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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더 크게 울고 뙤약볕에 이맛살이 찌푸려지는 한여름에 접어들었다. 올 여름 전력량은 이미 예년 수치를 뛰어넘은 지 오래고 높은 습도가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그런 와중에도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기쁜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 종일 공장을 가동해도 주문량의 40%밖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얼음공장 얘기다. 지난 6일 기자는 강원도 춘천 서면에 자리하고 있는 풀무원 얼음공장을 방문했다. 1993년 가동을 시작한 이 곳은 식용 얼음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여기서 생산한 얼음은 편의점 아이스커피 컵이나 각종 마트의 냉동 코너에서 볼 수 있다.

컨베이어 벨트의 얼음 폭포... 장관이네

춘천 시내에서 차로 30분쯤 떨어진 교외에 자리잡은 얼음공장의 외연은 생산라인의 분주함과 대조적으로 무덥고 한적한 분위기였다. 공장 견학을 시작하자 오후의 나른한 졸음이 싹 가시는 한기가 온몸을 감돌았다. 작업복과 두터운 점퍼를 입었는데도 공장 내부는 매우 서늘했다.

눈쌓인 쇄빙실의 모습
 눈쌓인 쇄빙실의 모습
ⓒ 김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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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생산하는 공장 가장 안쪽에 있는 제빙실(물을 얼려 얼음으로 만드는 곳)의 온도는 영하 12도 가량. 길이 24미터, 폭 12미터 남짓의 공간에서 제빙 담당 직원이 버튼을 조작하고 귀퉁이가 떨어져나간 얼음을 쓸어내기도 하며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지하수를 필터링해 얼음을 담는 아이스캔에 90리터 가량 부어 영하 10도의 냉매에 담궈둔다. 그렇게 6~8시간을 담궈두면 얼음이 나오게 되는데 이 얼음과 아이스캔을 분리하기 위해 상온의 물을 부어 살짝 녹인다.

이렇게 녹인 아이스캔을 기계 조작으로 45도 가량 아래로 기울이면 긴 직사각형 모양의 대형 얼음 20여 개가 컨베이어 벨트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시원스럽고 호쾌한 장관이 펼쳐지게 된다. 대략 한 번에 80킬로그램의 물이 54킬로그램 분량의 얼음으로 만들어진다.

제빙실 공정을 담당하는 목진하(30)씨는 한 손으로 대걸레 두 개를 분주하게 밀어내며 수조 위의 얼음 찌꺼기를 닦아내고 있었다. 교대근무 주간조인 그는 이 곳에서 5개월 정도 일했다고 한다. "주변에선 여름에 얼음 공장에서 일하니 시원하겠다고 하네요. 3월 중순쯤과 비교하면 거의 3배 정도 업무량이 늘었다고 보면 됩니다"

2시간 정도 일하고 15분 가량 쉬는데, 점심 시간은 12시부터 1시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밥은 회사 식당에서 먹는데 그 날 점심 메뉴는 낙지 볶음이었다.

조용히 얼음들이 얼고 있는 제빙실과 달리 얼음을 분쇄하는 쇄빙실은 굉음으로 시끄러웠다. 이 곳은 얼마 전 기계화가 진행돼 직원 없이 돌아간다. 커다란 쇄빙기가 제빙실에서 얼음을 받아 쉴새없이 크기별로 얼음을 부순다.

쇄빙실은 안에서 일하는 직원이 없기 때문에 내부 온도가 생산라인 중 가장 낮았다. 벽에는 크리스마스를 연상케하는 고드름과 눈덩이가 붙어있었다.

가장 많은 인력이 일하고 있는 포장실의 모습
 가장 많은 인력이 일하고 있는 포장실의 모습
ⓒ 김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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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다음 공정이 이뤄지는 포장실은 영상 5도 수준이었다. 이곳에서 각각 크기가 다른 포장지와 컵에 얼음이 담겨진다. 오후 시간대, 직원 대여섯명 정도가 기계 네 라인의 곳곳에 숨어 포장지를 채워넣고 공정을 거친 상품을 바르게 정렬하고 있었다.

