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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대학생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성적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대학생들과 함께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성적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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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2월 대학을 졸업한 나는 그해 5월 소위 타블로이드판 주간지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그 시절 남자 선배들은 편집국 자기 자리에 각자 재떨이 갖다놓고 담배꽁초를 수북이 쌓았지만, 여자 선배들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여자 선배들은 모조리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한 손으론 연신 부채질을 해대며, 다른 한 손으론 담배 연기를 빨아댔다. 그때 그 신문사의 회장이 강남의 땅 부자로 알려져 있었는데, 회식자리에 오면 언제나 양 옆에 여기자들을 앉히곤 했다. 그때 꼭 하셨던 말씀이 있다.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맛이야!"

또 하나 특징을 언급하자면, 남자 기자들에게는 꼭 "김 기자, 박 기자" 해도, 여기자들에겐 반드시 "아무개 양"이었다. 단연 나도 '그 회장님'에겐 "장양"으로 불렸다. 장양... 음... 뭐 대학시절 별명이기도 해서 그냥 넘겼다. 그러나 "어이, 장양!" 이러면, 순간 속에서 불기둥이 치솟았다. 성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난 그 회사를 몇 달 만에 그만두었다. 꼭 그 호칭이 불쾌해서 그만뒀다기보다는 이런저런 이유로 옮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심 그런 취급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 뒤에 한동안 다른 매체에서 일하다가 나는 참여연대에서 기관지 <참여사회>를 만들었다. 몸은 고단했고 급여도 몹시 적었지만, 적어도 나한테 "어이~ 장양!" 하는 노인은 없었다. 성차별도 없었다.

지난해 9월 이형모 전 사장의 성희롱에서 촉발된 <시민의신문> 경영 공백 사태는 이사회 전원 사퇴 후 극단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9월 이형모 전 사장의 성희롱에서 촉발된 <시민의신문> 경영 공백 사태는 이사회 전원 사퇴 후 극단으로 치달았다.
 2006년 9월 이형모 전 사장의 성희롱에서 촉발된 <시민의신문> 경영 공백 사태는 이사회 전원 사퇴 후 극단으로 치달았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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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신문>, 그리고 강용석 의원

그러던 어느 날, 이웃언론사인 <시민의 신문>에서 황당한 소식이 들려왔다. 성추문 스캔들이었다. 술자리에서 간헐적으로 들리는 소문은 있었지만 사실로 확인된 순간 적이 놀랐다. 이른바 '이형모 성희롱 사건'이다. 그전에 '장원 여대생 성추행 사건' 사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성문제와 관련된 사건'은 일단 터지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이형모 사장은 성추행 혐의로 스스로 물러났지만 자신의 성추행 혐의가 왜곡되거나 부풀려졌다며 <시민의 신문> 노동조합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시민의 신문> 지분이 상당했던 이 전 사장은 문제를 제기했던 노동조합과 일전을 치를 자세로 이사회에 부인과 함께 참석해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어쨌든 이 일로 많은 기자들이 <시민의 신문>을 떠났다. 이형모 사장도 물러났다. 그 뒤로 지금까지 <시민의 신문>은 과거의 명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20일, 또 터졌다. 바로 '강용석 성희롱 발언' 논란이다. 최연희 한나라당 전 의원의 동아일보 여기자 성추행 사건, 우근민 제주지사의 성희롱 사건 등 무수한 정치인들의 '성추문 스캔들'은 끊임없이 터졌다.

이 가운데 유독 이 사건이 시선을 잡아끄는 까닭은 현직 국회의원의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41살의 국회의원이 조카뻘에 해당되는 여대생들을 앉혀놓고 음담패설에 가까운 성적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는 대목에 이르면 솔직히 피가 거꾸로 솟는다.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41, 서울 마포을)은 지난 16일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가한 서울의 한 대학 학생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 지망생인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또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한다"고 말했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 의원은 그 자리에 있던 한 여학생이 지난해 청와대를 함께 방문했던 사실을 기억해낸 뒤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며 "옆에 사모님(대통령 부인 김윤옥씨)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까지만 봐도 화가 치민다. 그런데 그의 발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당일 그는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을 향해서도 거침없이 성적 농담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강 의원은 이날 이 발언뿐 아니라 "전현희 의원은 60대 이상 나이 드신 의원들이 밥을 한번 먹고 싶어 줄을 설 정도다", "여성 의원의 외모는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낫다", "나경원 의원은 얼굴은 예쁘지만 키가 작아 볼품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블로거 방짜는 강용석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여러 공기업의 인사담당자나 신입사원 인터뷰를 소개한 게시물을 실었다고 보도했다. '자산관리공사 신입사원 인터뷰' 내용에서도 강 의원의 충격적인 성적 농담은 계속 된다.

한 신입 여직원과의 인터뷰를 하다가 강 의원은 불쑥 "고추잠자리를 일본말로 뭐라고 그러냐"고 물었다. 이 여직원이 당황하여 제대로 답을 못하자 그는 "빤쓰"라고 친절하게도 말해준다.  

