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극단 십년후(대표 최원영 www.samsin.info)는 고려청자를 둘러싼 장인들의 치열한 삶과 정신을 소재로 한 창작극 <청자, 물을 만나다>(이재상 연출)를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매일 오후 7시30분, 인천 수봉공원 수봉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고려청자를 복원하기 위해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윤 교수'의 이야기이다. 극단 십년후 이재상 연출가는 "물보다 땅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정신이고, 청자를 복원한다는 것은 우리 민족정신을 다시 찾는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라며 "우리 핏속에 잠들어 있는 과거의 기억이 다시금 일어나, 비록 무대에서만 일지라도, 과거의 혼이 오늘의 찬란함으로 피어나기를 꿈꾸어본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대통령상 받은 극단, "사랑으로 키웠습니다"

 

지난 4월 9일 오후 5시, 부평삼거리역에 있는 극단 사무실을 찾아 이번 연극공연에 임하는 마음과 단원들의 지나온 삶에 대해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랑하며 살고자 하는 극단 '십년후'. 함께 밥을 지어먹으며 동고동락해온 단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사랑을 이야기한다. 개인의 사랑하는 마음이 모여 집단의 사랑으로 승화했고 또 그 집단의 사랑이 모여 다른 사람들과 사랑하며 살고자 하는 나눔의 사랑으로 커져갔다.

 

1994년 창단 후 오로지 창작극으로 승부수를 던지며 한 계단씩 실력을 높여가던 극단 십년후는 연극을 통해 삭막한 사회에 따스한 사랑을 전달하면서 묵묵히 한길을 걸어왔다. 그러던 중 유명극단과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마다했던 설화 창작뮤지컬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1998년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데이신따이>, 정략결혼에 대해 경종을 울렸던 2001년 작품 <결혼할까요>, 그리고 2005년 민간 설화인 삼신할머니의 인간미를 다룬 <박달나무정원>, 대통령상인 2006년 전국연극제 대상을 거머쥔 <사슴아 사슴아>까지, 오직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십년후는 어느새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대열에 들어서게 된다.

 

"모진 어려움을 이겨낸 힘은 가족과도 같은 끈끈한 정이라고 할까요. 최원영 대표를 아버지와 같은 맘으로 존경하고, 또 그 아버지는 단원들을 자식과 같은 맘으로 존중하며, 단원들은 형제자매처럼 우애를 돈독히 하면서 배려와 관심으로 사랑을 키워나갑니다."

 

극단 십년후의 창단 멤버이자 15년을 함께해온 조연출 이경미씨는 현재의 자기 모습이 있기까지를 풀어놓으면서 가족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결혼할까요'라는 작품을 하면서 결혼을 하게 됐고, 삼신할머니의 작품을 하면서 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연극 같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좋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극을 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극배우로서 살아온 인생만 20년이 다 되어가는 이경미씨는 말단 배우에서 지금은 조연출 자리에 올라 작품의 주요한 역할을 도맡아하며 어느새 맏언니로 극단을 돌보고 있다. 그가 말하는 연극의 즐거움이란 곧 사람을 사랑하는 데 있다.

 

극단 십년후는 또한 배우와 함께 성장해온 '세사모'라는 후원회가 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십년후의 영어연극을 관람하던 학부모들이 인연이 되어 모임을 만들고 물심양면으로 후원해 주었던 것이다.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앞의 말을 따 '세사모'라는 모임 명칭을 만들어 극단이 공연하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극단 십년후의 마니아를 자처했다. 배우들 사이가 가족 같았다면 이들은 가까운 친척이 되어 제3의 배우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던 것이다.

 

단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준 힘은 사랑과 신뢰

    

7년 전 서울에서 잘나가는 극단 산울림의 배우로 열연하다가 객원배우로 십년후를 찾았던 하성민씨는 작품이 전달하는 방향성과 단원들의 배려에 감동을 받아 그대로 가족이 됐다. 그가 말하는 단원들의 배려는 곧 서로를 존중하고 무작정 믿어주는 신뢰 그 자체였다.

 

"연극하는 사람들끼리는 흔히 보이지 않는 이기와 자만이 내재돼있어서 객원배우를 쉽게 수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곤 합니다. 하지만 극단 십년후의 단원들은 긴장이 극에 달하는 무대 위에서조차도 서로를 위해주며 아끼는 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연극만으로 승부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속한 조직의 화합과 조화로움이 더욱 소중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는 이번에 공연되는 <청자, 물을 만나다>에서 주인공격인 윤 교수 역할을 맡는다. 고려시대 부의 상징이었던 청자의 물질적 허상에서 벗어나 청자를 빚어낸 도공들의 장인정신과 가치를 일깨워주는 정신적 의미를 전달해줄 예정이다.

 

"배우는 거친 야생마와 같이 다시 처음으로 갈 수 있는 도전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가족 같은 극단이라도 맨발로 뛰쳐나가 다른 극단에서 부딪쳐도 보고 몸소 체험하면서 배우로서의 진정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십년후도 조금씩 변화의 과정을 겪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웃음)."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이제 막 극단에 들어온 새내기 배우 전상훈씨, 변화와 도전을 중요시하며 연출가의 외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상임연출가 송용일씨, 객원연출을 맡으며 순수한 원칙주의자를 자처하는 이재상씨도 모두가 하나로 통하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신뢰와 사랑이었다.

 

세계 최고의 극단을 꿈꾸며 낮은 자세로 오직 연극에 대한 혼을 불태우는 극단 십년후. 지금은 꿈에 반 발짝 다가선 모습이라면, 5년 남은 이십 년 후는 꿈을 이루어낸 모습일 것이다. 극단의 모토인 '사랑하며 살겠습니다'처럼.

덧붙이는 글 | 부평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극단 십년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