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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계 다국적 기업인 발레오의 일방적 회사 청산 강행으로 외국인투자(외투)기업의 횡포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외투기업의 문제점과 노사관계 영향을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지난 18일 오후 대한적십자사 천안사무소 대강당에서는 발레오충남대책위, 오마이뉴스, 미디어충청 공동주최로 기획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외국인투자기업의 문제점과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서는 천안에 소재한 발레오공조코리아 사례를 통해 외투기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외투기업 규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단기 이윤만 좇는 외투기업 해마다 증가

 

첫 번째 발제자인 이정희 전국금속노조 정책국장은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외국계기업은 1998년 4천3백17개에서 2000년 기준 9천6백12개로 IMF 이후 본격화된 외국계기업의 한국 진출이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발표원고에 따르면 외국계기업은 수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고용 규모 역시 2006년 25만명, 2007년 28만명, 2008년 31만명으로 최근 3년간 10%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전국금속노조 산하 2백67개 사업장 가운데 20.6%인 55개 사업장이 외투 사업장이며 이들 기업에 소속된 조합원 수가 전체 조합원 수의 20.5%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정희 국장은 금속노조 외투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으로 △단기적 이윤추구경향 △노조에 대한 적대적 입장 △혜택만 챙기고 한국적 관행 무시 △노사대립의 극단화 경향 등을 꼽았다.

 

단기적 이윤추구경향의 경우 2010년 4월초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6개 외투기업이 2009년 한해동안 현금배당을 통해 해외 본사로 송금한 돈은 1조3228억원으로 이는 26개 외투기업 순이익 1조6775억원의 79%에 달한다.

 

외투기업은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액인 배당성향에서도 국내기업을 앞질렀다. 외투기업의 배당성향은 35.6%로 국내기업 17.8%의 두 배를 보였다. 금속노조 소속 외투사업장인 한국쓰리엠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960억원인데 반해 배당금은 두 배 이상인 21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로버트보쉬는 138억원의 순이익전부를 배당금으로 챙겼다고 이정희 국장은 말했다.

 

이정희 국장은 "외투기업의 높은 배당성향은 설비투자, 기술투자를 줄이게 되고 이는 장기적인 기업의 경쟁력, 성장에 장애로 된다"며 "쌍용자동차와 발레오공조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자본철수를 단행했는데, 경쟁력이 떨어진 주된 이유는 몇 년간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없이 경영을 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투기업들의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0.84%로 국내기업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정희 국장은 "외투기업의 단기적 이윤추구경향은 장기적 기업존속과 고용안정을 원하는 노조와 배치될 수 밖에 없으며 외투사업장은 노조를 경영의 파트너로 생각하기보다 걸림돌로 여긴다"고 말했다.

 

또한 외투기업에서 노사관계가 대립으로 가고 이것이 심화되어 본국으로 철수해 버리면 문제를 해결할 아무런 방도가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밝혔다.

 

국내자본의 경우 최소한 기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지역의 여론이나 행정관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반해 외투기업은 그럴 이유가 없어 본사의 결정이 내려지면 자본철수 등 극단적인 결정을 강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외투기업 폐해 근절 방안은

 

전국금속노조 이정희 정책국장은 외투기업의 횡포를 규제하는 장치로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외국자본 진입 규제 방안 마련 △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규제방안 마련 △ 경영과정과 위법행위에 대한 특별감사 실시 △ 기술유출, 과잉배당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IMF 이후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는 외자유치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금융산업, 첨단산업과 함께 자동차산업, 주요 부품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엄격하게 심사,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방적인 자본철수를 자행한 발레오공코리아사업장에 대한 특별감사를 통해 그동안의 경영과 위법행위를 밝히고 해당 자본과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기계, 화학 등의 부품 산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 한 외국인직접투자의 장점은 그다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교수는 "전략 부품산업의 클러스트를 형성해 인근 대학 및 연구소에서 신기술과 고급 인력을 공급하고 부품업체 간, 부품업체와 조립업체 간의 네트워크 외부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외자유치의 장점을 살리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외투기업의 폐해를 줄이는 방안으로 지역별, 산업별 지역노사정 합의를 통해 외투기업 진출 시 노조지분, 부품업체 등 관련 산업의 지분, 지역공동체 기금과 국민연금 등 기금의 지분을 확보해 안정적인 주식 소유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외투기업에 대해 주어지는 각종 특혜를 철회해서 생긴 여력을 지역 공동체 구조를 확보하는 데 사용하거나 국내 중소기업을 망라한 클러스트 조성에 사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정태인 교수는 "외국인직접투자의 철수로 발생하는 쌍용차나 발레오공조코리아의 유사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라며 "노조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과 투자 모집을 통해 노동자 소유기업으로 만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인 안병일 진보신당 충남도당 위원장은 "외자유치의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외자유치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충청남도외자유치촉진조례'의 전면 개정을 주장했다.

 

김혜영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위원장은 "외국자본 철수 전 여러가지 조짐들이 나타나지만 그것에 대한 감시를 노조에만 맡기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상설적인 감시체계를 만들지 못한 점에 반성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역에서 전개되는 노동자 투쟁이 노동자들의 투쟁에만 그친다"며 "지방정부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75호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외투기업, #발레오공조코리아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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