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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침몰한 사고가 발생한지 다샛째인 30일 오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서남쪽 사고 해역에서 아시아 최대 수송함인 해군 독도함이 실종자 수색 작전을 펼치고 있다.
 천안함이 침몰한 사고가 발생한지 다샛째인 30일 오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서남쪽 사고 해역에서 아시아 최대 수송함인 해군 독도함이 실종자 수색 작전을 펼치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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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 경기도 평택2함대 임시숙소에서 만난 천안함 침몰 실종자 가족은 "조카가 사고 일주일 전에 '부대생활이 힘들어 옮기고 싶으니 좀 빼달라'고 부탁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바람이 이뤄지기도 전에 천안함은 차가운 바다속에 가라앉았다. 그는 "애 엄마가 한이 돼서 밥도 못 먹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 공고를 나온 뒤 빨리 사회에 나가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해군에 자원입대했다는 젊은 청년은 어떤 점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함정 안에서 해군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천안함 침몰 사고 생존자는 물론 관련 군인들이 모두 언론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지금, 몇 편의 논문을 통해 함정 안을 들여다봤다.

직무 스트레스로 의욕상실, 환자 발생, 안전사고까지

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 28일 오후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방문해서 면담을 가지는 도중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작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 28일 오후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방문해서 면담을 가지는 도중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작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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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일 정도 육지 한번 보지 못하는 많은 시련이 요구되고, 또한 험한 파도에 의한 함의 요동으로 잠도 못 자며 식사도 못하는 환경과 싸워야 한다.

좁은 함상에서 24시간 가동되는 기관과 각종 장비에서 발생하는 소음 진동 등은 장병들을 항상 긴장하게 하고, 청수(식수) 사정에 좋지 못한 상황 하에서 생활하므로 그에 따른 심한 악취 및 함정 특유의 냄새는 장병들의 신체 및 정신적 위생에 악조건의 요소로 항시 존재하며, 또한 장기간의 출동으로 신선한 식사를 취식하지 못한 불만도 가진다."

지난 1999년 12월 이종대씨가 쓴 경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학위논문 <해군 함정근무자 직무 스트레스의 요인과 해결방안에 관한 실증적 연구>의 한 대목이다.

이에 따르면, 함정 근무자 대다수는 본인의 희망에 의하지 않고 계급별·함정종류별·근무지역별로 배치되어 함정 근무만 장시간 종사할 뿐 아니라 잦은 전출을 하면서 생활한다. 이 때문에 타성에 젖기 쉽고 적기에 진급이나 그에 다른 보수의 혜택이 보잘 것 없다.

대부분은 20대 초반에 임관하는 함정 근무자들이 전문운용요원으로 자부심을 갖고 근무하도록 각종 제도나 조직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 연구에서 함정 근무자들은 어느 정도 사명감을 상실했고 함정 생활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다.

이씨는 "함정의 복지 수준은 아직 해군의 여러 여건을 고려해볼 때 열악하다"고 지적하고 "출동 중 목욕 제한 등 기본 생활여건에서부터 미흡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함정 내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규범적이고 강압적 특성이 있다"면서 "하위 계급자는 내면적인 고민이 있어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 연구에서 그는 작전사령부 예하 함정 근무자 432명(장교 165명, 하사관 105명, 수병 162명)을 대상으로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이 설문 분석을 보면,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의욕상실(신뢰도 계수 0.63), 인간관계 악화(0.62), 흡연·음주 증가(0.64), 환자 발생(0.61) 등의 다양한 증세가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직무이탈(0.71)은 물론 안전사고(0.73)로까지 이어졌다.

소음·진동·악취... 신선한 식사도 어렵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닷새째인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영내 동원예비군 교육장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숙소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닷새째인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영내 동원예비군 교육장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숙소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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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은 벌써 10년 전 논문이다. 그동안 군대 인권문제가 사회적으로 제기되면서 군 시설과 문화도 개선됐으니 해군 함정 안의 생활도 달라졌을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전투함 관련 논문을 찾아봤다.

지난 2005년 박문식씨는 한중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경영학과 석사학위논문으로 <해군 전투함 승조원의 직무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를 썼다.

여기에서 확인되는 함정 생활도 6년 전과 큰 차이는 없다. 그는 해군 부사관들이 "출동 임무 중 가족들과 일정 기간 동안 떨어져 험한 파도에 시달리며 생활"한다고 설명했다. 함정 조직의 특성을 "공간과 생활여건이 제한된다", "변화없는 단조로운 생활이다"로 꼽았다.

