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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부평구는 정부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21일 부평구청 앞 사거리, 굴포천의 수위가 상당히 높아졌다.
 21일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부평구는 정부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21일 부평구청 앞 사거리, 굴포천의 수위가 상당히 높아졌다.
ⓒ 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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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기간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빠르게 복구하기 위해 수도권 수해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당초 홍수 방지용으로 출발한 경인아라뱃길(옛 경인운하)의 무용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경인아라뱃길 방수로를 100년 빈도의 홍수를 예방하는 규모로 파놓았지만, 경인아라뱃길 인근지역에서 방수로로 배수하는 우수관거는 고작 10년 빈도의 규모로 방치돼, 이번 집중호우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수도권 서부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폭우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1만947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총 1만6498가구와 1316개소의 상가 및 공장이 물에 잠기는 등 수도권 일대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피해는 대부분 지하나 반지하에 살고 있는 저소득층 서민과 영세상인, 그리고 중소기업에 집중됐다. 이에 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여야 정치인들은 인천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중앙부처에 건의키로 했다.

인천의 경우 계양구, 서구, 부평구에 호우가 집중돼 주택 피해만 3479가구로 알려졌다. 주택과 공장뿐 아니라 계양구 효성동 굴다리, 작전역 앞 4차선 도로 등 물에 잠겨 차량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곳이 11곳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서구 백석고가 밑 도로와 빈정내사거리, 석남동 일대, 가정지하차도, 부평구 산곡 사거리~부평구청 사거리, 천대고가 밑 도로, 삼산농산물시장 고가 밑 도로, 계양구 멧들사거리, 효성 굴다리, 아남 굴다리, 동서식품 사거리 등이 침수돼 차량 운행이 통제된 바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6월 30일 경인운하 본 공사를 착공했다. 굴포천 방수로와 한강을 잇기 위해서는 김포평야를 굴착해 한강과 연결(사진 속 서해에서 한강으로 오다가 오른쪽 하단부에서 한강 쪽으로 꺾어지는 부분)해야 하는데, 현재까진 방수로 구간만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6월 30일 경인운하 본 공사를 착공했다. 굴포천 방수로와 한강을 잇기 위해서는 김포평야를 굴착해 한강과 연결(사진 속 서해에서 한강으로 오다가 오른쪽 하단부에서 한강 쪽으로 꺾어지는 부분)해야 하는데, 현재까진 방수로 구간만 공사가 진행 중이다.
ⓒ 한국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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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방지용으로 출발한 경인아라뱃길


경인운하는 1987년 7월 주변보다 지반이 낮고 하천 부지의 과도한 개발로 굴포천 유역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됐다. 특히 1988년 인천 부평지역에 홍수로 인해 1만여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물난리 후 '굴포천 유역 종합치수사업'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당시 계획은 2455억 원을 투입해 너비 40m의 방수로를 건설하고 하류지역에 펌프장을 증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노태우 정부는 방수로를 건설하면서 발생하는 토사를 영종도 신공항 고속도로 공사에 사용할 수 있다며 방수로의 너비를 80m로 변경했고, 이때부터 경인운하 건설을 위한 시도가 노골화됐다.

경인운하 사업은 인천 서해와 한강을 잇는 토목사업으로 인천 부평구와 계양구, 경기도 부천시를 흐르는 굴포천의 폭을 넓히고 수로를 더 깊게 한 뒤 김포구간을 굴착해 한강까지 연결하는 물길 사업이다.

김영삼 정부도 1995년 경인운하 사업을 민간투자유치 대상사업으로 선정했고, 1999년 8개의 건설회사는 (주)경인운하라는 이름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경인지역 시민사회와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밀려 잠시 주춤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009년 3월 한국수자원공사가 착공해 경인아라뱃길 사업으로 현재 추진 중이다. 현재 공정률은 대략 25%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굴포천에서 바라본 굴포천과 굴포천 방수로가 만나는 지점. 사진 왼쪽으로 보이는 산이 계양산이고, 사진 가운데 있는 교량은 서울외곽순환도로다.
 굴포천에서 바라본 굴포천과 굴포천 방수로가 만나는 지점. 사진 왼쪽으로 보이는 산이 계양산이고, 사진 가운데 있는 교량은 서울외곽순환도로다.
ⓒ 가톨릭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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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로는 100년 빈도, 우수관거는 10년 빈도

세금 2조5000억원 이상을 들여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경인아라뱃길 공사가 이번 집중 호우 때 홍수 피해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인아라뱃길 사업의 전신인 '굴포천 방수로' 건설의 주요 목적은 부평구 계양구 서구지역의 집중호우 시 빗물을 빨리 방수로로 배수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함이었으나, 굴포천에서 서해까지 길이 14Km, 폭 80m로 파놓고도 계양과 부평, 서구지역의 침수피해를 막을 수 없었다.

방수로의 기능엔 단순히 서해로 향하는 물길을 파놓는 것만이 아니라 침수예상지역의 물을 어떻게 배수할 것인가가 모두 포함되지만, 경인아라뱃길 공사는 물길만 파놓았을 뿐 계양구, 서구, 부평구 등 저지대 침수예상지역의 물을 운하로 배수하는 계획은 전혀 없었다.

이와 관련, 인천환경운동연합은 27일 성명을 통해 "굴포천 방수로를 100년 빈도의 홍수를 예방하는 규모로 크게 파놓고, 배수하는 우수관거는 고작 10년 빈도의 규모로 방치했다"며 "홍수예방이라는 방수로 고유의 역할을 유보하고, 배를 띄워 물류를 확보하려는 운하계획으로 변질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계양구와 부평구는 수해가 빈발하는 상습침수지역인 만큼 대형 저류조 건설과 하수 본관 및 지류 등에 대한 전면적인 배수시설이 필수적"이라며 "방수로는 있으나 방수로로 유입되는 배수로는 턱없이 부족해 배수로가 없는 인근지역에 침수피해가 났다"고 덧붙였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조강희 사무처장은 27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경인아라뱃길 바로 옆에 있는 계양역 주변조차 배수가 제대로 안 돼 침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수조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 경인아라뱃길이 이번 홍수 때 무슨 역할을 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굴포천 방수로 사업과 경인아라뱃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수자원공사는 분명한 답변과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21일 시정일기를 통해 "굴포천 방수로가 큰 기능을 했다. 부천 상동지역 계산택지 등이 개발되어 논이 없어지는 바람에 논의 유수기능, 즉 물 저장 기능이 상실되어 비가 오면 바로 굴포천 물이 불어나 넘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방수로가 운하로 되었을 때 운하는 물이 채워져 있어야 하므로 과연 만조 시와 겹칠 때 운하가 배수기능, 방수로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체크해보아야 한다"면서, 경인아라뱃길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우수관거는 지자체에서 해야 할 일이다. 지자체에서 대책을 수립한다고 한 만큼 대책이 나올 것으로 안다"면서, "경인아라뱃길은 치수 기능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운하 기능이 추가된 것인 만큼 향후 치수 능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인아라뱃길, #경인운하, #굴포천방수로, #인천환경운동연합, #한국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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