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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수질보호환경운동회 여수지회장이 폐 플래카드로 만든 천로프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다 쓴 플래카드가 노다지였다고 했다.
 이형주 수질보호환경운동회 여수지회장이 폐 플래카드로 만든 천로프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다 쓴 플래카드가 노다지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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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폐 플래카드 수집에 대해 공무원과 주민들의 태도가 우호적으로 바뀌었어요. 그동안 돈 주면서 처리했던 것을 우리가 그냥 가져가주니까 고마워하죠. 전남도에서도 시·군에 협조공문을 두 차례나 보내주고…. 작년 서울디자인올림픽에 천로프를 출품해 재활용부문 최우수상도 받았습니다. 수출도 하고 있고요."

폐 플래카드를 이용해 로프(굵은 밧줄)를 만들고 있는 이형주(66·전남 여수시 봉산동) 수질보호환경운동회 여수지회장의 말이다.

지난해 처음 오마이뉴스(2009년 4월 20일 '쓰레기 더미에서 심봤다?')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진 이후 폐 플래카드 수집이 수월해지고 판로도 넓어졌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수출길을 연 것이다.

"지난 3월 북한에 천로프 48톤을 수출했습니다. 동해 직항로를 통해서 했죠. 4월엔 중국으로 50톤을 보냈어요. 며칠 전 5월 30일에도 북한으로 보냈죠. 이번에는 천안함 사건의 여파로 직항로가 막혀서 일본을 거쳐 보냈어요. 물류비용이 훨씬 더 들어 이익은 별로 없었습니다."

폭 7∼8㎝ 크기로 잘린 폐 플래카드가 로프 꼬는 기계로 들어가고 있다. 새끼 꼬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로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폭 7∼8㎝ 크기로 잘린 폐 플래카드가 로프 꼬는 기계로 들어가고 있다. 새끼 꼬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로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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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플래카드를 이용해 로프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새끼 꼬는 것과 같은 방식의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폐 플래카드를 이용해 로프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새끼 꼬는 것과 같은 방식의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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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수출길이 중국과 북한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천로프를 인정받은 것은 큰 보람이다. 수출은 또 일부에서 제기된 수질오염 우려를 씻는 계기로 작용했다.

"돈이 없어서 천로프가 바다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지 못했습니다. 당장 100만원이 아쉬운 판인데 검사비용 수천 만 원은 우리한테 무리였어요. 그런데 수출을 앞두고 해경에서 조사를 나왔더라구요. 수질에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칠지 모르니까 확인 한번 해보자고요. 그런데 결과는 무혐의였습니다."

이 대표도 그동안 이 문제가 찜찜했던 게 사실. 그러나 이젠 훌훌 털고 폐 플래카드 수집과 천로프 판매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며 홀가분해했다.

폐 플래카드가 굵은 밧줄인 천로프로 변신하고 있다. 로프의 지름이 2.5㎝, 둘레는 6㎝ 정도 된다.
 폐 플래카드가 굵은 밧줄인 천로프로 변신하고 있다. 로프의 지름이 2.5㎝, 둘레는 6㎝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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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만들고 있는 천로프는 폐 플래카드를 재활용해 만든 굵은 밧줄이다. 폐 플래카드는 그동안 땅에 묻거나 불에 태워 처리함으로써 환경오염과 함께 자원낭비라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그는 이 폐 플래카드로 양식장에서 쓸 수 있는 천로프를 만들어 팔고 있다. 천로프는 노끈과 철사 등을 분리해낸 천을 폭 7∼8㎝로 잘라 전용 기계에 넣고 두 차례에 걸쳐 꼬아 만든다. 굵기는 지름 2.5㎝, 둘레 6㎝ 안팎이다.

이렇게 만든 천로프는 우렁쉥이(멍게), 가리비, 홍합 등을 키우는 수하식 양식장에서 수정란 부착용으로 쓰인다. 성장 지주대로 쓴다. 나일론으로 만든 로프보다 천로프의 부착력이 좋아 양식어민들도 좋아한다.

가격도 나일론으로 만든 것의 3분의 1이면 거뜬하다. 게다가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으니 꿩 먹고 알도 먹고,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셈이다.

폐 플래카드로 만든 천로프. 가격도 품질도 나일론으로 만든 것보다 훨씬 더 좋단다. 환경오염도 줄여준다.
 폐 플래카드로 만든 천로프. 가격도 품질도 나일론으로 만든 것보다 훨씬 더 좋단다. 환경오염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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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쓰레기매립장에서 크레인에 걸려 나풀거리는 폐 플래카드 무더기를 보고 이의 재활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가 불과 몇 년 사이에 일궈낸 성과다.

"그때 회원들로부터 특별회비를 모아 로프를 만드는 중고 기계를 사왔는데, 지금은 다 갚았습니다. 그동안 투자비는 모두 건졌죠. 이제부턴 이익이 남는 사업입니다. 이익금은 어려운 이웃이나 장애인을 돕고 지역을 가꾸는데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쓸 것이고요."

이를 위해 그는 여수 돌산도에 폐 플래카드를 재활용할 공장을 짓고 있다. 반듯한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재활용 사업을 해보겠다는 구상이다. 이제 폐 플래카드를 어떻게 많이 모을 것인지만 남은 셈이다. 관계기관을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고 수거에 협조해 달라고 설득하는 것도 그가 해야 할 일이다.

"플래카드를 재활용하기 위해선 천만 남겨놓고 노끈과 철사, 나무막대 같은 것을 분리해야 합니다. 그게 일이에요. 여수시에서는 이 일에 노인일자리사업을 주선해 주었죠. 조금 번거롭더라도 폐 플래카드를 모아주는 곳에서 이런 데까지 신경을 써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

최근 선거용 플래카드가 넘실댔다. 당선자와 낙선자의 인사용 플래카드도 많이 내걸려 있는 요즘이다. 이 플래카드를 소각하거나 매립하지 않고 다시 활용할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더욱이 행정기관의 지원금 한 푼 받지 않고서….

폐 플래카드 재활용에 앞장서고 있는 수질보호환경운동회 여수지회 회원들의 활동이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여겨지는 요즘이다.

폐 플래카드로 천로프를 만들고 있는 이형주 수질보호환경운동회 여수지회장. 그가 수거해 온 폐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폐 플래카드로 천로프를 만들고 있는 이형주 수질보호환경운동회 여수지회장. 그가 수거해 온 폐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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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형주, #천로프, #수질보호환경운동회, #폐 플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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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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