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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31일 오후 10시 28분]

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 28일 오후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방문해서 면담을 가지는 도중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작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 28일 오후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방문해서 면담을 가지는 도중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작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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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엿새째인 31일 군 당국의 실종자 구조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함미에 접근해 산소를 주입했다는 국방부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국방부와 군은 "분명히 산소를 주입했다"고 밝히고 있어 의혹과 반박이 엇갈리고 있다.

'공기 주입'에 대한 의혹은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밤부터 평택 제2함대 사령부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이틀 밤을 보낸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 환경과 시설이 열악하고, 첨단장비가 없어 구조가 지연되고 있는데 불만을 갖고 있다"며 "언론보도도 굉장히 왜곡돼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전언에 따르면 30일 백령도를 다녀온 실종자 가족들이 "함미에 산소를 주입했다"는 발표를 믿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잠수조들이 산소를 주입했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현장에서는 1인당 4시간 산소량 밖에 없기 때문에 산소 물량 자체가 부족하고 산소 자체가 공급이 안 되고 있다(고 실종자 가족들이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그는 "잠수부가 (함미에) 접근했고, 선체를 뚫어서 여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실종자 가족들의 입장"이라며 "실제 접근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언론이) 오보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당국의 브리핑에 의존한 보도가 80~90%이고,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해군의 안내로 백령도를 갔다 30일 돌아온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 이같은 의혹이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군 "광양함에 공기압축기 갖춰... 잠수부들 산소통으로 공기 주입"

천안함 침몰 6일째인 31일 경기 평택 해군제2함대에서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천안함 침몰 6일째인 31일 경기 평택 해군제2함대에서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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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국방부는 오전, 오후 브리핑을 통해 "29일 밤 함미의 깨진 부분을 통해 공기를 1차 주입했다"고 밝혔다. 29일 밤 주입된 산소통 1개 분량의 공기는 한 사람이 약 5시간 가량 숨을 쉴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30일 오후 3시20분께는 함미 왼쪽 통로를 열고 6000ℓ 분량의 공기를 2차 주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시계가 30cm도 확보되지 않아 함미 접근도 어려운 상황에서 산소통을 갖고 들어가 공기를 주입했다는 발표를 믿지 않는다고 이 의원은 전하고 있다. 군 발표대로라면 2인1조로 들어가 20분씩 밖에 작업하지 못하는 제한적 환경 속에서 산소통까지 짊어지고 들어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29일 밤 KBS가 천안함 공기 주입을 첫 보도했을 때 합참이 "오보"라고 주장하다가 다음날 새벽 1시께 이를 확인해 주는 등 오락가락한 발표도 실종자 가족들의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를 근거없는 의혹으로 일축하고 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유족들 입장에서는 불충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분명히 공기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해군도 공기 주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구조함인 광양함에 콤프레셔(compressor, 공기압축기)를 갖추고 산소 공급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영식 공보과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2인 1조로 움직이는 잠수부가 2인 1조로 움직이는데, 산소통을 갖고 잠수해서 계속 공기를 집어넣고 있다"고 밝혔다. 군이 거짓으로 '공기 주입' 발표를 했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의혹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게 유 과장의 말이다.

실종자 가족 "밤 9시16분, 비상상황이라며 전화 끊어"

실종자 가족들은 또 사고 발생 당시 천안함이 '특수임무'를 수행하던 비상상황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의원이 전한 실종자 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 당일(26일) 오후 9시 16분께 천안함에 있던 승조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아버님, 지금 비상이니까 나중에 통화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끊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실종자 가족들은 레이더기지에서 사고 해역에 이상 징후를 발견해서 사령부에서 천안함과 속초함을 파견한 것 아닌가, 비상상황에서 작전이 진행 중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급상황으로 출동한 것으로 가족들은 믿고 있다"는 것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오후 9시 16분께 통화한 기록을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이 의원은 전했다.

천안함 침몰 이후 경기도지사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한 이 의원은 29일 밤부터 30일 자정까지 이틀간 실종자 가족들과 숙식을 함께 했다. 하지만 30일 새벽 군 당국이 "나가달라"고 강력히 요구해 쫓겨나왔다고 한다. 31일 현재도 이 의원은 제2함대 사령부 앞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비교적 잘 지내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패닉 상태"라며 "가족 회의 때도 격앙되거나 울부짖다 쓰러지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실종자 가족들은 대부분 20~30대 여성들과 아이들, 시골에서 올라온 노부모들 뿐이어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며 "군 당국의 조속한 구조활동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태그:#천안함, #침몰, #이종걸, #실종자,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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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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