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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를 하루 남긴 1일 인천시장 2강 후보,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후보의 막판 표심 잡기는 치열했다.

 

송 후보는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저녁 늦게 남구·남동구·부평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심판론'을 호소했고, 안 후보도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남구·남동구·계양구 등을 돌아다니며 '안정론'을 제기했다.

 

두 후보의 전략은 확연히 달랐다. 송 후보 측이 일찍이 야권 단일화에 성공한 민주노동당과의 끈끈한 연대를 자랑하며 "8년 시정을 심판하자"고 강조한 반면, 안 후보 측은 '네거티브 공세'에 주력하며 한나라당 지지층 결속을 꾀했다. 

 

[송영길] '안상수'·'배진교'와 함께 한 신명 유세... "지지율 드디어 역전했다"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의 마지막 6.2 지방선거 유세에서 '인기몰이'를 한 이는 공교롭게도 '안상수'였다.

 

물론 경쟁자인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가 아니었다. 가수 '수와 진'의 안상수씨가 이날 오후 송 후보와 함께 인천을 누비며 시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안씨를 기억하고 있는 40~50대 시민들은 안씨를 반갑게 맞으며 사인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안씨는 자신의 '10년 지기' 송 후보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내일 2번을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안상수씨가 송 후보의 '인기'를 책임졌다면, 송 후보의 '대의명분'을 살린 것은 배진교 민주노동당 남동구청장 후보였다. 송 후보는 배 후보와 함께 남동구를 누비며 '하나된 야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유세차에 오른 송 후보도 "이제 8년이면 충분하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 했다, 기호 5번 배진교와 기호 2번 송영길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과 민노당 선거운동원들이 결합하자 자연스레 유세 현장에선 '신명'이 넘쳤다. 송 후보의 지역구인 계양구에서 '막판 유세'를 돕기 위해 달려온 송 후보의 지지자들은 익살스럽게 춤을 추며 '2번'을 강조했고 양 당의 선거운동원은 서로의 몸짓을 보며 하나의 율동을 만들었다.

 

배진교 후보 측 관계자는 "천안함 사태가 벌어졌을 땐 반응이 싸늘해졌는데 다시 표심이 돌아오고 있다"며 "남동구도 송 후보의 추격세와 같이 분위기가 좋게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 자체 분석으론 남동구가 박빙 승부라고 하고 우리 자체분석으론 4%p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며 "남동구에서도 보수적 색채가 강한 곳에 사시는 분도 배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송 후보 쪽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송 후보 측은 "그동안 엎치락 뒤치락 하던 안상수 후보와 송 후보의 지지율 싸움이 오늘 오전 10시부로 '역전'하는 것으로 나왔다"며 "이제 시민들이 내일 투표장에서 확실히 힘만 실어준다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응] "원래 안상수 후보 찍었는데 이번엔" vs. "아직 여론조사에선 뒤지던데"

 

긍정적인 전망의 근거는 '현장'에 있었다.

 

구월동 모래내시장 내 해물을 취급하는 상인 중 한 명이 송 후보와 손을 맞잡으며 "원래 내가 안상수 후보를 찍었는데 이번엔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송 후보는 고마움을 표하며 그와 포옹했다. 송 후보에게 호의를 보내는 이는 그만이 아니었다.

 

고기를 손질하고 있던 정육점 주인은 송 후보가 가게 앞을 지나가자 주먹을 치켜들며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장을 보러 나온 60대 할머니는 "꼭 찍을거야"라며 투표를 약속했고,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송 후보와 함께 새끼손가락을 걸며 지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송 후보보다 배진교 남동구청장 후보에게 더 애정을 보이는 상인도 있었다. 이에 송 후보는 "그러면 5번 먼저 찍고 2번 찍어달라"고 당부했다.

 

후보들보다 선거운동원들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송 후보보다 먼저 앞서가며 명함을 나눠주고, "내일은 투표하는 날입니다, 이번엔 2번입니다. 혼자 가시지 말고 둘이서 손 잡고 가세요"라고 외쳤다. 한 지지자는 "시장을 바꿔야 '시장'이 달라진다"며 시장 상인들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멀찍이 떨어져 유세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확답'을 유보했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김 아무개(50)씨는 "(언론에서 발표한)여론조사를 보니 아직까지 약간 (안상수 후보에게)뒤지는 것 같던데"면서도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한편, 모래내시장 등 남동구의 재래시장을 누빈 송 후보는 이날 오후 7시부터 부평역 지하상가 및 로데오거리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 유세차를 타고 이날 자정까지 곳곳을 다니며 길거리 유세를 펼 예정이다. 송 후보는 2일 오전 6시 답동성당에서 미사를 본 후 자택이 있는 계양구 계산4동사무소에서 투표를 한다.

 

[안상수] 마지막까지 '네거티브' 공세... "인터넷에 20대 네티즌 난리 났다"

 

안상수 한나라당 인천시장 후보 측은 이날 막판 표심잡기 작전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폈다.

