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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스님께서 소신공양을 하신 지 며칠 지나 지인으로부터 한통의 문자가 날라왔다.

"왜 파워블러거가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해 침묵하느냐"

무시했다. 그런데 몇 시간이 흘러 또 문자가 울렸다. 왜 침묵하는지 답하라고. 그래서 이렇게 답했다.

"첫째 난 파워블러거가 아니고, 둘째, 나는 어떤 이유에서건 목숨을 져버리는 일은 반대하고, 셋째 기사를 쓰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난 지금 취재나갈 시간이 없다."

<조계사에 설치된 문수스님 분향소>
 <조계사에 설치된 문수스님 분향소>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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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스님의 소신공양, 내 안에서 일어난 불편한 마음

문수스님의 소신공양 소리를 들었을 때 내 안에서 일어났던 불편한 마음을 꺼내놓기 싫었다. 솔직히 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분신자살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그래서 화가 났다. 부처님의 가르침 첫 번째 살아 있는 생명을 해치지 마라. 여기서 생명이라 함은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도 포함된다.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가 첫 번째 계율을 어긴 것에 슬픔을 넘어서 분노가 일었다.

아니 좀 더 솔직해보면 스님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고 싶어도 죽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당신이 목숨을 함부로 져버릴 수 있는가. 정말 아끼는 사람을 보내고 싶지 않은데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의 심정을 도대체 스님이 알기나 하느냐 따지고 싶었다. 그런 내 안의 불편함이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외면하게 했다.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이 분신자살과 무엇이 다르냐

10일 생명평화마당에 온 한 학생이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이 분신자살과 어떻게 다른지 질문했다. 내 귀가 솔깃했다.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외면하긴 했어도 내 마음이 어찌 편했겠는가.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해 법륜스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문수스님 소신공양은 언뜻 보면 무섭잖아요. 자기에 대한 질책 같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고, 근데 시간이 지나면 이것이 "이렇게까지 해야 되느냐" "이렇게까지 4대강개발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가" 지금까진 내 일 바빠서 관심 안 가졌는데, 이렇게 관심 가져보면 이것은 합당하지가 않다, 그래서 아까 말한대로 국민 여론이 일어나면 놀라서 왕이 바뀌는 일이 일어날 거고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갈 거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씨앗이 자라 싹을 틔우면 엄청난 곡식이 자라지만 싹이 안 트면 안 자란다. 만약 우리가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이 없었다면 이런 자리에 있지도 않았겠느냐.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작은 미물이 수억 마리가 죽어도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라는 '인상'에 가려서 그 미물의 목숨이 보이지 않죠. 그러니까 보살이 사람의 모습으로 죽음으로 해서 그 사람의 뒤에 있는 미물을 보게 된 거요.

저 아우성이 이 문수스님의 모습으로, 그래서 이것으로 끝났으면 한단 말이죠. 이것으로서 문제의 본질을 본단 말이야. 이제 사람이 죽으니까 같은 생명을 자각하느냐, 자각한다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지 않겠느냐.

어떻게 보면 일상사는 사람들에게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이) 하나의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하고. 일상생활 하기도 바쁘죠. 그러나 우리는 존재의 본질, 삶의 문제에 대해 눈 뜨기 시작한다. 생명의 근본인 물, 공기를 오염시키고 매니큐어 바르고 명품 핸드백 바르고 이렇게 다니는 게 진짜 잘 사는 건가, 고급 담배 비싼 담배를 피우는 게 잘 사는 건가. 근데 우리는 어떤 것에 중독돼서 고급담배를 피우면 잘 사는 것 같은 치우침에 있다.

우리가 이런 것에서 눈 뜰 수 있는 계기를 준 거다. 어떻게 보면 4대강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줄 수도 있겠죠. 이것이 그냥 끝나버리면(문수스님의 죽음이) 그냥 분신자살로 끝날 수도, 우리가 눈 뜨면 그가 보살이 될 수도 있고. 문수스님이 어떤 사람이 되느냐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추모객들이 문수스님의 왕생극락을 비는 방명록>
 <추모객들이 문수스님의 왕생극락을 비는 방명록>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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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스님의 '소신공양', 전태일 열사의 시대를 향한 외침

문수스님의 죽음을 소신공양으로 만들 것인가, 분신자살로 만들 것인가는 살아남은 우리의 몫이란다. 1970년 전태일 열사가 떠올랐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목숨을 마친 것을 어찌 자살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고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조계사 생명평화대화마당 옆에 놓인 문수스님의 영정 앞에 난 엄청난 죄인이 되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당신의 고귀한 생명을 뭇 생명 살리는 일과 바꾼 뜻을 폄하한 죄인이 되었다.

참회합니다. 당신의 소신공양의 큰 뜻을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지키고자 하셨던 4대강 살리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해탈 열반하옵소서.

오늘(11일)도 조계사 앞마당에서는 도법스님과 법륜스님의 생명평화 이야기 마당이 펼쳐진다. 내일은 문수스님의 천도재가 저녁 7시부터 시작된다. 작은 물방울이 물이 모이고 모여서 저 강물을 이루듯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이면 세상은 바뀐다.

누가 바꿔주길 바라지 말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기적을 바라지 말고, 내가 바로 그 기적을 만드는 주인공이 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말 잘하는 100명의 이론가보다 행동하는 한 명의 실천가가 손에 손을 잡고 조계사로 오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  매일 저녁 7시 조계사에서 생명살림과 평화를 발원하는 108 참회 기도가 있습니다.
                                                                                                                              
-  매일 저녁 8시 조계사에서 법륜스님, 도법스님, 수경스님과 함께 하는 "생명 평화 대화
   마당"이 열리고 있습니다.

-  6.12일. 문수스님 천도재가 오후 7시에 있습니다.

-  4대강 살리는 기적을 만드실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생명평화마당, #도법스님, #법륜스님, #조계사, #문수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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