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성이 어느덧 3년째가 돼 가고 있는데.

"오늘(21일) 현재 천막 농성이 966일째다. 지회를 설립한 지도 1024일이 지났다. 2007년 9월 지회를 설립해, 그 해 10월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지회를 설립하고 사측의 탄압을 계속 받아왔고, 상당수 조합원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지회를 설립할 당시 부평공장에는 1차 하청업체에 1500명, 2차 하청업체에도 2500명 정도가 근무했다. 하지만 현재는 350여 명 정도만 근무하고 있다. GM 경영진의 부실한 경영의 최대 피해자는 비정규직이었다."

-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해고자 복직을 주장하고 있다.

"해고를 하려면 60일 이전에 노동조합이나 노사협의회를 통해 충분한 토의와 토론을 거쳐 협의해야 한다. 그리고 사측은 해고 회피노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업체는 이미 폐업했다. 지노위와 중노위의 판단은 설사 해고가 부당하거나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체가 이미 폐업되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다.

업체가 그냥 폐업하느냐? 절대 아니다. 공정이 사라지고 수익이 안 나거나 재계약에서 탈락하는 거다. 왜냐? 원청이 개입하는 것이다. 원청의 생산계획대로 생산하고 원청의 작업지시대로 작업할 뿐이다. 하청업체는 그저 최소한의 관리만 하는 것이다. 사실상의 사용자가 원청인 GM대우라는 것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지회는 GM대우에게 부당해고의 개입을 들어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위원회에 제소했다.

노동력을 통해 원청은 계속 이익이 창출되는데, 하청업체는 망했다 새로 생겼다 한다. 그 사이 비정규직 해고자의 복직 문제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 철야 농성도 한 달 있으면 천일이다. 장기화돼 힘든데 왜 투쟁을 계속 하는가.

"하청 업체는 아무것도 책임을 지지 않고, 원청은 하청 업체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원청은 책임지지 않고, 하청은 계속 망했다 생겼다. 사용자는 책임지지 않고, 고용된 사람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다. 이는 결국 시민권이 박탈된 것이다.

그래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850만 명이라고 하는데, 그 가족과 예비 청년 비정규직을 따지면 대한민국의 절반이 비정규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절반이 시민권에 제한받고 있는 셈이다. 그것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다면,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이 무색하다. 선거 한 번해서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될 수 없다."

- 투쟁이 장기화 돼 힘들 거 같다.

"현실적인 것은 금전적인 문제다. 그런 문제로 인해 조합원들이 떠나가 힘이 빠지다 보니, 주변의 관심도 떨어지는 거 같다. 비정규직 문제가 모두의 문제임에도 불구, 외로운 싸움이 되고 있다."

- 현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작년 임원 선거 때 비정규직과 연대를 한다고 했는데.

"일반 조합원은 집행부 탓을 하고, 집행부는 조합원을 탓한다. 집행부는 조합원 정서가 안 따라 준다고 이야기한다. 책임 전가하면서 면피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가 GM대우 노조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에서 언제나 우선순위로 밀려 있다. 거론만 되고 진척이 없다는 느낌을 솔직히 받는다.

하지만 (현 정규직 노조는) 지난번 집행부와 다르게 소통이 계속되고 있다. 그들과 연대의 고리를 놓지 않고 있다. 그들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GM대우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힘은 정규직 노조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GM대우 비정규직 투쟁의 의미는 무엇인가?

"먼저 한국 노동사회에 대한 각성을 주문하고 있다. 정규직의 고용 보장을 위해 비정규직이 대규모로 해고된 전형적 사례다. 민주노조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에게 자기반성 없이, 고용 보장만 주장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고 질문을 던지는 투쟁이다. 천막을 오시는 상당수 분들도 그 의미를 말씀하신다.

두 번째는 한국 사회에서의 비정규직 투쟁 상징성이다. 국민으로 주권행사를 제한 당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정치 참여 기회도 박탈당하고, 현장에서는 인격적 통제를 당한다. 생각, 표현을 할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박탈당하고 있다. 우리는 '성 밖에 시민'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민주주의 완성이다.

