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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충남, 충북, 대전 교육청의 국정감사가 이루어졌다. 무상급식, 교장공모제 등 여러 현안이 있었지만, 충북교육청의 일제고사 대비 행태가 가장 큰 질타를 받았다. 제천 시험부정 사건에 이어 도교육청이 2009년 시험결과로 도내 학교 일제고사 순위표를 만든 것이 국감장에서 밝혀졌기 때문이다.

 

12일 충북교육청에서 열린 국감장에서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파워포인트로 괴산지역 초등학교의 일제고사 순위표를 보여주며 '교과부가 개별학생이나 학교를 줄세우지 못하게 했는데 왜 순위표를 만들었느냐'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또 이런 순위표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 문제풀이 보충 수업, 놀토 수업, 월말고사로 학생들이 고통을 받고 결국 제천의 시험감독부정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은 아닌지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기용 교육감은 기초미달 학생을 제대로 알고 가르치기 위해서 지역교육청 장학자료로 만든 것인데 학교로까지 유출된 것이라고 하였다. 훌륭한 지도자라도 자기가 서있는 위치를 모르면 목적지에 갈 수가 없기 때문에 학생과 학교의 위치를 인식하도록 만든 자료라는 것이다. 이 순위표는 작년 말 청주교육청에서 열린 교육장 회의 때 배포되었다.

 

결국 꼴찌에서 전국 최상위로 올라갔다고 자화자찬한 충북교육감이 직접 일제고사순위표를 만들어 장학지도하고, 학교교육의 목표를 오로지 일제고사 점수올리기로 삼았다는 사실이 만천 하에 드러난 것이다.

 

검찰, 두 달 동안 조사 제대로 했나?

 

당초 이 사건은 '시험지옥에서 우리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충북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 제보가 접수되어 한겨레 신문에 보도된 바 있다. 여러 매체의 취재와 민원에도 충북교육청이 '절대 만들지 않았다'고 하여 결국 검찰고발까지 가게 된 것이다(일제고사 순위표만든 충북교육청 고발합니다).

 

시민모임은 충북교육청이 교육과정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일제고사 순위표로 학교를 시험점수 올리기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직권남용으로 고발하였다.

 

지난 6일 청주지검은 교육감이 일제고사 순위표를 직접 만들었다는 증거가 없고, 괴산교육장이 관여는 했지만 학교를 독려하기 위한 것일 뿐 놀토수업이나 문제풀이 수업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개 혐의 모두 각하하였다.

 

교육청에서 점수로 한 줄을 세워서 학교에서도 단기간에 점수 올리려고 보충수업하고 놀토에도 부르고 시험 늘려 점수로 줄세웠는데 직접 지시를 안 했다니 이게 무슨 해괴한 논리일까? 이에 시민모임은 검찰수사가 부실수사라고 반발하며 즉각 항고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국감장에서 교육감이 직접 만들어 장학자료로 돌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렇게 밝혀질 문제를 검찰이 두 달 동안이나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시민모임은 더욱 분노하며, 도교육청의 허위공문서작성에 대해서도 추가 고발할 예정이다.

 

충북에선 일제고사 순위표로 장학자료?

 

충북교육감이 일제고사 순위표를 장학자료로 만들었다는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성인들에게 "장학"이란 연습수업이나 청소로 기억되겠지만 문구대로 해석하면 학문을 장려하기 위해 실시하는 교육지원활동이다.

 

장학이란 학교교육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교육작용을 한층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하여 지도·조언하는 전문적인 기술봉사를 말한다. 장학의 개념은 법규적·기능적·이념적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① 법규적인 장학이란 교육의 계획, 학교 및 학급의 관리, 학습지도, 생활지도면 등을 포함하는 영역에서 조직의 행정활동에 대한 전문적·기술적 조언을 통한 참모활동이라 할 수 있다. ② 기능적 장학이란 교사의 전문성 신장, 교육운영의 합리화, 학생의 학습환경 개선을 위한 전문적·기술적 보조활동이다. ③ 이념적 장학이란 교수, 즉 학습지도의 개선을 위해 제공되는 지도·조언이다.(브리태니커)

 

과목별 점수 입력만 하면 나오는 일제고사 순위표가 과연 학교의 교육활동을 장려하는 전문적인 기술일까? 그 어려운 장학사 시험이 이런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 작년에 음성과 청주에서 장학 나올 때 시험을 본다고 해서 장학의 기초 개념도 모른다고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도교육청에서는 순위표를 장학자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순위표가 맞춤식 지도방안이라는 건 더 억지소리이다.

 

이런 논리에 검찰은 무혐의 판결을 내렸을까? 시민모임은 검찰이 또 부실수사를 하면 청주지법에 재정신청을 해서 충북교육청의 교육과정 파행에 대해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하였다.

 

11월엔 도학력평가까지...'동토의 왕국' 되어가는 충북

 

한편 충북교육청은 교육주체들의 우려와 시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1월 23일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도학력평가를 보겠다고 하여 논란을 빚고 있다. 일제고사 순위표에 도학력평가 준비로 충북 초등학생들은 2학년부터 보충수업을 하는 학교가 생겨났다. 얼마 전에 이 학교는 보충수업을 안 받는다는 학생의 부모에게 사유서까지 받게 했다.

 

외곽 지역에서는 5학년 축구부 학생들에게 내년 일제고사를 대비해 축구를 못하게 하는 학교도 있다. 당연히 학생들은 왜 축구를 못하게 하느냐고 불평이다. 얼마 전 여자축구(17세 이하)가 세계를 재패하자 교과부가 스포츠 클럽활동을 활성화해 입시에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말이 무색하다. 이래저래 충북은 일제고사 준비로 '동토의 왕국'이 되어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일제고사 3년에 충북교육계는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이제 도학력고사까지 치른다고 하여 학생들은 더욱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교과부가 먼저 일제고사를 폐지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단초라고 봅니다. 


태그:#일제고사, #충북국감, #부실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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