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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정부가 제출한 세종시 수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75명 중 찬성 105명, 반대 164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세종시 수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75명 중 찬성 105명, 반대 164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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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고, '친이-친박 리스트'만 하나 더 늘었다. 29일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표결 결과는 기존의 친이-친박 구도를 답습했고, 6·2 지방선거의 민심이 반영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찬성 105명, 반대 164명, 기권 6명, 불참 16명인 세종시 수정안 표결 결과에서 한나라당 의원들 것만 보면, 찬성은 103명, 반대는 50명, 기권은 5명, 불참은 11명이다. 표결 숫자와 내용을 보면 기존 친이-친박 분포에서 소규모 변동이 있을 뿐, 대부분 자기 계파의 뜻에 따라 투표한 것으로 나타난다.

소규모 변동 내용을 살펴보면,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진영 의원(서울 용산)이 찬성표를 던졌다. 본회의 뒤 진 의원은 "소신대로 투표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이 이번 투표를 계기로 친박계를 이탈했다고 보기는 힘들고, 지역구가 서울인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친이계인 조전혁 의원(인천 남동을)이 기권표를 던진 것은 평소의 소신 때문이다. 조 의원은 본회의 뒤 "나는 세종시 문제에 관한한 친이도 친박도 아니고 친노"라며 "행정부처뿐 아니라 청와대, 국회까지도 이전해서 미국의 워싱턴-뉴욕 모델로 가자는 게 내 생각"이라고 밝혔다.

친이계 핵심인 안경률 의원(부산 해운대기장을)은 '불참'으로 처리됐는데, 전화 통화를 위해 잠깐 회의장을 나간 사이 세종시 수정안 투표가 끝나버려 찬성 표결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경우다.

친이계로 분류되던 권영진(서울 노원을), 배영식(대구 중남), 중립성향의 김성식(서울 관악갑), 황영철(강원 홍천횡성) 의원 등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들 의원이 친박계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세종시 수정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일이 6·2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세종시 민심'을 무시하는 일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6.2 지방선거 참패 후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초선의원 토론회에서 구상찬 권택기 김성식 의원 등 참석 의원들이 한나라당 혁신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6.2 지방선거 참패 후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초선의원 토론회에서 구상찬 권택기 김성식 의원 등 참석 의원들이 한나라당 혁신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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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는 의구한데 민심은 간데 없다

일부 초선 의원들이 민심을 이유로 계파에 속하지 않은 투표를 한 것을 빼면, 6·2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세종시 수정안 투표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선거 패배 뒤 민심 이반에 대한 반성 열풍은 결국 '말잔치'에 불과했던 것.

이런 이유로, 한나라당의 변화와 쇄신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졌을 땐 '반성해야 한다', '쇄신해야 한다', '계파 간 화합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다가 각 계파의 이익이나 명예가 갈라지는 일에 대해선 대부분 계파에 충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결국 이번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표결은 친이-친박간 계파의 골과 현재의 분포 지형만 확인한 셈이고, 당 화합에는 오히려 역효과만 낼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하나 남는 것이 있다. 한나라당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는 필수 자료가 하나 있는데, 바로 친이-친박을 분류하는 명단이다. 지난 2007년 대선 후보를 뽑는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했느냐가 기초자료가 되고 여기서 각 의원들이 사안별로 어떤 대응을 해왔는지가 보완되면서 친이-친박을 가르는 자료가 된다.

9개월을 끌다가 상임위에서 부결되고 본회의에서 또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기자들에게 괜찮은 '친이-친박 계파분류 참고자료'만 하나 남긴 셈이다. 기자들 사이에선 '이번 투표 명단이 결국 19대 총선 공천 살생부가 되지 않겠느냐'는 말도 있지만, 현재의 당-청 관계가 2012년까지 유지될 때의 이야기다.


태그:#세종시 표결, #친이친박 리스트, #지방선거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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