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년 가을에 젖, 저는 유방이라는 고상한 말보다는 젖이라는 말이 정감이 가고 좋습니다. 젖에 악성 혹이 생겨서 수술하고 경과가 많이 좋아졌답니다. 그런데 많이 무리를 했는지 몸 전체 여기저기 금이 가고 부서지고 많이 안 좋아졌나 봅니다. 급기야 입원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아내가 입원을 했는데 왜 행복하냐고요? 사람이 안 아프고 살면 참으로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 기회는 이때다 하고 온정성과 사랑을 쏟아 부을 생각입니다. 아내를 위해서 돈도 마구마구 사치를 부려가면서 써볼 생각입니다. 다행이 병원에서 큰 탈은 없다 합니다.

 

감사한 마음입니다. 입원 둘째 날 의사를 찾아가서 이 병원에서 제일로 좋은 영양제 한 대 놔달라고 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빤히 쳐다봅니다. 속으로 뭘 보슈? 놔달라면 놔주지 하고 있는데 의사선생님 왈, 영양제는 의료보험이 안 된답니다. 걱정 말고 지금 한대 놔주고 퇴원하기 바로 전에 한 대 놔달라고 했습니다.

 

입원 첫날부터 면목동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곤지암까지 가서 소머리국밥을 공수해 옵니다. 다음날부터 하루는 맛있고 싱싱한 회, 초밥, 게 요리 기타 등등 메뉴가 수시로 바뀝니다. 이렇게 입원 일주일이 흘러갑니다. 일주일동안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 잠깐 두어 시간씩 병수발 하면서 왠지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로지 사랑하는 아내만을 위해서 돈 쓸 궁리를 하는 제가 왜 이렇게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당신만을 위해서 돈을 마구마구 쓸 수 있는 기회를 준 아내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복은 이번 한 번만으로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행복은 짧은 순간 강하게 느끼고 끝나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어제는 숯불에 구운 닭을 포장해서 갔더니 이제는 같은 병실 환자나 보호자들이 저 아저씨가 오늘은 무슨 요리를 사올까? 하고 저의 아내보다 더 궁금해 한답니다. 옆에 환자분은 저 때문에 남편하고 쌈박질까지 했다 합니다.

아내한테 온 정성을 다해서 해준다고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제가 엄청 좋아 하는 오토바이에 치장하느라 들어간 돈의 반에 반도 안 됩니다. 그렇게 신경 쓰며 애썼는데도 가방하나 라이트(안개등) 하나 값도 안 됩니다. 기가 막힙니다.

 

그동안 제가 얼마나 제 생각만 하며 살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가랑비가 살살 내리는 아침 아내의 건강을 위해서 두 손을 맞잡아봅니다. 그리고 빨리 퇴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심심해서 도저히 못살겠습니다!

 


태그:#아내사랑, #사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