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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전주 한옥 마을. 문화관광부에서 전주 한옥 마을을 한국의 별로 선정하였다. 명성이란 묘하다. 예전에 보았던 한옥마을이 달라 보인다. 새로운 느낌이다. 보이는 것마다 정감이 간다.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정이 배어난다. 전에 느껴보지 못한 생소함에 마음이 설렌다. 한옥마을의 변신을 통해서 내 삶을 돌아다본다. 한옥마을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겉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살아오면서 추구하는 모든 것도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 있을 것이란 생각에 이른다.

 

한옥의 겉모습만을 보는데 그친다면 한옥마을이 한국의 별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한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한옥은 어찌 보면 불편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한옥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몸에 이미 배어버린 나이 드신 어른들에게나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전주 한옥마을이 한국의 별이 될 수 있는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재되어 있는 가치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이와 외국인들의 눈에 한옥의 내재된 멋이 보여진 까닭일 것이다.

 

한옥을 보고 있노라면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고향 집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3칸의 작은 집이었지만 우리 가족의 꿈을 키워가던 보금자리였다. 그렇게 많은 식구들이 어떻게 그리 좁은 집에서 살아갈 수 있었는지, 의심이 든다. 좁은 집에서도 작은 불편도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그 모든 기적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지극한 헌신과 사랑 덕분이었다. 가난한 살림 속에서도 웃음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근검절약함 덕분이었다.

 

어머니가 못하시는 것은 없었다. 무슨 일이든 손수 다 하셨다. 바구니도 직접 만드셨고 바느질도 손수 하셨다. 어머니 손으로 하지 못 하시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것도 어머니의 손만 닿으면 만들어졌다. 비록 조금은 엉성하고 볼품이 없기는 하였지만 사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보기에 좋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리면 어머니는 지그시 바라보셨다. 환하게 웃으시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더는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었다.

 

어머니의 만물 상자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골무다. 볼품없는 물건이었지만 어머니에게는 아주 소중한 생활 도구였다. 세탁소나 수선집이 없었던 그 시절에 골무 없이는 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골무는 바늘과 함께 무엇이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 상자였다. 낡은 것을 깁는 것에서부터 새 옷을 만드는 일에 이르기까지 할 수 없는 일이 없었다. 가족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시켜주는 사랑의 메신저였다. 한옥을 바라보면서 왜 골무와 바늘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살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기 마련이다. 보고 싶다고 하여 모두 다 볼 수가 없다. 받아들이고 싶다 하여 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한옥을 바라보면서 사는 것 자체가 모두 다 도라는 생각이 든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 앞을 가로막는 것이 인생이다. 서 있는 이곳에서 순간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빛나는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한옥마을이 정겹게 다가온다. 골목 구석구석이 더욱 애정이 간다. 한옥마을의 아름다움은 겉이 있지 않다. 왜냐하면 한옥마을은 순간에 구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사랑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한옥마을이다. 그래서 한국의 별이 되었다. 앞으로도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한국의 별에서 지구촌의 별로 우뚝 서기를 기원해본다. 한결 같은 눈길로 사랑을 독차지 하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한다.<春城>

덧붙이는 글 | 단독


태그:#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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