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 공격으로 몰아가려는 보수신문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30일 <북 해상저격부대 소행 가능성 제기> 기사와 사설에서 "천안함이 북한의 기뢰 또는 어뢰 공격을 받고 침몰한 것이 사실로 입증되는 순간 대한민국은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결정해야 할 고비를 맞게 된다"고 했던 <조선일보>는 31일 1면 머릿기사 <"침몰 전후 北 잠수정이 움직였다">를 '단독' 보도했다. 단독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

 

<조선일보>는 "천안함 침몰사고의 원인으로 북한 잠수정 또는 반잠수정에 의한 어뢰·기뢰의 공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 발생지역인 백령도에서 멀지 않은 북한 서해안 잠수함 기지에서 천안함이 침몰한 지난 26일을 전후해 잠수정(또는 반잠수정)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정부 소식통은 30일 "천안함 침몰사고 이후 미 정찰위성 사진 등을 정밀 분석해본 결과, 백령도에서 50여㎞ 떨어진 사곶기지에서 잠수정(반잠수정)이 지난 26일을 전후해 며칠간 사라졌다가 다시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 소식통은 "북 잠수정이나 반잠수정이 기지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어서 이번 사고와의 연관성을 단정하기는 힘들다"며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 중이라면 아직 완전한 정보가 아니다. <조선일보>는 한·미 정보당국 "기지에서 사라졌다 며칠 후 복귀"라고 했다. 미국 정보당국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지난 29일 제임스 스타인버그(Steinberg)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천안함 침몰 사고에 북한이 관련됐을 가능성과 관련, "이번 사고에 제3자가 개입했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 개입 관련성을 부인하는데 <조선일보>는 미국 정보당국이라고 했다. 미국 정보당국이 국무부만은 아니다. 하지만 미 국무부가 공식 반응은 '북한 공격 가능성은 근거가 없다'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 공격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식 대응 '낮다'이다. 그렇다면 언론이 섣부르게 북한 공격 가능성으로 몰아가려는 순간 후폭풍은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정확하고 확인되지 않는 내용으로 보도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특히 북한 공격은 더 신중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8면 <정부, 국제법 검토 착수;"의도적 공격이나 기뢰 유실땐 책임 물을 것">기사에서도 "정부 당국자는 30일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국제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사고 원인이 우리 군의 과실이라면 국제법을 검토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정부의 국제법 검토는 북한이나 제3국에 의한 어뢰 공격이나 기뢰와의 충돌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과 제3국을 언급했지만 제3국이 천안함을 공격할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북한이다. 이렇게 북한을 계속 언급함으로써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 공격에 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사설 <천안함 사태에 대한 결단의 자세도 갖춰나가야>에서도 "정부는 이제 천안함 침몰 원인이 드러날 경우에 취해야 할 국제적·국내적 조치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천안함 관련 후속 조치는 때론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비상(非常)한 결단을 요구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천안함 침몰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즉각적이고 확고한 결단을 내리고 행동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침몰 원인을 밝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천안함 인양이다. 하지만 인양까지는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 지금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가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는 것이다. 정부는 생존자와 언론 사이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천안함 폭발 직후 열상감지장비(TOD)로 찍은 동영상을 공개해야 한다. 물론 국방부는 공개했지만 40분이 넘지만 1분 20초 가량에 불과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천안함과 제2함대 사이 교신내용이다. 교신내용을 공개하면 폭발원인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교신내용은 군사기밀이다. 하지만 지금은 군사기밀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면 더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30일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하는 방법은 비밀주의와 통제가 아니라 공개에 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국방부와 해군이 비밀주의와 통제에 나선 것을 비판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해야 한다. 정보가 공개되면 정말 북한 공격으로 밝혀질 수 있다. 그때 가서 북한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정부와 군(軍) 대처의 미비점은 앞으로 얼마든지 철저하게 따지고 엄중하게 추궁할 기회가 있다"고 했지만 아니다. 이는 결과론이다. 지금은 결과를 묻는 때가 아니라 원인과 과정을 따져 물을 때다. 원인과 과정은 바로 통제하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는 길이다.


태그:#천안함, #조선일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