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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22일 오후 다시 법정에 섰다. 경기도교육감 취임 이후 '피고인 김상곤'이 법정에 선 건 이번까지 합하면 총 세 번째다. 그는 법정에 설 때마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할 뿐 여러 말을 하지 않았다.

 

김 교육감을 법정에 세운 건 교육과학기술부다. 교과부는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따른 것이므로 사법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징계를 보류하겠다"던 김 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 3월 5일 김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김상곤 교육감이 시국선언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된 것이 아니라 징계 의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했다"며 "징계 의뢰를 하고 나서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보류를 결정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더라면 김 교육감을 기소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논리에 따르면, 시국선언 교사를 징계위에 회부만 했어도 김 교육감은 기소되지 않았다. 진위 여부를 떠나 검찰의 논리는 '유혹'을 느낄 만한 솔깃한 이야기다. '징계위에 회부하고 교육감직을 보장받자'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직무유기로 유죄를 선고 받으면 김 교육감의 직무는 그날로 정지되기 때문이다.

 

'피고 김상곤' 자처한 이유 "지식인은 진실 앞에서 머뭇거리면 안 돼"

 

김 교육감과 경기도교육청은 시국선언 교사 징계 여부를 놓고 많은 고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와 법학자 9명에게 자문을 받았고, 이 중 7명은 "징계 사유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교육감은 교육청 간부들과 몇 차례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최종 선택은 교육감의 몫이었다. 결국 김 교육감은 "징계 유보"를 결정하고 '피고 김상곤'의 길을 갔다.

 

김 교육감이 재판정에 처음 선 지난 4월 27일. 경기도 수원지법을 빠져나오며 경기도교육청 직원의 차를 얻어 탔다. 차 안에서 그에게 물었다. 검찰 논리대로 적당히 징계위에만 회부하면 되지 않았느냐고, 그러면 교육감 자리가 위태롭게 되는 일도 없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그 직원은 "교육청 내부에서도 그런 의견이 여러 가지 중 하나로 제기됐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최종적으로 김 교육감은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도대체 왜? 다시 그에게 물었다. 그는 수첩에 적어 놓은, 당시 김 교육감이 밝힌 '최종 결정의 변'을 들려줬다.

 

"나는 평소 교수 운동을 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겼다. 1980년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싸운 건 결국 인권과 자유 때문이 아니었나. 교사가 시국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고 징계를 받는 건 그동안 발전한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도 맞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식인 운동을 해왔는데, 지식인으로서도 납득하기 어렵다. 지식인은 진실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뒷걸음질 치면 안 된다.

 

징계위로만 넘기자고 하는데, 징계위로 넘기는 것 자체가 이미 징계를 밟는 수순이다. 그리고 때로 과정이 결과를 말해주기도 하는 법이다. 따라서 징계위로 넘길 수 없다. 원칙대로 가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자."

 

김 교육감의 말을 전하는 교육청 직원의 음성은 떨렸다. 6.2지방선거가 끝난 뒤 김 교육감에게 위 발언이 사실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김 교육감은 "교육청 직원들이 많이 걱정해서 (위로 차원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며 웃었다.

 

교과부의 월권... 한나라당 의원조차 "국가의 폭력"

 

경기도교육청은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경기도 내 교사 18명 전원을 18일 징계위에 회부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배제징계(파면, 해임)와 직위해제 등을 요구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징계 방침으로 일괄 중징계 조치하는 것은 교육감의 인사권 남용으로 귀결될 우려가 있고 해당 교사들의 적극적 정당 활동 증거도 부족하다"며 "감봉, 견책 등의 징계 요구가 타당하다"고 경징계 방침을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공무원 정치활동 금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교사들의 정당 가입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 등 실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징계가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징계 방침을 '하달'한 교과부는 이번에도 발끈했다. 교과부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통해 "경기도교육청의 결정은 헌법 질서와 전체 공무원의 기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교육청이 경징계 의결을 요구하기로 판단한 근거와 배경을 살펴본 뒤 면밀한 법적 검토를 거쳐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또다시 직무 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라도 할 태세였다. 하지만 같은 날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국회에서 자신들이 낸 보도자료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안 장관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징계 방침은 정당 가입 교사 징계가)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경우 제시하는 기준에 불과하다"며 "각 시·도교육청이 징계절차를 밟고 소명에 따라 징계(수위)가 결정되며, 어디서 경징계 또는 중징계를 했다고 해서 우리가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교사 징계 수위 결정은 각 시·도 교육감 권한인데 교과부의 지침은 월권 아니냐"는 지적에 이렇게 답했으니 오랜만에 교과부 수장이 '정답'을 이야기한 것이다. 교육공무원법 33조에 따르면 교과부 장관은 징계권을 교육감에게 위임하도록 돼 있다.

 

MB정부 2년 반, 교사 32명 해임·파면...이것도 부족한가

 

그래서 한나라당 소속인 임해규 의원조차 "교사들이 정당에 가입한 것은 실정법 위반이라서 징계될 수밖에 없지만 징계 형량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데 파면까지 한다는 것은 그분들에게는 청천벽력 아닌가"라며 "그건 어마어마한 일인데, 권한이 없는 교과부에서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은 국가의 폭력"이라고 안 장관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반 동안 교과부는 벌써 교사 32명(일제고사 거부 13명, 시국선언 19명)을 파면·해임했다. 이것도 모자라 교과부는 교사 134명을 더 파면·해임하라고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

 

교육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 펜이 아닌 칼을 들고 설쳐대는 상황.  "지식인은 진실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뒷걸음질 치면 안 된다"던 지식인의 '목숨'도 그래서 위태롭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1심 선고는 오는 7월 중순에 내려진다.


태그:#교육과학기술부,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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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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