"이 안에 있으면 계절을 몰라요"

얼음생산기술파트를 관리하는 박광호 파트장에 의하면 남자 직원들은 30~40대가 대다수로 군 제대 후 아르바이트하러 오는 인력이 가장 많다고 한다. 여자 직원의 경우 연령대가 더 다양해 30대부터 50대까지 폭이 넓다.

빗자루로 불량 얼음 조각들을 열심히 쓸어담고 있는 직원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봤다. 20대 후반에 중간 체격을 가진 그는 "요새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바쁘네요. 크기에 따라 포장이 달라요. 주위에선 여름에도 안 더우니 좋겠다고들 하는데 이 안에 있으면 정말 계절을 모르고 지나갑니다"라고 했다.

일하며 느끼는 바가 있는지 묻자 "판매가 늘어서 일을 거들어 줄 동료 직원이 늘었으면 좋겠네요"라며 생산량이 표시되는 기기를 가리키고는 "이걸 보고 있으면 오늘은 몇 개가 나갔다 싶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포장기기 계기판에 표시된 물량 숫자는 200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그는 또 "밖에 (냉동)차가 대여섯 대 늘어서서 실어나가는 걸 봐도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

얼음창고는 밖으로 나와 다른 문을 거쳐 들어가야 했다. 영하의 온도를 지속하고 있는 생산공장에서 나와 이동하는 길에 점퍼를 걸쳐 입은 몸이 땡볕에 물 먹은 솜 마냥 축 늘어진다. 갑작스레 높아진 온도에 몸이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박광호 파트장은 "해마다 감기에 걸리는 직원들도 꽤 나옵니다"라며 "워낙 외진 곳이라 병원에 가긴 힘들고 근처 보건소에 가서 약을 타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아이스캔에서 갓 나온 얼음을 쇄빙실로 밀고 있다
 기자가 아이스캔에서 갓 나온 얼음을 쇄빙실로 밀고 있다
ⓒ 김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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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실과 붙어있는 얼음창고는 박스에 담긴 완성품을 전동지게차를 이용해 운반하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이곳 역시 얼음의 보존을 위해 온도를 낮추기 때문에 안팎의 온도 차가 상당하다. 두터운 점퍼 차림의 직원이 완성 얼음이 든 납작한 박스 44개를 랩으로 감고 열 다섯차례 정도 빙글빙글 돌려 감은 후 보관 창고로 이동시킨다. 대략 200킬로그램 정도 되는 무게다. 중간 중간 물량을 칠판에 기록하기도 한다.

물류 유통 기사들 서너 명도 수동 지게차로 물건을 받아 주차해둔 냉동 탑차 안으로 이동시킨다. 냉동창고는 차의 냉동고 안에 물건을 넣는 상차(주차)공간과 이동 작업실, 230평 가량 되는 창고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완성품을 보관해 두는 창고의 내부 온도는 공장 내에서 가장 낮은 영하 18도 정도를 유지한다.

이날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상차하는 물류 차량이 열 대를 넘기고 있었다. 박광호 파트장은 "주-야간을 합쳐 많게는 서른 다섯 대 정도까지 들어왔다 간다"며 "하루 생산량은 70톤 정도로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종필 공장장이 "겨울엔 한 달에 4대에서 6대 정도 운반한다면, 여름에는 하루에 최소 스무 대 이상 나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필 공장장은 "이곳은 말 그대로 여름 속의 겨울"이라며 "6, 7, 8월에 1년의 80% 장사를 다 하는 셈이니 한철 장사란 말이 따로 없다"고 부연설명했다. 그는 "얼음을 생산하는 일을 하다보니 북극에서 온 사람마냥 더운 걸 못 참는 체질이 됐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직원들도 다들 추위를 참으면서 일하고 있는데 얼음을 만드는 일이니 만큼 다 감수하고 일하고들 있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김혜림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얼음공장, #여름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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