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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민속자료 제231호로 지정이 된 홍성군 홍북면 노은리 29에 소재한 엄찬 고택
▲ 엄찬고택 중요민속자료 제231호로 지정이 된 홍성군 홍북면 노은리 29에 소재한 엄찬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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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민속자료 제231호로 지정이 된 홍성군 홍북면 노은리 29에 소재한 엄찬 고택은 사육신의 한사람인 성삼문의 외손 엄찬의 고택으로 알려진 집이다. 원래 이 집은 문간채가 있었지만 현재는 문간채는 사라지고, 사랑채와 중문을 들어서면 광채와 ㄷ자형의 안채가 광채와 연결되어 ㅁ자형의 집을 구성하고 있다.

넓은 마루가 시원한 사랑채

현재 엄찬 고택은 사랑채와 행랑채가 연결된 중문을 사이로 출입이 가능하다. 사랑채는 3칸으로 되어 있는데, 그 중 두 칸은 넓은 툇마루를 놓아 시원한 느낌이 든다. 아마 예전에는 이 사랑마루에서 앞의 경치를 바라보며, 글을 읽고는 했을 것이다. 중간에 한 칸은 좁은 툇마루를 놓았는데, 이어진 부분은 안채에서 드나들 수 있는 부엌이다.

중문 밖으로는 한 칸의 행랑방과 광이 마련되어 있다. 이 광은 집의 구조로 보아 마구간으로 사용된 듯하다. 중문을 열고 들어서면 좌측으로는 -자형의 광채가 자리를 하고 있다. 광채는 행랑방을 합하여 모두 여덟 칸으로 마련이 되었는데, 그 중 좌측 세 칸은 문을 달아 놓았다.

넓게 놓여진 사랑 툇마루가 시원해 보인다.
▲ 사랑마루 넓게 놓여진 사랑 툇마루가 시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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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서 올려다본 광채. 행랑방을 포함해 8 칸이나 된다.
▲ 광채 밑에서 올려다본 광채. 행랑방을 포함해 8 칸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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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자형의 안채는 겹 마루를 놓아

전체적으로 대지가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을 그대로 사용한 엄찬 고택은, 남쪽으로 중문을 두고 동쪽으로 본채를 두었는데, 팔작지붕과 맞배지붕의 우진각으로 꾸몄다. 이 엄찬 고택의 특징은 안채의 대청마루다. 모두 세 칸으로 구성이 되어있는 대청은 겹 마루를 놓았다. 중간에 기둥을 두고, 그 밖으로 또 마루를 덧낸 형태이다.

마루를 중심으로 좌우에 방을 들였는데, 대청을 바라보고 좌측에는 부엌과 다락, 그리고 연이어 방을 세 개를 놓았다. 안방과 윗방으로 구분이 되는 이 방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이 안채에서 특이한 것은 바로 사랑채와 이어지는 부엌이다. 이 부엌은 중문과 연결이 되어 있는데, 아궁이가 이단으로 되어 있다. 즉 경사가 진 대지를 그대로 이용하다가 보니, 아궁이가 깊어서 아래쪽은 가마솥에 불을 때는 아궁이로 하고, 그 위에 방을 데우는 아궁이를 따로 두었다.

세 칸으로 시원하게 대청을 놓고, 양편으로 방과 부엌을 들였다.
▲ 안채 세 칸으로 시원하게 대청을 놓고, 양편으로 방과 부엌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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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의 대청마루는 겹마루로 되어있다. 밖으로 기둥을 놓고 마루를 덧낸 형태이다.
▲ 겹마루 안채의 대청마루는 겹마루로 되어있다. 밖으로 기둥을 놓고 마루를 덧낸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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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은 광채와 연결이 되어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ㅁ 자형의 집 안채는 중문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 부엌 부엌은 광채와 연결이 되어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ㅁ 자형의 집 안채는 중문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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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가 진 대지를 이용해 집을 지은 엄찬 고택. 가마솥을 건 아궁이 위에 방을 데우는 아궁이가 따로있다
▲ 이단 아궁이 경사가 진 대지를 이용해 집을 지은 엄찬 고택. 가마솥을 건 아궁이 위에 방을 데우는 아궁이가 따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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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락해져 가는 고택

성삼문의 외손집이라고 해서 그 집이 잘 보존이 되어야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이 엄찬 고택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이 될 만큼 그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집이다. 이러한 집이 황폐화되어가고 있다. 안채의 뒤편에 있는 굴뚝은 중후한 멋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완전히 유실이 되어 버렸다. 마당에는 잡풀이 그득하고 주변은 어지럽게 널려 있다.

마을 밑에서 바라보는 엄찬 고택은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두 그루의 커다란 은행나무가 행랑채 앞에 자리를 하고 있어, 운치가 있어 보인다. 모두 여덟 칸으로 되어있는 광채는 한 눈에 보아도 이 집이 예사롭지 않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안으로 들어가 살펴본 집은 여기저기 엉망이 되어 있었다.

멋을 낸 굴뚝은 사랑채와 안채의 뒤편에 있다. 그러나 안채의 굴뚝은 유실이 되어 무서진 자재가 나뒹굴고 있다.
▲ 굴뚝 멋을 낸 굴뚝은 사랑채와 안채의 뒤편에 있다. 그러나 안채의 굴뚝은 유실이 되어 무서진 자재가 나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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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의 대청에서 내려다 본 광채. 경사가 진 대지라 광채가 낮아보인다. 마당에 잡풀이 가득해 관리를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 광채 안채의 대청에서 내려다 본 광채. 경사가 진 대지라 광채가 낮아보인다. 마당에 잡풀이 가득해 관리를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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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0년대에 지어졌다는 엄찬 고택. 그저 성삼문의 외손이 살고 있던 집이라고 장황하게 안내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소중한 문화재로 지정을 했으면, 잘 보존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황폐화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일한 우리의 문화재보존이 얼마나 문제인가를 알 수가 있다.

사랑채 넓은 마루에 앉아 5월 말일의 따가운 햇볕을 피해본다. 멀리서 경운기 지나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여기저기 논에는 농부들의 논갈이가 한창이다. 이 봄이 지나고 나면 또 어떻게 변해있을까? 혹 더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를 해본다. 지정이 능사가 아니라, 보존이 중요하다는 것을 관계자들이 잊지 말았으면. 고택을 뒤로하면서도 영 마음이 편치가 않다.

덧붙이는 글 | 5월 31일에 다녀왔습니다.



태그:#엄찬 고택, #중요민속자료, #성삼문 외손, #홍성,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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