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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싼 종이에선 향내가 나고 생선 싼 종이에선 비린내가 난다"는 말이 있다. 무엇과 관계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본성에도 영향이 미침을 간파한 말이리라. 관계는 일면적이지 않다. 보는 것, 먹는 것, 느끼는 것, 사고하는 것, 행하는 것 모두가 관계의 발로이다.

 

특히 주위에 영민한 아동기와 청소년 시절, 무엇과 관계하느냐는 훗날 그 사람 삶의 무늬를 결정하는데 주요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사회가 보호라는 명분 아래 아동과 청소년이 무엇과 관계하느냐를 단속하고 규제하는 것도 그런 영향을 감안한 조치일 터.

 

몇 해 전 천안시 태조산 공원을 찾았다가 당혹스러웠다. 초록의 너른 잔디밭 한 켠에는 여러 대의 비행기와 탱크가 전시되어 있었다. 일선에서 퇴역한 군사 무기들이 '나라수호전시장'이라는 이름으로 가족나들이 장소로 애용되는 태조산 공원에 전시된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것의 이물스러움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작년 여름 다시한번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이와 함께 찾은 천안박물관. 2층 복도에는 '6.25 관련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전쟁의 참혹한 참상을 전해주려는 의도야 알겠지만 그런 전시회가 왜, 어린아이들도 교육장소로 자주 이용하는 천안박물관에서 열려야 하는지, 납득 되지 않았다. 사진은 얼핏 보면 객관적인 대상 같지만 촬영자의 의도, 시기에 따라 감상자에게 얼마든지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천안박물관에 머무른 내내 불편한 심정이었다.

 

그리고 2010년 8월. 천안교육청은 교육청 현관에서 '6.25 전쟁 발발 60주년 전쟁 사진 전시회'를 일주일간 개최한다. 사진전뿐만 아니라 북한군 침투장비 전시회도 함께 마련했다. 전시회 일정은 전쟁 등 국가 비상시를 대비해 실시하는 '2010 을지연습기간'에 맞췄다.

 

국가안보는 확고히 해야겠지만 지역교육기관을 대표하는 천안교육청 청사에서까지 굳이 6.25 사진전을 열고 북한군 장비까지 전시해야 할까. 평화보다는 전쟁을 부추기는 호전적인 세력이 득세하는 요즘 우리 사회 일부 흐름에 편승한, 경솔한 판단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85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안교육청, #북한군 침투장비 전시회, #6.25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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