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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성남시민과 함께하는 희망음악회-국악과 힙합의 만남’이라는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 산사음악회 ‘제2회 성남시민과 함께하는 희망음악회-국악과 힙합의 만남’이라는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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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분당선을 타고 가다 경원대역 혹은 태평역에 내려 성남 중앙시장에서 77번 마을버스를 타고 가파른 산자락을 딛고 우뚝우뚝 치솟은 아파트 숲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다 보면 언덕 끝자락 왼편에 아담하게 보이는 절이 하나 있다. 이곳이 효림 스님이 주지로 있는 성남을 대표하는 봉국사다.

봉국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직할교구로 조계사 말사다. 이 절은 1028년 고려 현종 19년에 법현선사가 처음 세웠으며, 한때 폐허가 된 것을 1395년 조선 태조 4년에 담화(曇華) 스님이 태조 이성계의 명을 받아 다시 손질해 문을 열었다. 그때 절 이름은 알 수 없고, 지금 이름인 봉국사로 바뀐 것은 1674년 현종 15년 때인 것으로 보인다.

현종은 이때 일찍 이 세상을 떠난 명혜(明惠)와 명선(明善)이란 두 공주 명복을 빌기 위해 두 공주 능 옆에 있었던 이 절을 금강산에 머물던 일축(日竺) 존자에게 고쳐 짓게 했다. 1924년에는 권두창(權斗昌)이 다시 고쳐 짓고, 1932년에는 이춘성(李春城)이 서울특별시 삼청동에 이 절 암자를 지었다.

1958년에는 비구니 법운(法雲)이 다시 고쳐지었으며, 1967년에는 혜성(慧星)이 삼성각을 세우고, 1969년 4월에 요사채를 새로 지었다. 1974년에는 법당을 뜯어 다시 고쳐 짓고 목조 불상에 금칠을 다시 했으며, 1977년 5월에는 3층 석탑과 석등을 세우면서 태국에서 모셔온 부처님 진신사리 1과를 봉안했다. 1981년에는 만해선사 유일한 제자인 춘성 스님 사리를 모신 부도탑과 행적비를 세웠으며, 미륵보살 화신인 포대화상 불사 및 심검당을 고쳐 지었다.

지금 있는 건물로는 일주문과 대광명전, 삼성각, 심검당, 범종루, 요사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대광명전은 1674년에 지은 건물로 1980년 6월 2일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01호로 지정되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맞배지붕인 이 건물은 목조 아미타불을 모신 것이 특징이다. 그 좌우에는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절을 꽤 길게 이야기하는 까닭은 오는 23일(토) 이 절 마당에서 성남 시민들과 함께 하는 희망음악회인 '산사음악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깊어가는 가을날 주말, 동무들과 함께 혹은 애인이 있다면 가을바람처럼 옆구리에 끼고 이곳에 가서 절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도 훑어보고 산사음악회에 참석한다면 기억에 오래 남는 가을 추억 하나 건지지 않겠는가.  

봉국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직할교구로 조계사 말사다.
▲ 봉국사 봉국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직할교구로 조계사 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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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과 힙합 즐기며 '희망'이란 솥단지 하나 마음에 새기자

"여기 솥이 하나 있는데 겨자씨 하나를 넣어도 남거나 모자라지 않고 이 우주법계를 다 넣어 삶아도 남거나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솥으로 음식을 끓이면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학식이 있거나 없거나 빈부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 퍼먹어도 역시 남거나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숟가락을 줘도 떠먹지 못하고 솥뚜껑만 봐도 십리 밖으로 달아나 빼빼 마르고 있으니 이 또한 무슨 도리입니까?"-효림 스님 '모십니다' 몇 토막

산과 들이 온통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드는 깊어가는 시월 네 번째 주말을 맞아 성남 봉국사에서 '제2회 성남시민과 함께하는 희망음악회-국악과 힙합의 만남'이라는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오는 23일 오후 5시 수정구 태평동 봉국사 야외특별무대에서 열리는 '2010 가을을 희망으로 물들입니다'가 그것. 

마치 과거와 현재처럼 '국악과 힙합'이라는 독특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이번 산사음악회는 대한불교조계종 성남 봉국사가 주최하고 봉국사 예술단과 (사)성남민예총이 주관한다. 후원은 성남시와 농협성남물류센터, 성남시사암연합회, (사)성남예총, 성남평화연대,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성남여성연대, 불교TV, 아름방송, 성남투데이 등.

