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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10월, 고은 시인을 초대회장으로 창립된 이후 지난 6년 동안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최소 3000만 원 정도 지원받았다. 하지만 올 2010년도에는 단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예술위에서 지원을 전면 중단한 것은 아마도 촛불집회 참가 전력과 전 현직 회장단(고은, 임헌영, 김영현, 홍일선)이 좌파성향 문인으로 분류된 탓이라 본다."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승철 사무총장

 

지난 6년 동안 해마다 10차례에 걸친 문학축전을 통해 역사를 거치며 상처를 많이 받은 곳이나 소외받는 지역민을 따스하게 감싸주었던 '한국문학평화포럼'과 한국작가회의,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진보예술단체들 기둥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에서 올해 문예진흥기금을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아 행사는 물론 사무실 운영마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예진흥기금을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자 이들 단체들은 회비 독려, 후원금 모집 등으로 단체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어려운 곳이 한국문학평화포럼이다. 왜?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은 매달 회원들에게 회비라도 받고 있지만 한국문학평화포럼은 회원제가 아니어서 회비를 거두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승철 사무총장은 29일 "올해 2010년도부터 우리 단체가 지난 6년 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지원받아온 '문예진흥기금'이 '전면적 지원중단'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겪게 되었다"며 "무엇보다도 그동안 알차게 사업을 전개해왔고, 언론으로부터도 호평을 받아온 본회 사업이 특별한 사유도 없이 일체의 지원이 끊긴 것은 우리 단체가 '한국작가회의'와 함께 촛불집회에 열성으로 참가하였고, 이른바 좌파 성향의 문인단체로 규정된 탓"이라고 못 박는다.

 

이 총장은 "그런 탓에 얼마 전 사무실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였고, 사무총장 활동비마저 지급 중단 조치를 취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운영상황은 어느 때보다도 열악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임헌영 전 회장님과 홍일선 현 회장님의 제안으로 그간 뜨거운 관심과 열정으로 문학축전에 참여한 문학예술인들에게 오늘의 상황을 알리고 십시일반 마음의 정성을 호소하는 문건을 보내기로 했다"고 하소연했다.

 

 

진보문화예술단체에 주던 문예진흥기금 왜 뚝 끊겼을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위원장 오광수)는 왜 진보 색깔을 띤 문화예술단체에게 갑자기 문예진흥기금을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것일까. 그 까닭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 보다 속내 깊게 살펴보자. 어느 게 '똥'(?)이고 어느 게 '된장'인지 알아야 문예진흥기금을 딱 끊어버린 정부를 비판하든지, 살림이 너무 어려워 하소연하고 있는 진보예술단체를 도울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진보문화예술단체인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홍일선)과 한국작가회의(이사장 구중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사장 신학철)은 지난해 끝자락 일제히 예술위에 문예진흥기금 지원에 따른 여러 가지 신청을 했다. 하지만 한국문학평화포럼과 한국작가회의, 민예총은 올해 문예진흥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먼저 한국문학평화포럼(평화포럼)부터 살펴보자. 평화포럼은 지난 6년 동안 문예진흥기금을 3000만 원쯤 지원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왜일까? 평화포럼은 지난 2009년에 노무현 정부 때  '재소 고려인 강제 이주 70주년' 사업으로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은 것에 대해 문화부 감사를 받았다.

 

이승철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2007년도에 이미 사업비 대한 정산을 마쳤으나 문화부에서 재 감사를 받았고, 이때 문화부 직원 2명이 사무감사를 했다"며 "조직운영실태, 사업비예산확보상황, 회원현황 등을 거의 '사찰' 수준에 이를 정도로 심하게 조사받았다. 그 뒤부터 지난 6년 동안 추진했던 문학축전사업에 대한 지원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민예총은 예술위로부터 김아무개 팀장 횡령사건(정부에서 그렇게 몰아세웠음)과 사업부실을 이유로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문예진흥기금을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이승철 사무총장 말에 따르면 민예총은 예전(노무현 정부 때)에는 예총과 같은 5:5 수준으로 지원을 받아 여러 가지 문화예술사업을 독창적으로 펼쳤다.

 

한국작가회의는 올해 지난 10년 동안 받았던 문예진흥기금 가운데 가장 적은 2600만 원 지원 통보를 예술위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예술위가 지난 1월 19일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대구지회에 '현대판 문화예술 노예문서'라 불리는 공문을 보내 "불법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향후 불법폭력시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보조금 반환은 물론 일체의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을 담은 확인서를 2월 10일까지 내라고 했다.

 

한국작가회의는 이에 대해 '이 확인서는 각서다', '굴욕적이다', '굉장히 큰 수모다', '돈으로 작가를 길들이려고 하는 행태다'는 등 맞대응을 한 뒤 "굴욕적인 확인서 요구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술위는 그 뒤 뒤늦게 사과를 했으나 작가회의는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 일체를 지원받지 않기로 매듭지었다.

