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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게 가장 바쁜 3월이 지나갔다. 학교의 3월은 새 학년, 새 교실, 새 학생, 새 교과서로 모든 것이 낯설 때이다. 여기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여기에 새학년 업무가 만만치 않다.

교사에게 가장 바쁜 3월, 교육은 '없다'

 참관수업을 보고 있는 학부모들.
 참관수업을 보고 있는 학부모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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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초등학교 교사인 나는 먼저 아이들 이름과 얼굴을 익히고, 아이들 가정 환경을 조사해서 무료급식 대상자를 추천하고, 특수학습 가는 아이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파악해야 한다. 아이들 이름도 제대로 못 외운 상태에서 가정환경조사서만 보고 무턱대고 학부모에게 전화해서 급식지원을 받을 것인지 물어보는 것이 가장 난감하다.

3월이 되면 전 학년 2월까지 해 왔던 모든 행정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 학교까지 새로 옮긴 교사는 학교 기자재, 학교 건물, 학교 분위기 적응까지 새로 해야 한다.

학교 업무도 바쁘기는 매한가지이다. 학교는 3월에 1년 계획을 세워 결재를 받고 시작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교내 메신저를 통해 계속 쪽지가 날아온다. 보통 수업이 끝나고 해결해야지 했다가는 쌓인 쪽지가 하루에만 수십 개다.

그 일을 해결해야 하는 담당교사도 애가 탄다. 쉬는 시간 틈틈이 날아든 업무 쪽지를 해결하려다 보면 하루에 화장실 한두 번도 가기 힘들 정도다. 그나마 올해에 맡은 아이들은 5학년이라 저학년과 달리 쉬는 시간에 일일이 물어보러 안 나오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

집에 가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에서는 급한 일들만 처리하고, 시간을 갖고 해야 되는 일은 집에서 하는데 맡은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기획하고, 서류 만들고 자료찾고 하다보면 벌써 자정이다. 

공책이나 학습지 걷어온 것도 집에서 처리해야 한다. 내일 수업할 내용이 무엇인지 훑어보기라도 해야 하는데 주말에나 겨우 교재연구할 틈이 생긴다. 첫 단원부터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자료도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다.

학부모 총회도 3월에 있다. 각종 업무 처리에, 교실 정리도 안 되었는데 학부모총회를 해야 하니 몸도 마음도 부담이다. 많은 교사들이 총회를 앞두고 밤늦게까지 남아 정리를 한다.  "우리 아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답하기에는 너무 아는 것이 없지만, 그렇다고 1년에 한 번 보는 자리인데 소홀하기도 어려워 자료도 주섬주섬 챙기고 아이들 관찰한 것도 나름대로 정리해본다.

하지만 정작 총회 때에는 학교에서 요구한 학교 임원에 녹색어머니회, 명예사서, 최근에는 'Wee클래스'까지 생겨 상담보조 학부모까지 알아보느라 어려움이 많다. 이런 것 때문에 3월은 학교에서 가장 힘들고 바쁘다. 첫 만남이 중요하고 1년 수업의 모든 기틀을 3월에 잡아야 하지만, 정작 교육은 없고 업무만으로도 벅찬 상황이 전국 모든 학교의 현실이다.

공문 받자마자 바로 보고? 수업은 언제 하냐고

 교과부 홈페이지 떠있는 홍보창입니다. 대한민국 교육을 변화시킨다며  마이스터교, 교과교실제, 학업성취도평가, 학교자율화, 정보공시, 교원평가 등 교육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학교는 용어 이해하고 내용 만들어내느라 수업은 뒷전입니다. 교과부에서 보내는 홍보메일도 넘칠만큼 많이 옵니다.
 교과부 홈페이지 떠있는 홍보창입니다. 대한민국 교육을 변화시킨다며 마이스터교, 교과교실제, 학업성취도평가, 학교자율화, 정보공시, 교원평가 등 교육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학교는 용어 이해하고 내용 만들어내느라 수업은 뒷전입니다. 교과부에서 보내는 홍보메일도 넘칠만큼 많이 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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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해는 바쁜 일이 더 많다. 교육청에서 그날 보내고 그날 보고하라는 공문이 유달리 많다. 공문이 개인 의견 묻는 것도 아니고 학급별로 의견이나 자료를 모으는 것이니 담당 교사는 수업을 전폐하라는 뜻이다.

