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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장이 그렇게 맛있어?"

"그럼요. 없어서 못 먹지. 얼마나 잘 먹는다고."

 

지인과 밖에서 꽃게장을 먹고, 집에 가져 왔습니다. 뭐 들고 다니기 싫어하지만 맛있게 먹는 아내를 보니 흐뭇하더군요. 푸지게 먹던 아내는 인사치레로 하는 먹어보란 소리조차 없었습니다. '작은 것에 속상하다'고 서운하더군요.

 

그런데 아내 말이 가슴을 콕 찔렀습니다.

 

"직장 회식 때 남들은 삼겹살 먹는데 나는 고기 안 먹는다고 옆에서 꽃게장 1인분을 몰래 시켜 주더라고. 아줌마가 눈치도 없지. 조용히 가져다주면 좋을 걸 '꽃게장 누가 시켰어요?'하잖아.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눈치 보느라 옆 사람 나눠주고, 게딱지에 밥도 비벼먹지 못하고 얼마나 아까웠는지 알아?"

 

이 소릴 들으니, 내심 서운한 마음이 쏙 기어들어 가더군요. 하여, "자네 혼자 맛있게 먹소" 그랬지요.

 

"엄마는 먹고 싶은 게 없어 안 시키는 줄 알아?"

 

그러고 보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조별 경기를 보던 중 아내가 속상해 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고기 안 먹는 나도 뭐 시켜먹고 싶거든. 자기들끼리 통닭 시켜 먹고…. 나 같으면 온 식구가 다 같이 먹는 걸 시키겠다. 엄마는 먹고 싶은 게 없어 안 시키는 줄 알아? 나도 쟁반국수 시켜 먹고 싶거덩."

 

'헉'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생선 먹을 때 "나는 머리가 맛있다"며 생선 머리만 드시는 꼴이었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기더군요. 아이들도 머쓱한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겸연쩍어 "쟁반국수 시키지 그랬어?"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왜 아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걸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다음 날, 아내는 퇴근 후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재밌더군요.

 

"꽃게장 먹으려고 행사 후 밥도 안 먹고 왔어요. 얼마나 꽃게장이 아른거리던지…."

 

이 정도일 줄이야. 그간 무던히도 무심한 남편이었습니다. 참 미안하더군요.

 

가끔은 아내를 위해 맛있는 거, 들고 다녀도 좋겠다!

 

"여보, 얘들아, 너희도 꽃게장 좀 먹을래?"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꽃게장을 먹던 아내가 같이 먹기를 권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저는 꾹 참아야 했습니다. 대신 "당신이 맛있게 먹으니 우리까지 기분 좋은 걸"하고 맛을 더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한 마디 하더군요.

 

"음~, 이 맛이야! 이건 짜지도 않고 비리지도 않는 게 딱 내 입맛이라니깐."

 

혼자서만 맛있는 거 먹고 다닌다던 아내의 투정도 사라졌습니다. 어쨌거나 꽃게장이 아내를 요로코롬 행복하게 할 줄 몰랐습니다. 가끔 아내를 위해 맛있는 걸 손에 들고 다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꽃게장,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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