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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 일이 넘도록 성미산에 천막을 치고 주민들이 홍익학원과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성미산 공사를 맡은 쌍용건설(시공사)의 하청업체 직원이 심야에 벌목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말리던 주민에게 전기톱을 휘둘러 주민이 큰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15일 새벽 0시 20분께 서울 마포구 성미산 공사현장에서 홍익학원측의 공사 하청업체 직원 송아무개씨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혼자 전기톱으로 벌목을 시도하다 전기톱의 굉음을 듣고 달려 와 벌목을 막던 주민 안아무개씨와 실랑이를 벌이다 안씨의 발목(아킬레스건)에 부상을 입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마포경찰서 월드컵지구대는 가해를 입힌 송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 있던 주민들과 출동한 경찰에 의하면 이날 악천후 속에서 송씨가 전기톱을 들고 벌목을 시작했고, 한밤중에 들려오는 전기톱의 굉음에 놀라 달려온 주민들이 바로 뒤에서 중지하라고 외치자 송씨가 엔진도 끄지 않고 만취한 상태에서 전기톱을 휘둘렀다는 것.
 
지난 12일 한 마을 주민이 벌목을 강행하려는 홍익학원측 인부에 맞서 나무를 붙잡고 저항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 마을 주민이 벌목을 강행하려는 홍익학원측 인부에 맞서 나무를 붙잡고 저항하고 있다.
ⓒ 성미산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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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주민 안씨가 술에 취한 송씨의 벌목을 제지하려다 멈추지 않고 계속 작동중인 송씨의 전기톱에 왼쪽 발목을 크게 다쳤다. 구급차로 병원에 긴급 이송된 안씨는 아킬레스건이 심하게 손상돼 15일 낮 2시간여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예견된 사고

성미산은 천연기념물 붉은배새매와 서울시가 보호종으로 지정한 새들이 살고 있는 절대 보존지역이지만 홍익학원이 홍익부속 초·중·고 이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성미산 주민들은 2003년 성미산배수지 건설 반대투쟁 이후 또다시 개발에 직면한 성미산의 생태 보존과 자녀들의 학습권 보장 등을 이유로 두달 넘게 천막 농성 등을 벌이며 반대 운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문치웅 성미산 대책위원장은 "정말 하늘이 도와서 이 정도에 그친 것이다. 이는 말 그대로 '살인행위'이다. 교육을 목적으로 학교를 짓겠다는 사람들이 2010년 서울시내에서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며 분개했다.

대책위는 이날 사고가 예견된 사고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번 일은 해당 인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술기운에 '사고 친' 것도, 혼자 벌인 우발적인 사고도 아니다. 성미산의 유혈사태는 늘 예고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문치웅 대책위원장은 "그동안 마을 주민들은 나무 한 그루라도 덜 베이게 하려고 성미산 공사현장 인부들을 따라다니며 읍소까지 했다. 톱이나 전기톱, 굴착기를 동원한 인부들을 상대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쓰러뜨리는 나무를 부둥켜안거나 인부들을 가로막으며 간절하게 호소하는 것뿐이었다. 자신들의 생업에 지장을 준다는 인부의 협박과 한탄을 들을 때마다 주민들은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까지 품었다. 늘 감정적 대립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정말 나무만 지키지 사람과 갈등하지 말자며 최소한의 방어만을 했다"고 강조했다.

성미산대책위원회는 "이번 사고의 책임은 홍익대와 서울시교육청에 있다"며 서울시 교육청앞에서 16일 오전 11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홍익학원측은 주민들과 이해갈등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 시도는 하지 않은 채, 시공사 쌍용건설과 삼은개발만을 앞세워 공사를 강행하려 했고, 서울시교육청은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을 버젓이 알면서도 주민들의 수차례에 걸친 공사 중단 명령 요청에도 불구하고 수수방관해왔다. 또한 주민들의 정당한 민원, 문제제기에 대해 홍익학원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다 결국 15일과 같은 사태를 불러온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원회는 이어 즉각적인 공사중단을 요구함과 동시에 홍익학원측이 지역주민과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했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주무관청으로 홍익초중고 건축허가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재검토하고, 폭력 공사를 당장 중단시킬 것"을 주문했다.

태그:#성미산, #홍익학원, #서울시교육청, #쌍용건설, #성미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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