그러나 현역 군인 박문식씨는 함정조직에 대해서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함정생활을 "바다 사람만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낭만의 대상이기도 하다"고 표현했고, "작전 임무 수행과 장병들 생활이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함정 공간은 입체적이고 효율적 기능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논문에 따르면, 한 함대사령부 소속 부사관 287명 중에는 고등학교 졸업자가 227명(79.1%)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전문대학 졸업자(53명), 대학 졸업자(7명)가 뒤를 이었다.

정성씨 역시 지난 2006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과 석사학위 논문 <해군 초계함 함장 리더십에 관한 연구>에서 해군의 특수성으로 '열악한 생활환경'과 '공간의 제한' 등을 꼽았다.

정씨는 "여름철이나 겨울철의 급격한 실내온도 변화와 통풍의 제한으로 높은 불쾌지수에 노출되어 있으며 함정 자체의 극심한 소음과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타군에 비해 높다"고 했다.

또한 "협소한 공간 내에서 숙식과 훈련, 작전임무 수행이 모두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면적 대면 접촉을 피할 수 없으며 갈등 발생시 해결할 만한 여유가 적다"고 지적했다. 역시 다른 논문들과 비슷한 설명이다.

이 논문은 이번에 침몰한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을 연구대상으로 한 것이 눈길을 끈다. 정씨는 2000년 7월 국방부·합참, 해본, 작전사 등 9개 부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초계함들은 신분별로 장교 9%, 부사관 55%, 병사 36%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초계함에는 추진장비·항해장비·사격장비 등 약 300 종류가 넘는 장비가 있는데, 기술 부사관들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 하나의 장비가 기능을 유지 못해도 함정 운항 및 작전 수행이 불가능하다. 항해 중에 고장이 나면 생존성 보장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이 각각 부사관과 함장을 중심으로 연구한 점을 감안하면, 일반 사병까지 포함한 함정생활은 더 열악할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논문 "책임자 추궁으로는 안전관리 안돼"

서해 백령도 서남쪽 1마일 해상에서 경비 활동 중이던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1천200t급)이 26일 오후 9시 45분께 침몰한 가운데 27일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서남쪽 해상에서 해군 함정과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이 수색 작전을 벌이고 있다.
 서해 백령도 서남쪽 1마일 해상에서 경비 활동 중이던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1천200t급)이 26일 오후 9시 45분께 침몰한 가운데 27일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서남쪽 해상에서 해군 함정과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이 수색 작전을 벌이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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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지휘부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한 논문도 눈에 띈다. 지난 2006년 이현덕씨가 한국해양대학교 해사산업대학원 석사학위논문으로 쓴 <해군함정 리스크 관리 방안에 대한 연구>다. 이 논문은 인적요인에 의한 해양사고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이 논문에서 이현덕씨는 "군 지휘부가 지침만 내려놓고 지원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관리가) 시행되지 않을시 책임자 추궁과 처벌만 실시하는 수준으로는 효과적 안전관리 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사후 약방문 또는 책임자 색출 위주의 안전관리가 아닌 실질적 방침과 조직, 지원이 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그는 환경 특성상 해군 함정에 치명적 유해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협소하고 어두운 실내, 좁은 통로, 수직적 계단구조, 철재구조 물, 함 요동 등이 모두 잠재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장기간 해상활동에 따른 승조원들의 피로도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씨가 분석한 안전사고 통계를 보면, 지난 1980년부터 2005년까지 25년간 해군 함정 안전사고는 모두 156건이다. 이 중 조함 미숙, 안전수칙 미준수, 법규 미준수, 정비불량 등 인적 과실이 85.26%에 달한다.

해군은 안정규정에서 함장이 안전에 대한 총책임을 지고 기관장 역시 안전관으로 업무를 총괄 담당하도록 했다. 또한 월 2회 정기교육과 특별교육은 물론, 새로 배를 탄 전입자나 휴가·상륙자에 대한 안전교육도 실시한다. 이와 함께 일일·주간·월간·연말 단위로 함정 안전점검도 한다.

그러나 이런 규정으로는 체계적 안전조직을 운영하기 미흡하다는 것이 이 논문의 결론이다. 이씨는 함정의 각 구성원에 대한 책임과 임무를 명확히 설정하고 안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장기적 안목에서 안전 전문가를 양성하고 지도감독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면서 안전조직의 충분한 인원 충원 및 예산 배정을 주장했다.


태그:#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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