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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세종시 수정안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었다. 이제 세종시는 원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되어야만 한다. 대통령도 총리도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분명한 사실 앞에서도 현 정권 아래서 행정도시가 정상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정안 부결 이후 한 시름을 놓아야 할 충청권 시민단체와 야당은 '대통령이 정상추진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수정안이 부결되던 날, 국회 본회장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며 원안을 폄하했다.

 

그들의 발언을 들으면서 섬뜩해지는 대목은 '원안을 주장하면서 과학벨트를 포함한 +α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는 것이다.

 

'원안에는 +α가 없기 때문에 그대로 가면 유령도시가 될 것이 뻔하고 그 때가서 후회해야 소용이 없다'는 주장에는 행정도시 정상건설을 막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실천 의지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행복도시의  +α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주장대로 행정도시 원안에는 +α 요인이 없는 것일까?

 

지난 2008년 11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으로 부임한 정진철 청장은 그 해 12월, '행복도시 세종,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도시로 건설됩니다' 라는 제목의 홍보물을 발간해 수만부 배포했다.

 


이 홍보물의 마지막 장 '획기적 기업활동 지원'이라는 부분에서는 기업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토지공급, 각종 세제 및 재정 혜택, 규제완화, 맞춤형 행정지원 등을 약속하고 있다. 특히 토지의 경우 저가의 토지공급 뿐 아니라 대규모 투자자에 대한 원형지 개발권 부여 등 수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주목할 것은 이 홍보물이 2대 청장인 남인희 행복도시 건설청장 시절에 제작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이미 남인희 청장 시절부터 자족성 강화 방안이 수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을 바탕으로 한 투자유치 실적은 행정도시 백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행복도시 세종 백서에는 건설청이 행복도시의 자족성 강화를 위해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을 유치하는 방안을 수립한 결과 이미 2007년 11월 고려대학교와 대학설치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상당한 성과가 있음을 수록해 두고 있다.

 

                           <표: 투자유치 MOU 체결현황>                            ('09년 8월 현재)

제목

당사자

체결일

행정중심복합도시 대학설치 양해각서

고려대, 건설청, 토공

2007.11.26

행정중심복합도시 대학설치 양해각서

KAIST, 건설청, 토공

2008.03.04

행정중심복합도시 국립수목원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

산림청, 건설청, 토공

2008.09.03

행정중심복합도시 의료과학그린시티 관련 양해각서

CCI,BMC, 건설청, 토공

2008.11.07

행정중심복합도시 대학설치 양해각서

KAIST, 건설청, 토공

2009.01.05

행정중심복합도시 천연약재박물관 설치 양해각서

스미소니언, BMC,건설청, 토공

2009.05.07

그린인포센터 설치관련 양해각서

SIC,건설청,토공

2009.08.04

                                                                 <행복도시 세종 백서에서 발췌>

 

수정안 추진 이전에 이미 행복도시건설청이 약속하고 공언한 사실을 바탕으로  MOU를 체결했음에도 현재 기업과 대학들은 투자를 백지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것이 과연 순수하게 자의에 의한 것인지를 의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신동아> 2월호 기사를 보면 이런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신동아>는 지난 2월호 "문건에 나타난 'MB 세종시'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기사에서 "세종시로 이전할 9개 부처는 300조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의 대부분을 집행하고 중요한 인허가권을 행사한다. 기업 경영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모 대기업 간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므로 원안대로 부처 이전시 국내 30대 대기업 대부분은 세종시에 어떤 형태로든 입주하고 오히려 수정안보다 더 많은 대기업이 세종시로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

 

과학벨트 입주를 전제로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들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기업 입주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이다. 어쩌면 이 같은 일이 현실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부동산 경기도 마찬가지다. LH공사의 한 직원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원안과 수정안을 두고 봤을 때 원안이 아파트 분양효과를 비롯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더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도시 원안이 확정되었음에도 아파트 건설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건설공사에 참여하든 입주를 계획하든 기업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기업 처지에서도 서글픈 일이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지금 수정안이 부결되면 자족성 강화를 위해서 더 이상은 없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안타깝다. 원안에 이미 자족기능이 다 들어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구체화하는 정부의 실천의지다"라며 "세종시를 성공적으로 만들 책임과 의무가 정부와 정치권 전체에 있다"고 말했다.

 

20번이나 약속한 대선 공약을 뒤집어 수정안을 발표했고 원없이 홍보도 했고 여론 조작도 시도했다. 상임위에서 폐기된 법안을 본회의까지 올려 표결까지 진행했다. 이만하면 정부도 할 만큼 모두 했다. 여기까지 와서도  +α 논란을 부각시키며 더 이상 행정도시를 표류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정부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제 행정도시 정상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의 요구에 정부가 답해야 할 차례다.


태그:#세종시, #자족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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