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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13년 동안 키운 한우가 이제 90여마리가 되었습니다.
 동생이 13년 동안 키운 한우가 이제 90여마리가 되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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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다 8살 어린 막내 동생은 한우를 13년째 키우고 있습니다. 13년 동안 쉴 틈도 없이 고생만 하는 동생에게 물질로 도움을 준 일이 없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이겨내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사료값도 이겨냈습니다. 오히려 동생이 형을 도와주었습니다. 정말 못난 형이지요.

한우가 90여 마리 정도 되는데 더 키울 모양입니다. 13년 전 3마리에서 시작한 한우가 이렇게 늘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동생입니다. 형 만한 아우 없다지만 우리 집은 동생 만한 형이 없는 집입니다.

13년 고생만 한 동생이 또 축사를 증축합니다. 축사를 증축한다는 동생을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제 이만 하면 되었을 것인데 또 고생한다, 제수씨 생각도 좀 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형이지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콘크리트로 축사 바닥을 쳤습니다. 논 농사를 짓던 곳을 매워 축사를 짓기로 한 것입니다. 지금 넓이보다 두 배나 더 넓혀야 합니다. 동생은 기초 공사를 다 해놓았습니다. 정말 부지런하고 야무진 사람입니다. 언제 이렇게까지 준비를 다 해놓았는지 감격할 뿐입니다.

이 넓은 땅에 콘트리트를 쳤습니다. 펌프카가 없었다면 하루 동안 다 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이 넓은 땅에 콘트리트를 쳤습니다. 펌프카가 없었다면 하루 동안 다 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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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도 잠시 이 넓은 땅을 콘크리트를 쳐야 한다니 눈 앞이 캄캄했습니다. 동생에게 레미콘 몇 대가 필요한지 물었더니 레미콘 32대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레미콘 32대!  콘크리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 것입니다. 사람 손으로 바닥을 치는 일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군대 제대 후 복학 전까지 '노가다'(일본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했습니다)를 넉 달 정도했습니다. 그때 콘크리트를 등에 지고 3~4층을 몇 번 오르면 다리에 힘이 없습니다. 그리고 동생이 축사를 처음 지을 때는 레미콘이 콘크리트를 쏟아부으면 사람이 갈쿠리와 삽, 널판지로 바닥을 쳤습니다. 몇 번만 치면 손에 힘이 빠지고, 다리는 휘청거립니다. 그런데 레미콘 32대라니. 일을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37m짜리 펌프카
 37m짜리 펌프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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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생은 이미 모든 준비를 다 해놓았습니다. 펌프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우리 집에 펌프카라니! 공사장에서 펌프카를 본 일은 있지만 우리 집 축사를 증축하는 일에 펌프카가 동원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우리 집에 펌프카라니! 정말 잠시 후 펌프카가 도착했습니다.

37m자리 펌프카는 보기만해도 신기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릅니다. 손으로 콘크리트 한 삽만 들어도 다리가 휘청하는데 어떻게 펌프카는 콘크리트를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레미콘은 끊임없이 오고, 펌프카는 끊임없이 콘크리트를 쏟아내는 모습은 마흔넷 살 먹은 사람이 보기에도 신기했습니다.

펌프카가 쏟아내는 콘크리트를 치는 동네 사람들과 동생. 아름다운 품앗이입니다.
 펌프카가 쏟아내는 콘크리트를 치는 동네 사람들과 동생. 아름다운 품앗이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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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이 품앗이를 왔습니다. 사람들이 함께 하면 무엇이든지 쉽습니다. 아무리 펌프카가 있어도 사람 손길은 필요합니다. 한두 사람이 하기에는 벅찹니다. 자기 일이 아닌데도 자기 일처럼 도와줍니다. 동생이 인심을 많이 얻었습니다. 그런데 펌프카가 콘크리트를 쏟아 붓고 있는데 그만 레미콘이 펌프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레미콘이 따라오지 못하면 잠시 쉬기도 했습니다.

펌프카와 레미콘, 품앗이가 함께 하자 옛날 같은 며칠을 해도 못할 일을 몇 시간 만에 마쳤습니다. 얼마 후 이곳에는 동생이 새로운 꿈이 펼쳐질 것입니다. 한우와 함께하는 삶, 한우를 자식처럼 귀하게 여기면서 보다 나은 내일을 이루는 동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32대 레미콘으로 콘크리트 바닥을 쳤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32대 레미콘으로 콘크리트 바닥을 쳤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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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축사, #펌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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