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기 안양시 유유 공장 부지에서 고려 태조 왕건(877~943년)이 지은 사찰 '안양사'(安養寺) 터가 발견됨에 따라 한국 건축계를 대표하는 김중업씨가 설계한 공장을 활용해 박물관 및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하려던 안양시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아래기사 참조)

 

안양시는 지난 18일 오후 안양시 석수2동 구 유유 안양공장 부지에서 문화예술 및 건축 전문가, 향토사학자, 문화원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안양사 흔적이 발견된 매장문화재 발굴용역 결과와 함께 공장부지 활용 복합문화시설 추진상황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대호 안양시장을 비롯한 시 공무원들과 이재선, 임문택, 박현배 시의원도 참석해 안양사 절터 흔적이 드러난 현장을 직접 살펴보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설명회에서 안양시 문화예술과장은 2007년 5월 석수1동 안양예술공원 입구에 위치한 제약업체 ㈜유유산업의 공장 건물 19채와 부지1만6243㎡를 240억1000여만 원에 매입, 공장 건물을 활용해 (가칭)김중업 박물관과 예술공방으로 추진해 왔음을 설명했다.

 

안양의 뿌리 안양사 명문기와 및 7층 전탑 발견

 

유유공장은 한국의 손꼽히는 건축가 김중업(金重業,1922∼1988)이 설계하여 1959년 5월 준공한 산업건축물로 국전각가 박종배씨의 모자상, 파이오니아상 등 예술작품이 건물 외벽에 전시하는 등 조만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재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양시는 유유 안양공장이 지방으로 이전을 추진하자 지난 2006년 7월 유유 공장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장 부지와 건물을 매입했으며 이를 활용해 박물관을 짓기로 결정하고 국·도비 지원을 받아 2011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재단법인 한울문화재연구원(원장 김홍식)이 지난 2009년부터 2차에 걸쳐 부지 일부에 대해 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양 명문기와가 출토되고 고려태조 왕건이 세운 7층 전탑이 드러나 문헌 속에만 존재해 왔던 안양사 부지였음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추가 발굴은 물론 안양시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날 한울문화재연구원 측은 시굴조사를 통해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문헌에만 남아 있는 안양사 7층 전탑(塼塔) 터와 옥개석(屋蓋石·지붕처럼 덮는 돌) 위에 기와를 얹었던 조각 등이 이 곳에서 발견됐으며, 금당 터와 중문 터 등도 일부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려태조 왕건이 세운 안양사 7층 전탑 발견 획기적인 사건 

 

특히 이날 시굴한 절터 현장에서는 안양사 주춧돌 하단에 또 다른 주춧돌이 있음을 확인됨에 따라 신라 제42대 흥덕왕(興德王) 2년인 827년 세워진 중초사(中初寺) 위에 고려 태조 왕건(877~943)이 900년에 세운'안양사'(安養寺)가 자리한 흔적이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현재까지 시굴조사를 통해 주목받는 것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기록 속에 나오는 안양사 7층 전탑(塼塔)의 터와 흔적들로 현장에 있어 문화원 관계자들을 흥분케 했다.

 

안양사 7층 전탑지는 벽돌-기와-벽돌 순으로 쌓여있어 옥개석 위에 기와를 얹었던 것으로 추정돼 전탑의 구조와 축조방식도 어느 정도 파악됐다.

 

안양사 터를 발굴청원한 향토사학자 정덕한(70)씨는 "안양사 7층 전탑은 한반도에서 밝혀진 것이 없는 유일한 12변형 평면을 갖춘 전탑일 가능성이 아주 높은 획기적인 사건으로 본다"며 "전탑의 구조 및 축조방식을 따라 복원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안양사 확대 발굴과 건축가 김중업 건축물 보전 우선 순위 논란 

 

그러나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향토사학자, 건축전문가 등은 시굴 단계에서 발굴로 진행하는 것과 건축가 김중업의 건축물 보존과 박물관 사업 등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향토사학자 정덕한씨는 "도굴과 망실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던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이 시민과 학계의 노력으로 탑을 다시 세우고 오늘의 불국사를 세계적 문화유산을 만든 것처럼 안양사 절터 전체에 대한 발굴을 통해 안양 역사를 다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안양지역 원로 변원신(76)씨는 "유유 안양공장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시가 매입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시민운동을 추진하면서 주민들로부터 욕설까지 듣기도 했었다"며 "개발에 지장을 받는 주민들의 반발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고 우려를 전했다.

 

대림대 조광희 교수는 "유유공장 건물을 들어내고 문화재를 추가 발굴하자고 하는데 과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5동의 건축물도 그 중요성과 가치는 근대문화유산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보존해야 할 것이다"고 반발했다.

 

안양시, 복합문화시설 건립 계획 수정 불가피

 

오는 20일로 조사를 완료하는 한울문화재연구원측은 "현재까지 진행한 것은 발굴이 아닌 시굴이다"며 "현재 드러난 안양사 실체는 극히 일부로 정확한 규모를 알기 위해서는 공장 건물 하부는 물론 인근 지역까지 발굴조사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시에 건의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안양사의 발견은 안양의 역사와 뿌리를 찾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며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해 문화재도 보존하고, 근대건축물로 평가받는 김중업 작품도 살릴 수 있는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양사 터 발굴조사를 건물 부지로까지 확대될 경우 김중업 박물관 등 시가 공장 건물을 활용해 추진 중인 복합문화시설 건립 계획은 전면 수정해야 한다. 또 문화재 지도위원회의 보고를 받은 문화재청이 사적지로 지정하면 사정은 더욱 꼬이게 될 것을 보인다.


태그:#안양, #안양사, #유유 안양공장, #김중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