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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의 모습.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의 모습.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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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3채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살고 있지만 퇴직 후를 위해 강남 빌라를 매입했고 현재는 자녀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결혼해서 독립하면 들어가서 살 계획입니다. 강북아파트와 강남 재개발 아파트는 투자용으로 매입을 했습니다. 원래는 작년에 강북 아파트를 팔고 재개발 아파트를 매입하려 했었는데 부동산에서 경기 풀리면서 강북아파트도 다시 오를 건데 왜 파냐고 해서 팔지 않았습니다. 올해 들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예측과는 다르게 완전히 냉각된 부동산 시장을 보니 고점에 팔지 못 한 것이 후회스러울 뿐입니다. - 주부 최아무개씨 이야기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하면, 대부분 부동산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자연스레 대한민국의 가계자산 중 부동산비율이 80%가 넘는 기형적인 자산분배구조를 갖게 되었다. 부동산 자산의 비중은 OECD국가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쏠림현상이 심하다보니 부동산 거품 문제에 대한 지적이 지난 몇 년간 지속되어 왔음에도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줄을 몰랐고 부동산 불패신화는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다.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대한민국 부동산만큼은 되려 가격이 상승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전세계 부동산이 침체에 들어설 것이란 이야기에는 '대한민국은 다르다'며 맞서고 서울의 부동산마저 가격하락 조짐이 보인다는 기사가 나오면 '우리동네는 다르다'며 맞선다. 사례의 최씨도 마찬가지다. 평당 5000만 원까지 오른 빌라는 한강이 보여서, 재개발 예정인 아파트는 다른 곳보다 사업 진행 속도가 빨라서 팔기가 아깝다고 한다. 강북 아파트는 강북아파트대로 개발호재가 있다. 하지만 얼마까지 오르면 팔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것은 없다. 더 오를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가 파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다보니 아까워서 못판다고 한다.

올라도 못 팔고 떨어져도 못 판다

투자의 기본 원리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팔기 전 보유자산의 가치는 미실현 수익이자 장부상의 차익일 뿐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집 값이 오른 사람은 많지만 팔아서 차익을 실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격이 오를 때는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못 팔고 떨어질 때는 고점에 팔지 못 한 아쉬움 때문에 못 판다. 설사 집을 팔았다하더라도 차익을 실현해서 빠져나오기보다는 빚을 더 얹어서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간다. 집 값이 올라서 자산이 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빚이 늘고 있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그 이유를 보유효과와 심적회계로 설명한다. 사람들이 어떤 물건이나 상태(재산, 지위, 권리, 의견 등)를 실제로 소유하고 있을 때는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그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 자산의 가격에 대한 준거점이 처음 매입시보다는 훨씬 높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내놓는 것은 손실로 여기게 된다. 이를 손실회피성향이라고 하는데 손실을 피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팔려고 하지 않고 자산에 대한 집착을 갖게 된다.

'부동산 3채 가진 부자'하면 왠지 있어보이지만 '집 없는 부자'하면 같은 돈이라도 왠지 없어보인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내 집'이지만 자산 소유에 집착을 하게 되면서 돈을 벌기는 커녕 오히려 자산에 따르는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빚을 내서 부동산 자산에 투자했기에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자산가치가 상승하면서 세금 또한 증가한다. 소유자산의 가치는 십억이 넘지만 자산을 유지하기 위해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것이다. 돈이 돈을 번다는 재테크 논리와는 반대로 자산유지를 위해 돈을 써야 하는 셈이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단순한 투자목적으로만 구입하지 않는다. 거주목적이 포함되어 있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팔아서 돈을 남겨야하지만 거주목적으로 인한 소유욕 때문에 팔지 못 한다. 몇 평인지, 얼마짜리인지, 어느 동네인지에 따라 나 자신의 신분이 정해진다는 생각으로인해 집에 대한 소유욕은 집착으로까지 발전한다. 결국 부동산을 매각하고 완전히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사람은 파산 직전에 몰려 팔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 뿐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는 커녕 비싸게 사서 싸게 팔고 나온다.

마음은 부자, 현실은 빚쟁이

서울시내 한 아파트 모습.
 서울시내 한 아파트 모습.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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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익실현을 해야 돈을 번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래의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부자가 된 기분에 빠진다. 장부상의 평가액일 뿐이지만 부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일상의 돈관리는 점점 소흘해진다. 월 소득의 40% 이상을 대출이자로 내고 있으면서도 부채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이너스 통장의 부채가 매달 150만 원씩 쌓이고 있어도 문제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청약예금과 개인연금밖에 없음에도 두 자녀의 대학등록금 천만 원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쉽게 얘기한다. 졸업까지 등록금을 다 대주고 결혼자금도 수천만 원을 쓸 생각을 하지만 통장에는 단 돈 십만 원도 없다. 부동산으로 돈 벌었다는 생각에 정작 버는 돈은 푼돈으로 생각해 관리 자체를 하지 않는다. 수 천만 원의 돈조차도 푼돈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매달 백 만 원이 없어서 마이너스 통장에 손을 벌린다.

가지고 있는 자산이 큰 돈을 벌어줄 것이란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믿음은 현실화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자산 가치가 상승해도 팔아서 차익을 실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최씨는 3억 4000만 원의 부채로 인해 금융비용으로만 매달 200만 원을 쓰고 있다. 이자만 상환하고 있는 금액이니 조만간 원금상환이 시작된다면 부채상환에만 350만 원 가량을 써야한다. 게다가 기존 주택의 재개발 사업이 빠르게 진행된다고 좋아하지만 재개발시에 그냥 새집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재개발과 관련해서 약 2억 원 가량을 추가부담해야 된다. 부동산 자산만 14억이기에 재산세 뿐만 아니라 종부세도 내야한다.

자산이 14억이고 재개발 되면 더 오를 텐데 그게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생각하겠지만 2억 원을 추가로 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오를 때까지 버틸 수도 없다. 최씨 남편의 퇴직시기가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재개발 관련 비용을 대출로 해결하려하지만 퇴직 후에는 최씨 가정의 신용한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추가대출은 커녕 지금의 마이너스 통장마저 연장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늘어나는 부채와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되면 결국엔 집을 내놓겠지만 문제는 거래마저 냉각되고 있는 분위기다. 1가구 3주택이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는 피할 수 없다.

더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올라도 팔지 못 하는 부동산이지만 부동산 보유로 인한 비용을 하나 하나 따져보면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은 것이다. 돈이 돈을 번다고 생각하고 그 중에 부동산이 제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돈이 돈을 벌기는 커녕 돈을 쓰고 있고 자산보다는 빚을 늘리고 있다는 현실을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태그:#부동산, #자산효과, #보유효과, #착한재무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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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돈에 관해 올바른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모두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행복을 소비하는 사람이 되는 그날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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