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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천안시 두정동 오성초등학교 부근. 원룸과 상가 등이 밀집한 오성초 동문 주변은 100m도 채 안 되는 구간에서 의류수거함 다섯 개를 볼 수 있었다. 좁은 인도에 설치되어 통행에 불편을 주는 의류수거함이 있는가 하면 의류수거함 옆이 쓰레기 투기장으로 변질돼 악취를 풍기는 곳도 있었다.

천안지역 의류수거함 1200여개 넘어

천안 주택가에 설치된 한 의류수거함의 모습.
 천안 주택가에 설치된 한 의류수거함의 모습.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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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네도 사정은 비슷했다. 신부동 주택가의 한 의류수거함은 방치된 기간이 상당한 지 무성한 잡초에 뒤덮혀 있었다. 청룡동의 어느 의류수거함은 파손되어 제 형체를 잃은 채 덕지덕지 전단지만 잔뜩 부착된 모습이었다.

천안시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에 산재한 의류수거함은 1200여개로 추산된다. 추정치이기 때문에 실제는 수천개를 웃돌 것으로도 여겨진다. 이 가운데 공공기관이 설치한 의류수거함은 1개소도 없다. 전부 민간단체나 개인 등이 설치했다. 의류수거함을 설치·운영하는 이들은 일정 간격으로 수거함을 순회하며 의류 등을 수집해 kg당 400원 정도를 받고 동남아 등지의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문제는 의류수거함이 도심 곳곳에 우후죽순 설치되면서 도시 미관 저해는 물론 관리 소홀로 자원재활용이라는 애초 취지에도 벗어나고 있다는 점.

주민들이 의류수거함에 투입해서는 안 되는 쓰레기나 오물을 투입하는 바람에 의류수거함의 옷들이 망쳐지거나 주택가에 설치된 일부 의류수거함 주변은 쓰레기 상습 투기장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철제나 고무재질로 투박하게 만들어진 의류수거함은 도시 미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업체간 경쟁으로 의류수거함 도난 사건도 발생

관리소홀로 방치되고 있는 의류수거함의 모습.
 관리소홀로 방치되고 있는 의류수거함의 모습.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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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수거함의 관리소홀과 난립은 이런 양상을 더욱 부추긴다. 일부 지역에서는 설치 업체의 이름이나 연락처도 없이 달랑 의류수거함만 설치된 경우도 목격된다.

다른 고장에서 미관과 관리상 문제로 자치단체가 의류수거함을 전면 철거하자 해당 업체가 천안으로 진출해 의류수거함 설치를 늘리면서 의류수거함 난립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진단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천안에서는 헌옷 수거업체 근무자들이 경쟁업체의 의류 수거함 50여개를 훔쳤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의류수거함의 폐해가 심각해지자 천안시도 정비에 나섰다.

천안시 청소과는 읍면동에서 민원이 접수됐거나 관리가 부실한 의류수거함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철거 작업에 착수했다. 자진철거를 유도하는 안내문 부착 등 계도기간을 거쳐 철거된 의류수거함은 재활용선별장에 보관됐다가 주인이 나서지 않으면 소각한다는 방침.

시 청소과 재활용팀 관계자는 "철거 대상 의류수거함으로 200여개 정도가 지목됐다"며 "일단 자진철거를 안내하고 있지만 수거함에 표시된 번호로 전화를 해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82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안시, #의류수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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