 

이날 오후 작전역 사거리에서 안상수 후보 유세에 나선 개그맨 김한국씨는 "상대 후보는 현수막에서 창피해서 얼굴을 뺐다"며 "여기 여성 지지자들 계시지만 국민으로서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몽준 대표가 송영길 후보의 베트남 성접대 의혹 사건을 우회적으로 거론하며 안 후보를 '1급수'로 띄워 올리고 송 후보를 '5급수'로 깎아내렸던 것과 같은 '작전'이었다.(송 후보 측은 해당 의혹을 제기한 백석두 평화민주당 인천시장 후보 측에 법적 대응 방침을 세운 상황이다.)

 

김씨는 "지금 인터넷에 20대 초·중반 네티즌들이 난리가 났다, 검색어 순위도 막 올라가고 있어 젊은이도 등을 돌렸다"며 안 후보의 승리를 자신했다. 김씨의 말에 안 후보 지지자들은 적극 동의했다. 길 건너편에 서 있던 40대 중반 아주머니는 "동네에 가서도 태극기를 흔들어야겠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모르면 1번 콕 찍으라고 해"라고 말했다.

 

안 후보를 태운 유세차가 도착하기 직전 도로를 무단 횡단하던 한 남성이 트럭에 치이는 '돌발상황'이 발생했지만 이마저도 선거 막판의 고조된 분위기를 타고 '음해용'으로 바뀌었다.

 

안 후보의 선거운동원 중 한 명은 "누가 시켰는지 조사해봐야 한다"며 상대 후보가 자기 후보의 유세를 방해하기 위해 일으킨 '작전'으로 인식했다. 안 후보의 지지자들로 보이는 60대 남성은 "차 가는데 남자가 뛰어 들어가서 (트럭에)받혔다"며 주장하기도 했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유세 취소를 검토하던 안상수 후보 측은 "연락을 해보니, 사고 당사자가 코피만 났고 크게 다치진 않았다고 한다"며 '로고송'과 '연호'만 자제하고 유세를 이어가기로 했다. 안 후보는 본격 유세에 앞서 "유세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별일 없길 기원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작전역 사거리에 모여 있던 지지자 100여 명은 안 후보에 대한 애정을 진하게 표현했다. "저를 키워준 계양구, 인천시민에게 감사드린다"며 큰 절을 올린 안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태극기를 흔드는 등 그를 열렬히 반겼다.

 

안 후보와 포옹한 이경옥(55)씨는 "안상수 후보가 너무 좋다"며 "힘들 때 오셔서 고생했는데 작은 거라도 힘을 얻으라고 안았을 때 후보의 등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반응] "일을 하던 사람이 마저 해야지" vs. "공기도 탁한 공단에 웬 자전거도로?"

 

그러나 안 후보가 이날 오후 작전역 사거리보다 앞서 방문한 남동구 구월동 농산물시장에선 안 후보와 송 후보의 지지여부를 놓고 상인들 간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창호(40)씨는 "나는 무조건 1번"이라며 안 후보의 지지의사를 밝힌 데 비해 김 아무개(43)씨는 "안상수는 벌여 놓은 게 너무 많다"며 "송영길이 낫다"고 반박했다.

 

"일을 벌여야 뭐라도 하지 않냐"며 안 후보를 두둔하던 노 아무개(58)씨는 안 후보가 시장에 도착하자 "가서 악수라도 한 번 해볼까"라며 유세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도 함께 시장을 찾았다. 안 후보와 정 대표는 시장의 상인들과 시민들과 악수를 하며 "한나라당, 1번"을 강조했다. 정 대표가 먼저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뒤이어 안 후보가 인사를 하는 풍경이 반복됐다.

 

시장 상인들은 대개 우호적으로 안 후보를 대했다. 채소를 파는 선병관(57)씨는 운동원들이 지나가며 파 진열을 어질러 놓자 "파를 밟고 가면 표를 빼야 되겠네"라면서도 "시장 일을 하던 사람이 마저 해야지"라며 안 후보 지지를 표했다. 

 

반면, 일반 시민들은 정 대표를 향해 "선거라 큰 인물이 왔다"고 반기면서도 안 후보에 대해선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서윤희(41)씨는 안 후보와의 악수를 권하는 선거운동원의 제안에 정색하며 "난 안상수 싫어요"라며 제안을 거절했다. 서씨는 "자전거 도로 만들어 놓은 거 때문에 안 후보를 싫어한다"며 "공기도 탁한 남동공단에서 무슨 자전거를 탄다고 도로는 만들어서 길을 꽉 막히게 해 놓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시장 초입에서 풀빵 장사를 하는 나순주(43)씨는 "자식이 다섯 명인데 인천시가 교육 수준이 최하위라고 들었다"며 "아이 생각해서 송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상수 후보는 작전역 사거리 유세 뒤 저녁 8시 30분부터 신세계백화점에서 마지막 유세를 벌일 계획이다. 당초 저녁 7시 부평역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려 했으나 송 후보와의 유세 일정이 겹치는 점을 감안, 장소와 시간을 옮겼다. 안 후보는 2일 오전 7시 30분 계양구 작전동 안남고등학교에서 투표할 예정이다.  


태그:#안상수, #송영길, #인천시장,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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