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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지키기, 한여름밤의 시민문화제'에서 상지대의 한 학생이 '사분위 결정 무효! 교육비리세력 척결'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상지대 지키기, 한여름밤의 시민문화제'에서 상지대의 한 학생이 '사분위 결정 무효! 교육비리세력 척결'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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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딸아. 부은 얼굴과 모기에 물린 몸을 보면서 왜 이렇게 사냐 싶기도 했단다. 엄마이기 전에 같은 학교를 다녔던 학교의 선배로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당시에도 이런 문제로 학교가 시끄러웠지만 나는 지금의 너와는 사뭇 다른 길을 걸었던 것 같다. 너의 소신과 신념이 있다면 끝까지 응원해 주겠다."


어머니의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김수림 상지대 보건과학대학 학생회장은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3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딸의 얼굴을 한 번밖에 보지 못한 어머니의 딸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이 편지에 묻어났다. 김수림 회장의 편지 낭독을 듣고 있던 참석자들은 그를 향해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순정만화', '26년', '타이밍'의 웹만화로 유명한 작가 강풀(본명 강도영)씨가 시민문화제에서 응원 발언을 하고 있다.
 '순정만화', '26년', '타이밍'의 웹만화로 유명한 작가 강풀(본명 강도영)씨가 시민문화제에서 응원 발언을 하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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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요일 오후, 서울 종로거리는 차와 사람들로 붐볐지만 보신각 앞에서는 시민들의 뜨거운 외침과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상지대 지키기, 한여름밤의 시민문화제'.

지난 4월 29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학교법인 상지학원의 김문기 전 이사장 측의 인사 5명을 정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정한 이후, 김수림 학생회장을 비롯해 상지대 학생들은 '비리 재단'의 복귀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을 벌여왔다.

김문기 구 재단 이사장은 1993년 김영삼 정권의 사학비리 개혁조치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상지학원에서 퇴출됐지만 오는 30일에 있을 사분위의 결정에 따라 복귀 여부가 결정된다. 사분위의 결정에 맞서 상지대학교 교수·학생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비리재단'의 복귀를 막기 위해 30일 전까지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본인은... 여러분의 투쟁이 좋아, 아주 좋아~"

상지대 국문과 94학번 동문이기도 한 웹 만화가 강도영(필명 강풀)씨가 무대에 올라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강씨는 "여기에 와보니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졸업한 지 10년이 됐지만 그동안에도 '김문기'라는 이름이 떠나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덧붙여 강씨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면서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 학교에 돌아온다는 게 정말 상식적인 일인가를 생각해 보라, 자신의 행동이 상식적이라고 생각된다면 끝까지 싸워 보라"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23일 저녁 종로 보신각 앞, 상지대 지키기 한여름밤의 시민문화제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참석자들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3일 저녁 종로 보신각 앞, 상지대 지키기 한여름밤의 시민문화제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참석자들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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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응원 발언에 나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상지대는 역사적인 투쟁과정 속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대학"이라며 "그러한 대학이기에 지금의 고통과 아픔이 훨씬 더 가슴에 와 닿아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힘을 얻은 참석자들은 김 교육감에게 감사의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오랫동안 환호가 멎지 않자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김 교육감은 "지난 17년 남짓의 기간 동안 상지대는 비리종합백화점에서 녹색친환경대학으로, 반민주집단이자 이기적인 대학에서 민주시민대학으로 성장해 왔다"며 "이런 상지대가 이제는 어둠의 세력 때문에 암흑의 배움터로 나아가게 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교육단체들이 힘을 합쳐 함께 투쟁해 나가자고 거듭 호소했다.

"초중고에서 상 '지대로' 받은 남자"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한 개그맨 노정렬씨는 최근 '성의롱 발언으로 논란이 된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을 빗대, "상지대 지키기 운동에 힘든 참석자들을 위해 '다 줄 생각이 있다'"는 말로 좌중의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이날 문화제 사회를 맡은 그는 틈틈이 전두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사학비리재단 김문기 전 이사장을 풍자했다. 그는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말투를 빗대 "본인은... 여러분의 투쟁이 좋아, 아주 좋아~"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분위의 잘못된 결정, 불에 기름 붓는 격"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응원 발언에 상지대 구성원들이 김 교육감에게 환호성을 보내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응원 발언에 상지대 구성원들이 김 교육감에게 환호성을 보내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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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전 이사장의 비리사학재단에 대항해 끝까지 싸워 나가자"는 다짐은 계속 이어졌다. 이병석 상지대 총학생회장은 "구 재단과 맺은 악연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앞으로 저희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를 위해서도 이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석 상지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도 "만약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그들이 한 일을 지구 끝까지 찾아가 책임을 묻겠다"며 "이 결정은 불에 기름을 붙는 격으로 국민들에게 당신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진실을 끝까지 알리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춤패 '선언'의 역동적인 무대와 포크가수 손병휘씨의 선율, 그리고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의 합창으로 이어진 문화제 무대는 지나가던 시민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퇴근을 하다 이날 시민문화제를 지켜본 직장인 김진선(30)씨는 "축제 현장에 온 것 같다"면서도 "자칫 엄숙하고 진지해질 것 같은 문화제가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서 즐거운 공연현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3일 삭발 농성을 벌였던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사분위가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되면 학교는 더욱 장기적인 파행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비리 수괴 김문기가 학교에 복귀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사분위 회의가 있는 30일 이전까지 총력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문화제에는 김상곤 교육감을 비롯해 천정배 민주당 의원, 이영환 성공회대 부총장, 정영철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장시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이범 교육평론가 등 교육단체 주요 인사들과 뜻을 같이하는 44개 시민사회 단체들이 참석했으며 상지대 교수·교직원 100여 명, 학생 500여 명(주최측 추산)이 자리를 지켰다.

덧붙이는 글 | 강민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상지대 지키기, #시민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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