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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로 처음 제작돼 무대에 올려진 세인트 최경환
 오페라로 처음 제작돼 무대에 올려진 세인트 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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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9년 9월 12일. 이날은 우리나라 두 번째 방인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아버지 최경환 성인(聖人)이 순교한 날이다. 170년이 지난 2010년 9월 12일 경기 안양에서 최경환 성인과 가족들이 전하는 오페라가 제작되어 처음 무대에 올려졌다.

특히 올해는 최경환 성인이 시성된 지 25주년이며, 성인의 아들 최양업 신부 서품 16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는 점에서 이번 오페라 공연이 천주교계에 주는 의미는 크다.

안양 아트센터 대공연장 무대에서 초연한 오페라 '세인트 최경환'은, 지역시민들이 한국천주교회의 역사와 안양시에서 안양8경중 제5경으로 선정된 수리산 최경환 성인의 성지를 알리고자 기획한 작품이다.

2시간여에 결쳐 진행된 오페라는 최양업 성인과 부인 이성례 마리아, 맏아들이며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이신 최양업 신부와 그 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성악가들의 열창을 통해 순교정신과 이웃사랑의 감동을 전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풍물패의 신명나는 공연
▲ 오페라 세인트 최경환 풍물패의 신명나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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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장은 이용훈 마티아 수원교구장을 비롯 각 대리구좌 사제들 및 신자 등 천주교 관계자들이 1200석의 객석을 빼곡히 채웠으며 이탈리아 작곡가 지오반니도 공연 전날 입국해 지켜보았다. 또 안양이 지역구 이종걸.심재철 국회의원, 김삼곤 경기도교육감, 최대호 안양시장, 염태형 수원시장, 이필운 전 안양시장, 안양출신 시.도의원들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불평등 부조리, 억업에서 벗어나 사랑 가득한 세상 만들자

1막의 첫 무대는 수리산 최경환 성인의 묘소앞. 최양업 신부와 동생들이 어린시절의 추억과 부모님의 순교장면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성례 마리아를 단칼에 하늘나라로 보내달라 애원하는 아이들의 노래에서는 관객들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었다.

이어 2막 1장은 왕실의 연회장으로 바뀌어 천주학쟁들을 다 잡아들이라는 1800년대 정치상황을 보여주고, 2장에서는 박해를 피해 피신해 온 수리산 담배촌의 행복한 공동체의 모습, 소년 최양업이 마카오로 떠나는 모습, 앵베르 주교의 당시 미사장면이 재연됐다.

최경환 성인의 부인 이성례 마리아가 단칼에 하늘나라로 보내달라 애원하는 아이들의 노래속에 순교하는 모습이다
▲ 오페라 세인트 최경환 최경환 성인의 부인 이성례 마리아가 단칼에 하늘나라로 보내달라 애원하는 아이들의 노래속에 순교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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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대신들
▲ 오패라 세인트 최경환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대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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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 1장은 흥겨운 풍물패가 등장하는 축제의 오일장이다. 나라 살림이 궁핍하여 전같지 않지만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한 장터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덕배의 밀고로 2장에서는 포도청으로 압송당하는 최경환 성인 가족들의 고뇌가 전해진다.

마지막 4막의 무대는 마카오 성당에서 신학공부를 하며 고향의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최영업의 기도 노래와 포도청에서 고문을 당하는 최경환과 회유에 흔들리는 교우들이 그려지고, '평생 소원이 주를 증거하는 것이다'며 목숨바치는 순교장면이 감동을 전한다.

안양 수리산 담배촌으로 피신 온 행복한 공동체의 모습
▲ 오페라 세인트 최경환 안양 수리산 담배촌으로 피신 온 행복한 공동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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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출연진이 무대위로 올라와 인사를 하고 있다
▲ 오페라 세인트 최경환 전 출연진이 무대위로 올라와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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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 붉힌 관객들... "가슴으로 찡한 감동 느꼈어요"

전출연자가 나와 '불평등 부조리, 억업에서 벗어나 사랑으로 가득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자. 언젠가는 거룩한 그분, 찾아올 곳이다'고 합창을 부르고 막이 내려지자 객석에서는 박수 소리와 함께 눈시울을 붉히며 손수건을 꺼내든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관객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안양시민이라는 김아무개씨는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안양에 있는 성인과 성지를 주제로 이렇게 웅장한 오페라가 제작돼 무대에 올려졌다는 점에 자랑스럽다"며 "처음 공연하는 자리에 함께 해 기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너무 좋았어요. 가슴으로 찡한 감동과 전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감사드립니다."