마지막으로 GM대우 비정규직 문제는 초국적 자본과의 싸움이다. 작년 GM대우가 파생상품 투자로 인해서 수조 원의 손실을 보았다. 그 책임으로 비정규직인 1천 명 이상 일터에서 쫓겨났다. 초국적 자본은 수탈의 개념이다. 이윤을 뽑아 재투자를 하거나,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모기업을 가져간다. 그렇다 보니 정규직도 불안한 것이다. 자신들의 상품 가치가 낮아질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받거나, 잘려나가도 버티고만 있는 것이다. 기아-현대의 경우 비정규직 투쟁을 하면 탄압도 받지만 성과가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GM대우는 그렇지 않다."

- 인근 아파트에서 소음과 도시미관으로 불만이 있다.

"집회를 하면 인근 아파트 분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스피커도 공장으로 돌려서 한다. 17일에도 집회하는데, 민원이 들어와 경찰이 왔다 갔다. 늘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하지만 일주일에 30분의 소음으로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면, 세상에서 자기 권리를 누가 주장할 수 있냐. 비정규직 문제는 자신들의 자식문제이며, 모두의 문제다. 요즘은 40대도 퇴출되는 경우가 있다. 그들도 비정규직이 된다.

"시민사회·노동계의 연대와 시민들 관심으로 천일 농성 가능... 투쟁수위 높일 것"

- 24시간 농성을 966일 끌고 올 수 있었던 저력은.

"초창기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비정규직 투쟁을 남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우리 복직 문제로만 인식했다면 이렇게 싸우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 정치 참여 문제, 민주주의 회복 문제 등이 다 연동돼 있는 것이다.

한낮에는 한증막이고, 겨울엔 천막이라 춥다. 하지만 GM대우 현장 활동가가 아닌 평조합원이 방문해 격려도 해주고, 시민들도 격려해 주고 있다. 어떤 분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찾아와 라면도 사주고 간다. 꼭 하는 말들이 비정규직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 장기 투쟁 사업장인 콜트악기와 함께 후원 주점도 했다. 2천만 원의 수익금이 나서 1천만 원씩 후원도 해주었다. 연대와 관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 지역사회나, 노동계와 연대는?

"시민사회에 연대를 하고 있고, 도움도 받고 있다. 기획되고, 조직되게 시민사회가 지원을 하는 형편은 못 되는 거 같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전교조-공무원 등 노동조합 탄압이 노골화돼 비정규직 문제로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 연동돼 있는 만큼 연대 사업과 투쟁이 중요하다고 본다."

- 향후 투쟁은 어떻게 전개 할 계획인가.

"원청 사용자성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고, 투쟁할 것이다. 원청 상대로 교섭 공문도 보내고, 지역 사회에 여론화할 것이다. 다음 달 25일 천막농성 천일이 되는 날이다. 천일에 맞춰 투쟁 수위를 높일 계획도 있다.

또 한 축으로 GM대우 지부와 논의의 틀을 만들 계획이다. 목표는 1사 1노조로 통합되는 것이다. 당장 되는 것이 아니지만, 공동 사업을 통해 시각차를 좁혀 내겠다. 지역 사회에 나와서 GM대우를 압박할 계획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무노조도 동의하고 있다."

- 지방권력이 교체됐다. GM대우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거 같은데.

"GM대우는 사기업이고, 초국적 기업이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송영길, 홍미영 당선자가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천막 농성을 유지해 주겠다는 기대는 있다. 또한 국내에서 돈을 벌려고 한다면 지역 사회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압력을 가하기를 기대한다. 인천은 실업률이 제일 높은데, 그 일익을 담당한 것이 GM대우다. 지역 사회가 GM대우에게 요구를 하는 것이 맞다."

-개인적으로도 힘들 거 같은데, 어려운 싸움을 왜 하는가.

"이 투쟁을 하지 않아도 나 개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난 아직 젊다. 하지만 한번은 해야 할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생 중 이런 문제는 한 번 부딪친다. 그 한 번 중에 난 이 싸움을 맞았고, 이기고 싶다. 나와 나의 이웃과 함께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