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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과분하게 저를 밀어주고 있습니다."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말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1일 오후 8시께 경기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김문수 후보가 마이크를 잡은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시간마저도 상당 부분을 자리를 함께 한 황준기 한나라당 성남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데 사용했다. 그는 "나는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다"며 "한나라당 성남시장 후보는 조금 밖에 앞서고 있지 못하다, 화끈하게 밀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유세장에는 500여 명의 당원과 시민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김문수·황준기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손을 치켜들고 시민들에게 두 차례 큰 절을 한 김문수 후보의 모습에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자신감 보인 김문수... "나도 철없을 땐 친북 세력이었지만"

 

이날 경기 김 후보의 남부지역 유세는 밝고 흥겨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경기 오산시 유세에서는 유세현장 사회자가 이동하는 유세차량 위에 올라 연설을 하는 김 후보를 두고 "김 후보가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고 외치기도 했다.

 

야탑역 유세에서 김 후보는 유시민·심상정 후보의 단일화를 비판했다. 그는 "단일화는 웃기는 일이다, 찍을 당이 없다"며 "한나라당은 13년이나 된 정당이지만 다른 당은 깨고 부수기를 계속했다, 이들은 뿌리가 없고 믿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의 이날 유세에서도 북풍과 색깔론이 빠지지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에는 친북·반정부 세력이 많다, 나도 철없고 젊었을 때는 친북·반정부 세력이었지만 나이 들어 정신 차렸다"며 "하지만 나이 들어도 정신 차리지 못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어 "물러나야 할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고, 심판당해야할 세력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친북·반정부세력과 사사건건 '심판'을 외치고 촛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이후 30여 분의 연설을 마친 김 후보가 유세 차량에서 내려오자, 많은 지지자들이 김 후보에게 몰려들어 들고 있던 태극기에 사인을 요청했다. 주변에서는 김문수 후보의 이름이 연호됐다. 김 후보는 20여 분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후, 유세장을 떠나는 차량에 올랐다. 김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들을 지지자들에게 밝은 얼굴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이날 경기 남부지역 유세로 24박 25일 민생체험 유세를 끝맺은 김 후보는 수원시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잠을 청한다. 그는 2일 경기 수원시 영화동 한나라당 경기도당 사무실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볼 예정이다.

 

수원역 광장 가득 메운 3000여 명, "유시민" 연호 

 

수원역 옆 광장에 마련된 연단에 오른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지사 후보의 목은 거의 쉬어 있었다. 1일 저녁 마지막 유세, 그는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 뒤 힘겹게 입을 열었다.

 

"국민 70%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 강행, 그리고 부자감세에 시민으로서 공분을 가지고 있는 분들, 또 후퇴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파탄 난 남북관계, 어려운 국민경제에 시민으로서 공분을 가지고 있는 분들. 내일 야권 단일후보 이름 옆에 예쁜 도장을 찍어줍시다. 서울·인천·경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다 낙선시킵시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원칙과 상식으로 돌아갈 기회를 줍시다."

 

광장을 가득 메운 3000여 명의 지지자들과 시민들은 "유시민"을 연호하며 열광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유 후보는 말을 이었다. 그는 "87년 6월 20대 대학생이었던 40대 유권자들은 온몸으로 전두환 독재정권을 무너뜨렸고, 30대 넥타이부대였던 50대 들은 서울시청과 명동거리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세웠다"며 "여러분들의 피와 땀으로 만든 민주주의를 내일 투표로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유 후보는 "지금 또 한번의 '6월 항쟁'이 필요하다"며 "이제 우리에게는 짱돌보다 칼보다 더 강한 투표권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8시 유세 시작 무렵 1000여 명이었던 지지자들은 오후 9시 무렵 3000여 명으로 불어났다. 유 후보의 지지세가 높은 20대와 30대는 물론  40대 직장인의 모습도 많았다.

 

이들은 유 후보뿐 아니라 후보단일화 경쟁을 벌였던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 또 단일화 과정을 중재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무대에 올라서자 "김진표"와 "손학규"를 연호하며 뜨겁게 반겼다.

 

유세장 주변은 자발적으로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는 이들이 목소리로 가득찼다. 이들은 "투표 안하면 똥꾸빵꾸", "투표 안하면 개고생" 등 다양한 패러디 구호를 선보이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유시민의 부탁... "애태우지 않게 아침 일찍 투표해 주세요"

 

유 후보는 선거 운동을 마무리하면서 '감사'를 말했다. '유시민 펀드'에 참여하고 민주당과 단일화 경선을 승리로 이끌어준 지지자들, 선거 운동을 함께해준 민주당 등 야당 당원들은 물론, 경선에 승복한 김진표 최고위원,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안동섭 민주노동당 후보와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유 후보는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후 10시 유세를 마친 유 후보는 온라인 유세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남은 두 시간 오프라인은 여러분에게 맡기고 목이 잠겨 말도 못하는 저는 온라인 유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 후보는 마지막 부탁을 남겼다.

 

"오전 출구 조사 결과를 보면서 제가 애태우지 않도록 아침 일찍 가서 투표해 주세요.오후에 몰려가지 마시고요.(웃음) 그리고 놀러 가십시오. 단 놀러가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투표 참여 독려하는 전화 꼭 합시다." 


태그:#경기지사, #김문수, #유시민,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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