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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주재 국제연합 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는 지난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말레이시아 중앙역에서 관련 행사를 벌였다. 국제연합 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는 국제난민기구(IRO)의 후신으로 난민들이 새로운 체재국의 국적을 획득할 때까지 이들의 정치적·법적 보호를 책임진다.

 

이날 행사는 난민구제 모금활동과 지원 호소의 일환으로 기획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됐다. 행사를 위해선 말레이시아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안내 책자와 난민 체험관, 사진전시 등이 준비됐다. 특히 난민 실상을 누구나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해놓아 난민이라는 일반인들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난민 체험관은 좁은 방에서 여러 명이 불편하게 생활하는 실제 난민의 집과 똑같이 제작했다. 아주 일부분이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체험 할 수 있게끔 해놓았고 난민들이 직접 만든 물건들을 살 수 있게 함으로써 특정 단체를 통한 간접지원이 아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해 놓았다. 또 한 쪽에서는 잘 살던 가정이 한 순간에 난민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미로형식으로 사진과 함께 만들어놓았다. 아래는 실제 난민 어린이 윌리엄(William 9세 미얀마)의 일기 중 일부다.


"저는 말레이시아에 온 지 10개월 정도 됐어요. 여기 와서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아직도 경찰이 무서워요. 어느 날 RELA 직원들과 경찰들이 우리집 앞에 살던 제 친구 집 문을 부수고 들어가 잡아가는 걸 봤어요. 잡혀가던 사람들 중 하나는 도망치다가 머리를 맞고 죽었는데 아직도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요."

 

 

말레이시아의 난민 문제는 심각한 편이다. 2010년 5월 기준으로 말레이시아 난민 수는 88100명으로 그 중 대부분이 미얀마(81600명)에서 넘어온 난민들이다.  난민 캠프는 따로 존재하지 않기에 난민들은 말레이시아 전역에 퍼져 있지만 대부분은 클랑밸리(Klang Valley)에 모여 사는 편이다. 난민이라는 위치 때문에 구직, 교육, 보건 등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고 현지 주민들의 차별마저 받고 있다. 오히려 말레이시아 범죄율 증가의 주범이 이들 난민들라는 비난 과 혐오만이 가득할 뿐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의 난민 보호 정책은 이례적으로 소극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은 말레이시아가 엄청난 수의 난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난민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UNHCR에 의해서 난민으로 판정 등록되어 증서를 지닌 사람까지도 민간 경찰용역단체인 RELA(Ikatan Relawan Rakyat)와 이민국 직원들에 의해 무시 받고 체포되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들을 난민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가해자라는 비난도 나오는 실정이다.

 

미국 정부는 2007년 이미 말레이시아를 해외 노동인력에 대한 인권적 보호가 가장 열약한 3대국가 중 하나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장기간 임금 체불, 불법체류조사 등의 수법으로 추방 에이전트를 통한 재입국 고용 추방의 순환적 악습이 자행되고 있다. 게다가 비정부단체인 미국 난민·이민위원회(USCRI)는 2008년 말레이시아를 최악의 인권 침해국가에 포함시킨 바 있다.

 

국제연합 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는 말레이시아가 앉고 있는 난민 문제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폭넓은 이해와 지원을 기대한다고 밝혔으며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벌어진 이날 행사는 이 기대를 부응하기 위한 초석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태그:#난민, #UNHCR,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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