14일 저녁 때 봉국사에서 만난 효림 스님은 "그날 이 자리에서 한 생각 척 내려놓고 노래가 나오면 박수치고 춤추는 이는 그 도리(솥)를 알 것이나 금 숟가락을 들었다고 금에 미쳐 장단을 맞추지 못한다면 좋은 음식을 앞에 두고 구경이나 하는 꼴"이라며 "음과 가락이 자신을 낮추어 음악 속에서 조화를 이루듯 봉국사의 융정(모든 것을 다 녹이는 솥)도 그러하다"고 말했다.  

마치 과거와 현재처럼 ‘국악과 힙합’이라는 독특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이번 산사음악회는 대한불교조계종 성남 봉국사가 주최하고 봉국사 예술단과 (사)성남민예총이 주관한다.
▲ 산사음악회 팸플릿 마치 과거와 현재처럼 ‘국악과 힙합’이라는 독특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이번 산사음악회는 대한불교조계종 성남 봉국사가 주최하고 봉국사 예술단과 (사)성남민예총이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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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쓰일 배를 만들고 있다
▲ 봉국사 산사음악회 행사에 쓰일 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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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음악회에서 '지혜의 샘' 찾아 맘껏 마시고 어우러지자 

"이번 음악회 주제를 '희망'으로 정했습니다. 이는 음악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국악과 힙합이, 이 종교와 저 종교가 화합하며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어우러지는 것 자체가 희망이며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날부터 봉국사 신도님들이 뜻을 모아 '불우이웃돕기'를 통해 자비를 실천한다고 하니 더욱 따뜻한 자리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성남시장 이재명 '인사말' 몇 토막

민요 '신청춘가'를 국악 반주와 민요, 힙합으로 새롭게 창조하는 이번 행사에는 일반시민을 비롯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각계 인사 등 3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한다. 출연진은 구산 스님과 창작타악 '울림', B-BOY그룹, 가수 손병휘, 동물원, 신명화, 도시아이들, 만소 스님, 신모듬, 조애란 등.  

저녁 5시부터 열리는 제1부 식전행사는 성남을 대표하는 풍물패 '우리마당'이 길놀이와 판굿을, '소리사랑'이 민요공연을, 봉국사 합창단이 노래 및 찬불가를 부르며 문을 연다. 저녁 6시부터 열리는 제2부 본 행사에는 효림 스님이 나와 개회사를 한 뒤 구산 스님이 법고를, 울림이 창작타악 '어랑어랑'을, B-BOY그룹이 힙합1 'DREAMS CREW'를, 가수 손병휘가 포크송1 '나란히 하지 않아도'를 가을바람 속에 싣는다.

포크송2는 동물원이 나와 '널 사랑하겠어'를 부르며, 가수 신명화가 대중가요1 '가까이'를, 도시아이들이 대중가요2 '달빛 창가에서', 만소 스님이 힙합2 '꼴라보'를 손짓 발짓으로 선보인다. 이어 신모듬, 조애란이 나와 국악 '황토강에서'를, 만소 스님과 신모듬이 국악과 힙합이 어우러지는 '신청춘가'를 부르고 춤춘다.    

제3부 대동한마당은 출연진과 관객들이 함께 손에 손을 맞잡으며 '신뱃노래', '뱃놀이', '강강술래' 등으로 어우러진다. 봉국사는 이날 지역 장수노인 3명에게 한약을 선물하며, 차와 음료, 어묵 등 간단한 먹을거리를 판 수익금으로 앞으로 '쭈욱~' 불우이웃을 돕는 '자비와 희망나눔운동'을 펼친다.

그날 이 자리에서 한 생각 척 내려놓고 노래가 나오면 박수치고 춤추는 이는 그 도리(솥)를 알 것
▲ 효림 스님 그날 이 자리에서 한 생각 척 내려놓고 노래가 나오면 박수치고 춤추는 이는 그 도리(솥)를 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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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림 스님은 "봉국사는 가는 사람, 오는 사람, 신분이 높은 사람, 낮은 사람,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중생들을 언제나 반갑게 맞이한다"라며 "심검당(尋劒堂)의 심검(尋劒)이 '지혜의 샘을 찾는다'는, 참선을 칼에 비유한 것처럼 이번 산사음악회에서도 만중생들이 지혜의 샘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산사음악회를 기획한 만우 스님은 "가능하면 남의 옷을 빌려오지 않고 우리의 것으로 무대를 꾸미려고 노력했다"며 "이번 음악회는 가수들만 나열하는 안일한 기획에서 벗어나 봉국사만의 작품이 될 것이다. 혼자 오지 마시고 가족과 이웃, 친구들과 함께 와서 희망이란 단풍물에 흠뻑 젖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태그:#봉국사 산사음악회, #효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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