전자문서에 공문발송 시간이 찍히니 시간을 못 넘기는 학교가 많다. 오랜만에 5학년을 맡다보니 수업시간이 많고, 또 고학년이라 그런가 했더니 몇 년 째 고학년을 맡은 선생님도 올해 유독 더 심하다고 한다.

 학교에서 공문이 오고가는 전자문서시스템 화면입니다. 3월 16일부터 31일까지 보름간 학교로 온 공문만 557건입니다. 한 달치를 보면 1000건이 넘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교사들이 학교에 가면 아이들 얼굴 보기도 전에 컴퓨터부터 켜고 이 전자문서시스템과 교내메신저에 매달려 있는 상황입니다. 관리자들도 이 많은 문서 결재하느라 꼼짝없이 컴퓨터 앞에 붙들려 앉아 클릭해야 합니다. 이것말고도 전자시스템이 교무업무, 교육행정, 에듀파인까지 모두 4가지입니다.
 학교에서 공문이 오고가는 전자문서시스템 화면입니다. 3월 16일부터 31일까지 보름간 학교로 온 공문만 557건입니다. 한 달치를 보면 1000건이 넘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교사들이 학교에 가면 아이들 얼굴 보기도 전에 컴퓨터부터 켜고 이 전자문서시스템과 교내메신저에 매달려 있는 상황입니다. 관리자들도 이 많은 문서 결재하느라 꼼짝없이 컴퓨터 앞에 붙들려 앉아 클릭해야 합니다. 이것말고도 전자시스템이 교무업무, 교육행정, 에듀파인까지 모두 4가지입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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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 내용을 보니 3월 9일 보는 일제고사(교과학습 진단평가) 관련 업무에 교육과정, 학교폭력, 행정 사무를 비롯해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기초질서 지키기 팝업창 띄우라는 것까지 다양하다.

일제고사(학업성취도평가)가 7월로 당겨진 것도 학교를 바쁘게 한다. 수학여행 등 1학기에 있던 행사를 2학기로 미뤄서 시간을 벌었지만, 시험이 당겨진만큼 시험 준비도 더 서둘러야 한다. 작년에는 여름방학 보충수업으로 4, 5학년 내용을 복습시켜 줬는데 올해는 6학년 내용 가르치기에도 벅찬 시간이다. 방법은 하나. 수업을 7, 8교시까지 늘리거나 문제풀이수업으로 바꾸고 심한 학교는 야자까지 실시하고 있다. 

3월에 오기 힘든 선도학교(연구 학교 종류) 신청도 두 가지나 된다. 교과부가 야심차게 실시하는 창의인성교육 선도교육청으로 지정돼서 갑자기 모집하게 된 것이다. 2009개정교육과정 선도학교도 신청하란다.

연구학교는 대부분 12월쯤에 받아 2월에 확정되어서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3월에 신청하라니 일의 순서가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졸속 행정이다. 만약 선정되면 2010학년도 학교운영계획을 짜놓은 걸 수정해야 하고, 결국 가뜩이나 많은 업무가 또 늘어나게 생겼다. 

 올해부터 에듀파인이란 새로운 학교회계시스템이 적용되어 모든 교사가 예산을 쓸 때는 이 프로그램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바쁜 3월에 프로그램 연수를 받았습니다. 행정실에서도 연수 받고 알려주느라 일이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교사가 회계프로그램까지 써야하니 이제 경리까지 해야 한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올해부터 에듀파인이란 새로운 학교회계시스템이 적용되어 모든 교사가 예산을 쓸 때는 이 프로그램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바쁜 3월에 프로그램 연수를 받았습니다. 행정실에서도 연수 받고 알려주느라 일이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교사가 회계프로그램까지 써야하니 이제 경리까지 해야 한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 옥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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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에서는 2009년도 성과급 위원회를 만들고 기준을 만들라는 것도 3월에 왔다고 한다. 심지어는 수업 시간에 교사들을 불러 성과급 논의를 한 곳도 있다. 교육청에서 보고를 이때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러니 대체 수업은 언제 하라는 것일까?