산본 성당에서 왔다는 박요안나씨는 "음악도 좋았고, 무엇보다 따뜻한 형제애와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 부모를 공경하는 자녀들의 마음들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탓일까. 무대가 다소 단순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또 출연진들의 목소리가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파묻혀 객석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관객들이 자막스크린을 보아야 이해가 가능할 정도여서 아쉬웠다.

오페라 세인트 최경환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
 오페라 세인트 최경환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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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 어려운 세상 용기와 힘과 위로 되기를

첫 공연을 마친후 천주교 수원교구장인 이용훈 주교는 "최경환 성인의 순교정신이 오페라 공연을 통해 무대에 올려져 영광스럽고 감사하는 마음이다, 참으로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데 최경환 성인이 큰 용기와 힘과 위로가 됐으며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여러 곳에서 순례공연이 이루어지고 다른나라에도 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대호 시장은 "아름답고 의미있는 밤이라 생각한다, 세계화시대에 절호의 찬스다, 안양을 알리고 수리산 성지를 알리고 대한민국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고 말했다.

공연을 마치고 축하연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이용훈 천주교 수원교구장
 공연을 마치고 축하연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이용훈 천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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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패라 마련한 박잉린 감독 인터뷰
- 무대에 올리기까지 수년간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있다. 드디어 오패라가 공연되는 느낌이 클 것 같은데 소감을 말해달라.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4년여 준비해 오면서 도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앞으로 한알의 밀알이 돼서 지역에서 문화예술이 꽃피는데 도움이 됐으면 싶다. 지역에서 대형작품이 처음이고 오페라 장르라는 점에서 제작단계 부터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랑스런 역사를 오페라를 통해 전해드릴 수 있게돼 개인적으로 영광이고 감격스런 마음이다."

- 오페라 공연의 완성도는 만족하는지.
"사실 작년부터 연습을 해 왔다. 중간에 어려움으로 중단되기도 했지만 그때 함께 했던 주역들이 호흡을 맞춰 왔기 때문에 완성도에는 문제가 없었다. 오케스트라, 합창, 스탭진들이 최선을 다했기에 우리는 만족하지만 관객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다."

- 이번 오페라를 통해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
"최경환 성인은 성가정의 표본이다. 가족애와 가정 나아가서는 인류애까지라고 볼 수도 있다. 최경환의 사랑애 정신이 우리사회에 이어지고 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로마 공연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작품믄 무대애 올려질 때 의의가 있다. 자주 무대에 올려지고 알려져서 공감을 줄때 셍명이 있다 생각해서 국내에서 불러주는 곳 어디든지 달려갈 생각이다. 로마공연은 사실 쉬운일이 아니다, 작곡가 죠반니니도 의지을 갖고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마음이 모아지고 공감대가 형성될 때 비로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 오페라 '세인트 최경환'은 (사)코리아콘서트 컴퍼니가 주최하고 안양시, 천주교수원교구 안양대리구, PBC평화방송, 평화신문, 가톨릭신문, 주한이탈리아 대사관,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등 후원으로 마련됐다. 오는 18일까지 매일 오후 7시30분에 공연된다.

오페라 '세인트 최경환'의 작곡은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Riccardo Giovannini 교수, 대본은 이경진 방송작가, 연출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김홍승 오페라과 교수, 지휘는 (사)코리아콘서트 오케스트라 박영린 단장, 총기획은 박성균씨가 맡았다.

주요 배역을 보면 최경환 성인역에 바리톤 송기창씨, 최양업 신부역에 테너 강훈씨, 앵베르 주교역에 베이스 안균형씨, 부인 이성례 마리아 역에 소프라노 이현정씨, 덕배처 역에 소프라노 김민조씨, 순원황후역에 박수연씨, 덕배역에 최영길씨가 맡고 안양시립소년소녀합창단, 전통연희단 꼭두쇠 등이 출연했다.

특히 향후 로마 공연을 목표로 대본의 이탈리아어 번역까지 완료한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모은다. 이탈리아 대사관과 문화원에서 관심을 갖고 후원한 것도 이같은 이유로 지난 14일 셋째날 공연에는 주한 이탈리아 대사, 문화원장 등 외교사절들이 관람할 예정이다.

작곡가인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Riccardo Giovannini 교수
 작곡가인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Riccardo Giovannini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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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공연이 끝나고 만난 작곡가 리까르도 죠반니니는 '본인이 작곡한 공연을 지켜본 소감'을 묻자 "생각보다 더 잘 돼서 무척 만족한다", 한국 풍물패 등장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넣지 않았지만 한국의 오페라는 한국의 발레가 나오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로마 공연 가능성에 대해 "충분하다, 무엇보다 로마 바티칸에서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한국의 아이들이 너무나 예쁘다"고 한국을 처음 방문한 느낌을 전했다.


태그:#안양, #수리산, #최경환, #천주교, #가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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