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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5월 경기도 화성 입파도 앞 해상에서 '레저보트 전복사고'가 일어났다. 레저보트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7명이 사망하고, 1명만 구조됐다. 사망자들의 경우, 자신의 사고위치 등을 알릴 수단이 없어 구조를 기다리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양경찰청(해경)에서는 2006년 10월부터 '개인용 조난신호 발신기'(일명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결국 2007년 8월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를 개발하고, 이후 기능 보완을 거쳐 2008년부터는 상용화단계에까지 접어들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의 취재 결과, 해군에서도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를 도입하려고 시도했지만 '예산문제' 등으로 인해 도입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 가운데 지난 26일 천안함 침몰사건이 일어나자, 해군에서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를 일찍 도입했더라면 인명피해가 더 적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경, 2007년 개발... 악천후나 야간에도 위치추적 가능

 

해경에서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를 보급해왔다. 이는 지난 2008년 9월 중국 불법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경찰 한 명이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박아무개 경사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해상에서 불법조업하던 중국어선 2척을 검문하는 과정에서 실종됐다. 하지만 해경은 실종된 지 무려 17시간 만에서야 이미 숨진 박 경사를 찾아냈다. 사건이 발생한 지점에서 남쪽으로 6km 떨어진 곳이었다. 당시 해경이 박 경사가 중국어선에 붙잡힌 걸로 판단하고 중국어선을 쫓아가는 바람에 구조작업이 늦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경은 청장의 긴급지시로 2009년 1월 1000톤 이상 서해지역 해경 함정 16척에 개인위치 추적을 위한 수신기를 설치하고,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 320대를 먼저 해경 특수부대 요원들에게 보급했다.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는 해상에서 조난됐을 경우 구명조끼에 부착된 송신기로 경비함정 등에 구조요청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이에 수신기를 설치한 경비함정 등은 조난된 사람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악천후나 야간에도 신속한 구조가 가능하다.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가 처음 개발됐을 당시에는 무선 송·수신 반경이 2km 안이었지만, 이후 성능이 크게 나아져 현재 무선 송·수신 반경은 10~12km까지 넓어졌다. 앞서 언급한 박 경사의 경우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가 있었다면 훨씬 신속하게 그의 위치를 파악해 구조할 수 있었다.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는 해경의 연구부서인 해경개발연구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16척 해경 함정에 수신기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만 구입하면 어떤 상황에서든지 위치추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관심'만 가진 해군, 도입은 안해... 예산이 부족해서?

 

해경에서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를 개발하자 해군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해군은 지난 2008년 5월 해군2함대(경기도 평택) 주관으로 소이작도(인천시 옹진군 자월면) 해군기지 앞에서 해상 테스트를 실시했다. 지난 26일 침몰된 천안함은 당시 해상테스트를 주관한 해군2함대에 배속된 초계함이다.

 

또한 해군2함대의 보급과에서는 지난 1월 초 해경에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 시스템을 문의했고, 해경과 공동으로 개발작업을 진행한 A업체는 해군에 설명자료 등을 보내줬다. 하지만 해군은 '부족한 예산문제' 등을 이유로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의 경우 1대당 가격 15만 원 안팎이라고 한다. 해병대까지 포함해 해군 함정에 승선하는 인원을 최대 1만명이라고 했을 때 15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해양경찰개발연구센터측은 "해경의 경우 목포에서 박 경사가 죽은 이후 바로 개인용 조난신호 발신기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등 나름대로 대처를 했다"며 "해군도 사고가 터지기 전에 해경에서 개발한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를 보급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 개발에 참여한 C씨는 "지난 2008년 해군에서 해상 테스트까지 실시하는 등 관심을 보였는데 해군2함대 중령급 인사들로부터 '예산문제 때문에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올 초 다시 도입을 검토했는데 윗선에서 승인을 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전했다.

 

그는 "해상에서 조난사고 등이 터지면 함정이 5~15척씩 동원되는데 거기에는 엄청난 인력 손실과 유류비용이 들어간다"며 "개인용 조난신호 발신기를 보급한다면 그러난 막대한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관계자는 "당시 해군2함대 보급과 장교에게 설명자료를 보내준 뒤 업체 간부들이 해군2함대에 직접 가서 중령급 인사들을 만나 자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상부로 보고되는 과정에서 예산 부족문제 등으로 도입이 무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라이프 재킷 RFID 단말기를 도입했더라면 이번처럼 우왕좌왕하지 않고 실종자들이 배밑에 있는지 조류에 떠밀려 갔는지 등을 신속하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예산을 들여 일찍 도입했더라면 인명피해가 훨씬 줄어들었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28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두세 차례 해군2함대측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천안함 침몰사건 수습' 때문에 구체적인 해명을 듣지 못했다.  


태그:#천안함 침몰사건, # RFID 라이프 재킷, #해군2함대, #해경개발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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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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