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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우리 삶의 모습을 가장 다채롭고 밀착된 형태로 보여주는 곳이다. 지하철 속 여러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 손에 들린 물건, 복장 등은 사람들의 삶 그 자체다. 여러 노선을 구분하는 색상만큼이나 다양한 각 노선별 사람들의 삶을 탐구했다. [편집자말]
# 2009년 5월 어느날 지하철 2호선 홍대역 플랫폼, 주인 없는 남자 구두 한 켤레가 덜렁 놓여 있다. 구두는 곧 시청역 유실물센터로 옮겨졌다. 다음날 구두의 주인이 멋쩍은 얼굴로 유실물센터를 찾아왔다. 전날 밤 술에 취해 지하철역을 집으로 착각하고 구두를 벗어놓고 자다가, 맨발로 집에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당시 구두를 처리했던 최영숙 시청역 유실물센터 주임은 "가방이나 쇼핑백에 담겨 있는 것도 아니고 구두만 통채로 놓여있었던 것이라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도시락, 물고기 등 별별 유실물들이 다 있어

 서울메트로 홈페이지 '유실물 찾기'코너에 도시락가방이 올라와 있다.
 서울메트로 홈페이지 '유실물 찾기'코너에 도시락가방이 올라와 있다.
ⓒ 서울메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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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유실물센터에는 별별 유실물들이 들어온다. 특히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유실물들이 있다. 고3 수험생의 필기가 빽빽이 적힌 수능사회문화 문제집이나 시골에서 올라온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주려 했을 법한 재래김 뭉치, 결혼한 딸에게 선물하려 했을 것 같은 새 이불 세트들이 그렇다.

처리가 곤란한 음식물들도 종종 유실물센터로 들어온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바다 내음이 나는 4호선 남태령역에서는 아이스박스에 담긴 '생선 머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뜨거운 냄비에서 매운탕의 칼칼한 맛을 내는 데 한몫 했을 테지만, 주인의 부주의함으로 빛도 보지 못한 채 폐기된 것이다.

종종 소담스레 밥이 담긴 도시락통이 발견되기도 한다. 과자, 한약 등도 유실물로 등록되는데, 음식물들은 대부분 곧바로 폐기된다. 최 주임은 "음식물은 나중에 부패돼 터지는 경우가 있어 버릴 수밖에 없다"며 "고객이 아침에 놓고 간 도시락을 점심 전까지 전해 드리려고 급하게 뛰어 다녀도 찾으러 오지 않으시면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 신분증 등의 유실물들도 많다. 개인 정보가 담겨 있는 이런 유실물들은 경찰서로 보내진다. 가장 고가의 유실물은 청량리 역에서 발견된 100만 원짜리 수표였다. 이 수표는 곧바로 경찰서로 보내져 주인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허름한 '유실물' 보따리? 크리스마스 선물 보따리?

 시청역 유실물센터 안에 항목별로 구분된 유실물들이 적치돼 있다.
 시청역 유실물센터 안에 항목별로 구분된 유실물들이 적치돼 있다.
ⓒ 안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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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부주의함으로 지하철에서 길을 잃은 갖가지 물건들은 '유실물'이란 새 이름을 얻는다. 유실물들은 먼저 발견된 역 사무실에 맡겨진다. 그리고 2~3일 내로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시청역과 충무로역에 있는 유실물센터로 이동한다. 유실물들은 사진과 함께 서울메트로 홈페이지의 '유실물찾기' 코너에 공개돼 애처롭게 주인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0명 중 7명은 자기 물건을 찾아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인이 찾지 않는 나머지 30%의 물건들은? 유실물센터는 유실물들을 최장 1년 6개월까지 보관하는데, 그 이후에도 찾아가지 않는 유실물들은 보따리에 한 데 넣어 장애인복지센터 등 사회복지센터로 보낸다. 유실물들은 복지센터의 아이들이나 장애인 등 그들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주인을 만난다. 겉으로 보기에는 허름한 유실물 보따리지만, 이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보따리가 되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안미소·김혜림·송재걸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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