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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천안함 생존자 증언과 TOD 영상 3번째 공개 따위가 있었다. 8일자 주요 신문들도 이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천안함 침몰과는 전혀 다른 기사 하나를 1면에 보도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관한 기사였다. 1심 선거공판을 하루 앞둔 공판 예상 기사가 아니라 한 전 총리에 별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였다. <동아일보>는 '검찰, 한 전 총리 새로운 혐의 수사' 제목 기사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 1심 선고가 9일로 예정된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이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에 대해 별도 수사에 나선 것으로 7일 알려졌다"는 내용으로 단독보도였다.

<동아일보> 보도는 오보가 아니었다. 검찰이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가지고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건설시행사를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하드디스크 따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영욱 전 사장과 관련해서는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보도하더니 이번 수사는 <동아일보>가 보도한 것과 다를 뿐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5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 사건 1심 선거 공판을 하루 앞두고 전격 이루어진 것이라 '한명숙 흠집내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8일 논평을 통해 "선고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별건수사를 시작했다. 압수수색을 했다"며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명백한 흠집내기용 수사다. 아무리 재판결과에 자신이 없다 해도 이렇게 무리한 수사를 감행할 수 있는가. 마치 술에 취해서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처럼 섬뜩하다.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명숙 전 총리를 이렇게 낱낱이 파헤친 이날 검찰은 납득하기 어려운 석방을 결정했다. <연합뉴스>는 8일 "현상금 1천만원을 내걸고 체포한 폭력조직 '칠성파' 두목 이강환(67)씨를 검찰이 보완수사를 이유로 석방하자 경찰이 내심 난감한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칠성파 두목 이강환씨는 2005년~2007년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부산 모건설업체 대표 A시를 위협해 4억여 원을 뜯어내고 조직원들을 동원해 납치 및 폭행을 한 혐의를 받았었다. 경찰은 지난 2월 22일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놓쳤지만 지난 6일 한 시민의 제보로 체포되었다.

전국 최대 조직폭력배 두목을 현상금 1천만원을 내걸고 체포한 사람을 이틀만에 석방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형사사건을 검찰이 석방하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강환씨를 석방한 이유에 대해 이와 관련 부산지검 관계자는 "영장을 청구할 만큼 수사가 완벽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보완수사와 함께 석방 지휘를 내렸다"며 "범죄 사실 전후관계가 소명되면 빠른 시간내에 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두 달 동안 검찰은 무엇을 했을까? 체포하면 구속시킬 수 있도록 철저히 수사하는 것이 검찰이 할 일이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아들 미니홈페이지까지 뒤지면서 수사했던 검찰이다. 전직 국무총리를 뇌물죄로 구속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그 열정과 노력, 땀은 어디에 두었을까? 물론 이강환은 부산지검이고, 한명숙 전 총리는 서울지검이 다르다고 해명하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대검찰청 누리집에는 검찰 CI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대검찰청 누리집에 있는 검찰 CI 설명을 통해  대나무는 올곧음을, 칼을 공평한 사고와 냉철한 판단을 상징한다고 했다.
 대검찰청 누리집에 있는 검찰 CI 설명을 통해 대나무는 올곧음을, 칼을 공평한 사고와 냉철한 판단을 상징한다고 했다.
ⓒ 대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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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의 올곧음에서 모티브를 차용하고 직선을 병렬 배치하여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상단의 곡선으로 천칭저울의 받침 부분을, 중앙의 직선으로 칼을 형상화하여 균형있고 공평한 사고와 냉철한 판단을 표현하였습니다. 다섯개의 직선은 정의, 진실, 인권, 공정, 청렴을 뜻하며, 주색조인 청색은 합리성과 이성을 상징. 좌측으로 부터 각 직선은 공정, 진실, 정의, 인권, 청렴을 상징하며 중앙에 칼의 형상인 정의가, 그 좌우에 각각 진실과 인권이, 다시 그 좌우에 공정성과 청렴이 있는 형태입니다.(대검찰청 '검찰CI')

검찰은 자신들을 대나무의 올곧음을 통해 중립성과 독립성을 가진 조직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칼을 형상화해 공평한 사고와 냉철한 판단을 하는 조직이라고 말하다. 공정, 진실, 정의, 인권, 청렴을 가진 조직이다. 이 정도이면 대한민국 검찰은 가장 완벽한 공직기관이다. 하지만 이것은 검찰 CI에서만 나타날 뿐, 시국사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서 보여준 태도는 검찰이 올곧음을 상징하는 대나무, 공평하고, 냉정한 판단을 하는 칼을 본 받아 존재하는 조직이라고 소개한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전직 국무총리는 선거 공판을 하루 앞두고 별건수사로 압수수색을 하고, 전국최대 폭력조직 두목은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석방하는 대한민국 검찰 과연 이들이 올곧음과 공평한 사고와 냉철한 판단을 가슴에 안고 공정, 진실, 정의, 인권, 청렴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지 궁금하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검찰 누리집에서 다음과 같은 인사말을 남겼다.

대검찰청 누리집에 김준규 검찰총장 인사말
 대검찰청 누리집에 김준규 검찰총장 인사말
ⓒ 대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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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명숙, #이강환,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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