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신 : 31일 오후 1시 10분]

주호영 장관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

천안함이 침몰한 다음날 방송국 쇼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른 주호영 특임장관이 31일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주 장관의 행동에 대해 "정말 추모하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휴일을 보낸 것인지 묻고 싶다"며 "사리분별력을 잃은 주호영 의원은 특무장관 자리를 당장 내놓고 사과하고 자숙하라"는 논평을 30일 냈다.

반면,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눈앞에 둔 미래희망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평상시 같으면 논란이 될 일이 전혀 아니지만 천안함 침몰 사고 비상시라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억지로 흠집내기를 위해 주 장관의 처신을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옹호성 논평을 냈다가 부랴부랴 이를 취소했다.

주 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6000여 지역주민들의 입장을 생각해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마음으로 행사에 참석했으나 돌발상황까지 벌어졌다"며 "본의 아니게 제 행동으로 마음이 상하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특임장관실은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주 장관은 27일 오후 대구 수성구 상단공원에서 열린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에 참여했다.

녹화가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사회자 송해씨가 주 장관에게 노래를 신청했고, 주 장관은 "어제 뉴스 보셨겠지만 서해의 젊은 군인들이 희생이 많아서 사실 제가 노래 부르기가 조금 조심스럽다"고 해명했다.

주 장관이 사양했지만 송해씨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노래자랑을 계속 진행했다고 한다.

"주 장관이 지금 말씀하셨지만 우리 마음이 다 아픕니다. 노래자랑을 진행하기에도 송구스러운 면이 있습니다만, 아직도 소식이 없는 장병 여러분을 생각하면 끝없이 마음이 아픕니다. 어떻든 간에 원인이 밝혀지겠지요. 다같은 마음으로 아픔을 함께 하면서 노래자랑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특임장관실은 "주 장관이 주말의 모든 행사를 취소했지만 KBS 녹화는 60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하고 오래 전에 약속했던 행사여서 부득이 참석하게 됐다"며 "주 장관이 28일 오전 총리주재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고, 곧 이어 헬기를 타고 총리와 함께 백령도 사고 현장을 방문하는 등 국무위원으로서의 일정을 차질없이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1신 : 30일 오전 10시]

주호영 특임장관.
 주호영 특임장관.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정부가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해 공무원 비상대기령을 발동한 상황에서 국무위원이 KBS의 쇼 오락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불러 구설에 올랐다.

30일 KBS와 특임장관실에 따르면, 주호영 특임장관은 27일 오후 대구 수성구 수성유원지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녹화에 참여해 대중가요 '대지의 항구'를 불렀다. '대지의 항구'는 조선인의 만주 이민을 장려한 친일영화 <복지만리>(1941)의 삽입곡으로, 만주를 '꿈에 어리는 항구', '유자꽃 피는 항구'로 미화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주 장관의 측근은 30일 오전 기자와 한 통화에서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홍보하는 행사가 지역구에서 열려서 부득이 참석했다"며 "장관이 인사만 하고 내려오려고 했는데 사회자 송해씨가 계속 노래를 권유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한 소절을 불러야 했다"고 전했다. 주 장관은 대구 수성을 지역구의 국회의원이다.

주 장관은 "지금 서해에서 초계함이 침몰해서 분위기가 안 좋은데 노래까지 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극구 사양했지만 5000~6000명에 이르는 청중의 흥을 깰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일 오전부터 실종자 46명의 명단이 언론에 보도됐고 정운찬 국무총리도 "모든 공직자들은 유선상으로 대기하면서 추모하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휴일을 보내길 바란다"며 비상대기령을 내린 상황이었다.

주 장관은 이튿날 오후 정운찬 총리와 함께 헬기편으로 백령도 인근의 침몰 현장을 방문해 구조작업에 나선 장병들을 격려하기도 했지만, 장관의 처신에 대해 "승조원들의 생사 문제로 국민들이 애끓는 분위기에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끝까지 거부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관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KBS 제작진은 주 장관의 난처한 상황 등을 감안해 그가 노래하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태그:#주호영, #천안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