강 의원은 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상대로 '성희롱성' 칼럼을 게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쓴 칼럼에서 강 의원은 "박근혜에게서 희망을 본다"며 "우선 그녀(박근혜)는 섹시하다, 섹시하다는 표현만큼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렵다, 나뿐 아니라 많은 유부남들(늙거나 젊거나를 막론하고)이 박근혜의 물구나무 선 모습, 완벽한 아치 모양의 허리에 감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또 "서른일곱 살인 내가 50대 초반의 그녀를 섹시하다고 하니 이건 또 무슨 왕아부라고 할는지 모르나 진작부터 두둑해진 뱃살에 쳐다볼수록 대책이 없다고 느끼는 아들 둘까지 첨부하고 있는 유부남의 입장에서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한 몸매에 애도 없는 처녀인 박근혜에 대해 섹시하다는 표현만큼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쯤에 이르면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은 우연의 일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상습적이다.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이런 사람에게 지역을 위해 일해달라며 국회의원 뱃지를 넘긴 마포 사람들은 얼굴이 화끈거릴 게다. 수많은 엄마들 또한 그를 믿고 한표 던졌을 터인데, 강 의원은 결국 '마포의 딸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선사한 셈이 됐다.

묵과할 수 없는 일 아닌가. 더군다나 강 의원은 당시 <문화일보>와 일대 격전을 치르고 있던 '모가지 발언(대법원에서 무죄확정판결 받음) 사건'의 주인공 정청래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인물이다.

 18대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정청래 통합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총선 기간동안 논란이 되었던 초등학교 행사장 발언과 관련하여 일부 언론의 허위사실에 기초한 보도로 낙선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정청래 통합민주당 의원이 2008년 4월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총선 기간 동안 논란이 되었던 초등학교 행사장 발언과 관련하여 일부 언론의 허위사실에 기초한 보도로 낙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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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선거운동원에 의해 연출된 가짜 증언

당시 강 의원과 정청래 민주당 전 의원은 선거 1주일여 전까지 방송 여론조사에서 0.3%포인트 격차의 박빙승부를 펼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문화일보>(2008년 4월 4일 보도)는 정 전 의원이 한 초등학교에 들어가려다 교감 선생님이 막아서자 "내가 이 지역 현직 의원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당신(교감)과 교장을 자르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모가지 발언'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때 정 전 의원은 이런 말을 전혀 한 적이 없고, 사실은 상대후보였던 강용석 의원측의 선거운동원이 연출한 '가짜 증언'에 따른 조작된 보도임이 드러났다. 이 사실은 정 전 의원이 검찰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밝혀냈다.

정 전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자신이 <문화일보>의 연재소설 '강안남자'의 외설 문제를 제기하자 <문화일보>가 앙심을 품고 사실확인 없이 보도했고 이를 <조선일보> 등이 확대재생산한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이 낙선하게 된 결정적 이유로 꼽는 사건이기도 하다.

강 의원의 문제적 행동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지만 그는 오히려 반발한다. 국회 정론관에 찾아가 기자회견도 열었다. 그리고 관련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정치 생명을 걸고 허위 왜곡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론은 그의 입장과 반대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는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그 발언의 모욕 수위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7.28 재보궐선거를 인식한 탓인지 이날 즉각 윤리위원회를 열어 제명을 결정했다. 제명되면 당원 자격을 잃고, 5년 이내에 복당할 수 없다.

그러나 일각에선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재심을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해봉 한나라당 의원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과거 윤리위원회가 최연희 당시 사무총장 등의 징계 문제를 다룰 때는 양쪽의 의견을 다 듣고 현장조사도 나갔다"며 "이번 윤리위 결정은 강 의원과 동석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의원도 "사실관계를 확인도 하기 전에 처분을 내린 것은 너무 지나쳤다"고 말했으며, 이윤성 의원은 "한 국회의원이 기회를 잃지 않도록 동료 선배로서 (의원총회에서) 고려할 대목이 있다"고 밝혔다.

뭔가 봐줘야 할 이유가 있는 건가? 알고보니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지간이다. 미래가 창창한 스팩 좋은 젊은 정치인이다.  서울 법대를 졸업했고 하버드 법대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변호사다. 홍익대 법대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미래가 창창하니 봐달라?

강용석 성희롱 발언 논란의 기저에는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 인지적 관점은커녕 왜곡된 성문화가 강용석 의원의 입을 통해 고스란히 튀어나온 것 뿐이다.

룸살롱과 성매매 업소를 자주 드나들며, 야한 옷을 입은 여자는 성추행해도 된다고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여성과 남성은 서로 동등한 인격적 존재라는 인식을 고수하는 한,  이런 일은 지속적으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자칫 이 문제가 여성 대 남성의 논리로 가서는 안 된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사회의 잘못된 성인식이라는 점이다. 이형모 사장도 이름난 시민운동가였고, 장원씨도 대학교수였다. 강 의원과 다를 바 없이 사회적 지위도 높았다. 

발뺌할수록 일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강 의원은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연세대 학생들은 21일 늦은 밤 강 의원의 발언이 모두 사실임을 밝혔다. 법조인인 그는 이번 보도가 '제3자에 의한 전언'이기 때문에 법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할 게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결국 진실이 이긴다.

설사 강 의원이 법률상 무죄판결을 받는다해도 그는 이미 한국사회에서 죽은 정치인이다. 그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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