로로 접어드니 예산까지 1시간도 안 걸렸다. 예산을 지나 홍성 남당리까지도 막힘없이 길이 뚫려 일사천리로 도착했다. 남당리 바닷가는 마침 썰물 때라서 낚시꾼들이 망둥어를 잡으려고 입질 좋은 곳에 몰려 있다.

"여기는 망둥어 밭이유. 좀 전에 낚시 왔는디 한 번 볼튜?"

카메라를 들이대는 내게 한 조사가 낚은 망둥어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양동이에는 스무 마리쯤 되어 보이는 망둥어가 몸을 포개고 있다. 그 중에 아직 숨이 남은 망둥어가 퀭한 눈으로 노려보더니 발버둥을 친다.

"요거 쫀득쫀득하게 말려서 먹으믄 끝내주지요. 회로 먹어도 맛있어요. 망둥어 회 한 번 먹어 볼튜?"

옹기종기 모여 소주 한 잔을 곁들이고 있는 태공들이 후한 인심을 선사한다. 그 인심을 받아들이고 싶었으나 망둥어 대가리가 접시에 잘린 채 달랑 남아 있는 바람에 살며시 뒤로 빠졌다.

망둥어 두 마리가 밧줄에 걸려 몸부림치고 있다.
▲ 망둥어 망둥어 두 마리가 밧줄에 걸려 몸부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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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에 걸린 망둥어
▲ 망둥어 밧줄에 걸린 망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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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태공이 망둥어 두 마리를 동시에 낚았다. 뭍으로 끌어올리다가 실수하여 선박을 묶어 놓은 밧줄에 걸리고 만다. 빼내려고 애써보지만 밧줄에 엉켜 힘겹다. 결국 낚싯줄을 끊어버린다.

"어따, 그 놈들 자연 건조되는구만! 어차피 말릴 거, 제대로 마르겠는 걸?"

실수를 만회하며 농담으로 위안 삼는 조사의 말투가 너무나 밉다. 망둥어 두 마리가 밧줄에 매달려 몇 차례 몸부림치더니 이내 빳빳하게 굳어진다.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데 마음이 무겁다. 저 망둥어들은 전생에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삼대가 모여 해산물을 줍고 있다.
▲ 가족 삼대가 모여 해산물을 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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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로 남당리 앞 갯벌이 넓게 드러난다. 많은 분들이 해산물을 줍고 캔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장면을 포착한다. 삼대가 어우러져 갯벌에서 고동을 줍고 있다. 특히 아기를 등에 업고 아내와 두 아이와 부모님을 대동한 가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가족'의 모습이다.

남당리는 대하 축제로 성업 중이다.
▲ 대하 남당리는 대하 축제로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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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가 빨갛게 익고 있다.
▲ 대하 대하가 빨갛게 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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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어가 먹음직스럽게 익고 있다.
▲ 전어 가을 전어가 먹음직스럽게 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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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로 한다. 대하 축제 현장에 왔으니 고민없이 새우를 주문했다. 식당 아줌마는 대하를 냄비에 넣기 전에 대하가 담긴 용기를 빙빙 돌린다. 대하가 기절해야 냄비 안에서 파닥거림이 덜 하단다. 소금 냄비에 들어간 대하가 조용할 리 없다. 냄비 뚜껑이 들썩거리면서 요란하더니 잠잠해진다. 소금 위에서 대하가 빨갛게 익는다. 살아있는 것들이 내 앞에서 죽어간다. 침을 삼키면서도 대하에게 미안하다. 서비스로 내주는 전어가 구미를 당긴다.

남당리에서 안면도로 향한다. AB지구 간척지를 지나 꽃지 공원에 도착한다. 길거리 가수가 공원 앞에서 듀엣으로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해산물 장수, 각종 먹을거리 장수들이 백사장 길목마다 성업 중이다. 새우깡을 낚아채려는 갈매기들의 식탐이 분주하다. 가을 햇살, 해풍, 해조음이 조화된 백사장을 걸었다.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느낌으로 발걸음이 가볍다.

곧추 선 버스 위의 저 여인 , 누굴 기다리나

작가는 이 작품에서 무엇을 드러내고 있는 걸까?
▲ 폐버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무엇을 드러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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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듯~
▲ 폐버스 시간이 멈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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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 폐버스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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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여인
▲ 폐버스 기다리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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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여인
▲ 폐버스 기다리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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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안면도 조각 공원이라는 곳에 발길을 멈춘다. 폐버스 한 대가 바닥을 드러낸 채 수직으로 서 있다. 그 위엔 기다림에 젖은 한 여인이 바다를 향해 앉아 있다. 작가는 보는 이에게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정지된 버스 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 기계 문명을 뛰어넘는 인간 본연의 순수를 드러내고 싶었을까?

여행은 정신의 산소다. 일주일 중 엿새를 같은 공간에서 지내며 갇히거나 움츠러든 오욕칠정을 열고 펴는 과정이 여행이다. 길 위에 있는 나, 산과 바다에 있는 내가 아니라면 한 주일을 어떻게 견딜까? 가을이 깊어갈수록 여행도 뜻 깊다.


태그:#남당리, #꽃지, #망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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