 

 

문화부에 좌파 문화예술단체 블랙리스트 있다?

     

예술위 속내를 살펴보자. 예술위는 지난 7월 19일, 홈피 '언론보도설명'이라는 난을 통해 '민간단체 보조금 점검에 대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입장'을 내면서 <경향신문>이 7월 17일 자 1면에 "문예위, 예술인 '길들이기' 논란"이라는 기사에 안다리를 걸었다. "예술위가 지난 7일 지원단체에게 보조금 집행증빙자료를 16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한 사실은 있으나, 기사내용 중 일부 예술단체의 우려 및 오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예술위는 "감사원은 2008년 12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제안하여 2009년 4월에 정기국회 제 1차 본회의에서 수정 의결한 내용에 따라 2009년 4월에서 7월까지 민간단체 보조금 집행실태를 감사하였다"며 "감사원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환경부로부터 2006∼2008년 최근 3년간 한번이라도 연간 8천만 원 이상 보조금을 지원받은 543개 민간단체(문화체육관광부 516개, 행정안전부 15개, 환경부 12개)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함"이라고 적었다.

 

예술위는 "감사결과 보조사업 선정부터 보조금 집행, 정산까지 전 분야에 걸쳐 179개 단체(중복단체 감안 시 148개 단체), 532.6억 원의 위법 부당 사례가 지적되었음"이라며 "이는 전체 543개 민간단체의 33.0%, 총 보조금 규모 4,654억 원의 11.4%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썼다.

 

예술위는 또 "감사원은 2009년도 민간단체 보조금 집행 실태 감사결과 조사대상의 33%에 달하는 민간단체가 보조금을 위법 또는 부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보조금 집행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소관부처에 8천만 원 이하의 보조금 집행 단체에 대해서도 점검하도록 통보하였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예술위는 이러한 감사원 방침과 문화체육관광부(감사관실)가 실시하는 민간단체 보조금 점검계획에 따라 민간단체 보조금에 대한 자체점검을 2010년 4월부터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 12월까지 점검을 마친다는 것이다. 중점 검토사항은 사업목적 및 적정한 교부조건 명시여부, 목적 외 사용여부, 횡령 등 탈법여부, 보조금 과다 집행 정산, 자부담 이행여부 등이다. 

 

예술위가 주장하는 글만 살펴보면 이번에 보조금 증빙자료를 내라고 한 것은 "부적절한 집행관행에 대한 계도 및 위법적인 집행사례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 등 투명한 지원사업을 도모하는 것에 국한"된다. 또한 "처벌 및 별도의 정책적 의도나 예술인들의 자율권 침해와는 전혀 무관한 사항"이 된다.

 

이승철 사무총장은 "문제는 예술위가 '점검' 혹은 '투명한 지원사업'이라는 낱말을 핑계로 진보예술단체에 대해 강도 높은 감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문화부에 좌파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 단체에 대한 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꼬집었다. 

 

 

문예진흥기금 대체 얼마나 되며 어디에 쓰일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화부)는 지난해 9월 30일 '2010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및 기금의 정부(안) 규모와 주요 편성내용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문화부 예산 및 기금 규모는 2009년 추경예산 2조 8,491억 원에 비해 1,932억 원(6.8%)이 늘어난 3조 423억 원('09년 본예산 2조 8,405억 원 대비 7.1% 증액)이다.

 

이 금액은 2010년 정부 총 재정(안) 291.8조 원 가운데 1.04%에 해당하는 것으로 역대 정부 재정에 비해 가장 높다. 기금별로는 문화예술진흥기금 972억 원, 영화발전기금 533억 원, 지역신문발전기금 113억 원, 관광진흥개발기금 5,518억 원, 국민체육진흥기금 5,171억 원, 기존 신문발전기금에서 확대 개편된 언론진흥기금 292억 원이다. 

 

문화부는 이때 "2010년도 문화부 재정이 이와 같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문화를 체험, 공유하고 새로운 창조의 원천으로 삼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큰소리를 땅땅 쳤다. 하지만 문화부 재정이 늘어난 것은 사실 문화, 체육, 관광분야에 따른 투자와 국제체육대회 개최 등에 따른 것이다.

 

2010년도 문화부 예산과 기금은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기회 확대와 생활 속의 문화환경 조성'과 '문화콘텐츠 5대 강국 도약을 위한 기반 구축 및 R&D 지원 확대', '융합형 고부가가치 관광산업 육성 및 차별화된 관광자원 개발', '생활체육 기반 확충 및 국제체육행사의 성공적 개최 지원', '소외계층 소외지역에 대한 지원 및 일자리 창출 확대' 등에 쓰이고 있다.