새로운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이 시행되는 것도 큰 변화이다. 교사 모두가 맡은 업무의 예산을 스스로 기안하고 쓰라는 것이다. 원래는 행정실에서 하던 일이다.

시스템이 처음이라 불편하지 써보면 편해진다고 하지만, 교사가 왜 회계시스템까지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특히 올해는 시행 초기라 시스템도 불안해서 학기 초에 교사들을 더 들볶는 꼴이 되었다. 수업 준비할 시간도 부족한 교사들에게 자꾸 새로운 일이 들어오는 건 재고해봐야 한다.

쏟아지는 교육정책, 교사는 일폭탄에 허우적

올해는 교원평가 시행한다고 수업공개계획도 내라고 한다. 법과 기초질서를 중요하게 보는 정부에서 장관이 법도 통과되기 전에 자의적으로 교원평가를 강행하고 있다. 우리 학교도 아침에 연락받고 갑자기 4회 공개 계획을 세웠다. 새교육과정이라 교과서도 제대로 못 훑어보고 2학기 내용은 아예 받아보지도 못한 3, 4학년은 대강 계획을 세워냈을 것이다. 내용도 잘 모르는 채 교원평가(교원능력개발평가) 관리위원회까지 만들어 보고해야 했다.

MB정부는 취임 이래 계속 교육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기왕에 하던 영어교육 강화, 일제고사 업무 외에 올해 굵직한 것만도 학교자율화, 교원평가, 정보공시, 공교육 강화 등 많다. 그래서 올 3월에 이렇게 일이 더 많아졌나 보다. 게다가 대통령이 몸소 챙긴다고 하니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일이 쏟아질까? 이 모든 게 학교에서는 다 수업을 제치고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이젠 언론에서 '교육' 낱말만 나와도 겁이 난다.

학교는 원래 이런 업무가 하나도 없어도 바쁜 곳이다. 학교는 수업을 하는 곳이고 학교교육과정 내용이 워낙 많고 교과내용도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교마다 하는 행사도 많다. 아무리 교육과정과 연계해서 최소화한다고 해도 행사 하나를 하려면 수업 1-2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것도 많다. 특히 교사는 수업을 하기 위해 교재연구하고 자료 챙겨오고 학습지 만들고 학생들이 한 것 검사하고 재지도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는 점점 업무 처리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자체나 각종 기관에서 손쉽게 공문 하나 보내서 협조해 달라고 한다. 교육청에서 공문을 아예 안 받아주지 않는 한 학교장은 지역에 체면이 있고 상부상조해야 하니 나몰라라 하기 어렵다. 

교과부는 더 심하다. 교육에서 자꾸 효율성을 내세우고 성과를 내라고 재촉하면서 겉치레만 화려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가 상담을 하고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학교홈페이지에 올리고, 정보공시하는 곳에 올리라고 성화이다.

교육이 번지르하게 포장해서 올리는 상품도 아닌데 광고카피 같은 말들로 포장한 구호나 언제 들어도 똑같은 이야기만 난무한다. 밖에는 대한민국 학교가 이렇게 변하고 있다고 자화자찬이다. 여기에 장관은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못하다고 교사 사기까지 팍팍 떨어뜨려준다. 이래저래 학교만 곪아썩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제 3월이 다 가고 4월이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 어느 정도 익히고 한 달을 평가하면서 분위기도 다 잡고 날씨도 풀렸는데 아이들과 무엇을 해볼까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고민도 할 여유가 없다.

올해 유독 바쁘기는 하지만, 학교가 이렇게 변한 건 사실 10여 년이 넘었다. "업무 없이 수업만 고민했으면 좋겠다"던 교사들의 소망은 이제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아이들과 눈도 좀 마주치고 이야기도 읽어줄 시간이 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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