 

이 가운데 문화예술분야를 살펴보자. 문화부는 "국공립 문화시설 확충 및 기존 공간 재창조를 통한 생활 속의 문화공간 조성, 국립현대무용단 창단, 국립극단 법인화 등 국공립예술단체 지원 강화와 문화예술단체의 특화 육성, 기금 지원방식 개선을 통한 문화예술의 자생력 제고 등을 중점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화부는 또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 및 한글 세계화, 해외문화원 4개소 신설(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호주, 필리핀 또는 스페인) 및 전략적 문화교류 활성화 등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력에 상응하는 '대한민국 브랜드파워'를 높일 수 있는 사업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며 "KTV 24시간 운영, 정책간행물의 확대 발간 등을 통해 국민들의 정책 공감도를 높이고, 사회통합과 희망 메시지 확산을 위한 종교단체의 활동을 지원하는 등 소통 활성화와 통합 분위기 조성을 위한 활동도 전개한다"고 못 박았다.

 

근데, "문화예술단체의 특화 육성"이란 게 무엇인가. 말 잘 안 듣는 특정 진보문화예술단체에게 지원금을 한 푼도 주지 않는 것이 '특화 육성'이란 말인가. 여기에 "기금 지원방식 개선을 통한 문화예술의 자생력 제고"는 또 뭔가. 진보문화예술단체가 정부 지원금 없이 스스로 일어서게 하기 위해서 '강도 높은 감사'를 한 뒤 지원금을 뚝 끊었단 말인가.

 

다음은 지난 29일 저녁 7시,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 이승철 시인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문화부 '진보문화예술단체 길들이기', 그게 될까요?

 

-한국작가회의가 굴욕적인 노비문서 제출과 관련 문예위가 주는 지원금 2600만 원을 거부했고, 민예총과 한국문학평화포럼은 올해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예총과 문협은 지원금을 얼마나 받고 있나?

 

"문협과 예총은 이명박 대통령 대선 당시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그 이전보다 훨씬 많은 지원금을 받고 있는 걸로 안다. 진보예술단체에 지원하지 않고 남은 돈이 어디로 가겠는가? 뻔한 일 아니겠는가."

 

-예술위가 최근 진보예술단체들에게 지난 4년 동안 지원받은 지원금액에 대해 지원금 지출에 대한 통장확인서를 내라고 했다는데?

 

"문화부가 예술위에 그러한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그 이전 지원금액에 대해서는 정산을 완료하여 아무런 문제점을 지적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새삼스럽게 이를 요구한 것은 진보문화예술단체 길들이기로 판단된다. 그때 지원금은 이명박 정부가 준 것도 아니고, 그 이전 노무현 정부 때 지원한 것을 먼지털이식으로 정산을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한 행동이다."

 

-홍일선 현 회장 땜에 지원금이 끊겼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어찌 생각하는가?

"홍일선 현 회장은 그동안 대운하 반대운동을 시작으로 4대강 반대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왔고, 여러 언론에서 이를 다루었으며, 문단 안팎에서 호응이 컸다. 그러하니 문화부와 예술위에서 볼 때 '미운 털 박힌 오리'로 보이지 않았겠는가."

 

-진보문화예술단체들 사이에서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 퇴진운동을 할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다. 어찌 되어가고 있는가?

 

"민예총과 작가회의, 평화포럼에 소속된 문화예술인들은 이번 7.28 재보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최종원 의원이 말한 것처럼 유인촌 장관의 자질과 식견에 대해 의심스러워하고 있다. 이들 문화예술인들은 '문화부가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도 하지 못했던 독재적 수법으로 진보문화예술단체를 적대시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아마도 곧 유인촌 장관의 조속한 퇴진을 위한 성명이나 거리집회 등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단체가 좌파문화예술단체이며, 어떤 단체를 우파문화예술단체라고 보는가?

"문화예술단체는 국민을 위해 활동해야 문화의 질과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이명박 정권에 순응하면 우파, 이명박 정권에 비판적이면 좌파 아니겠는가.^^ 현 정권은 국민의 세금을 정권유지 홍보비로 착각하는 작태를 저지르고 있다. 이 때문에 촛불집회에 참가한 진보문화예술단체는 모두 좌파로 몰려 향후 2년 반 동안 지원금을 받지 못해 고사될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문학평화포럼을 비롯한 민예총, 작가회의는 지원금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꾸려가려 하는가?

"옛날에도 정부 지원금 하나 없이 잘 버텨냈고, 잘 꾸려왔다. 문화예술인들은 주머니는 가난하지만 정신력이 그 누구보다 드세다. 지금 문화예술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내는 후원금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하루 세 끼 먹던 것을 두 끼로 줄이면 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북포스>에도 보냅니다


태그:#이승철 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문학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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